현재를 위한 독서

by 이만희

처음 글자를 깨우치고, 단어 하나하나가 의미로 다가왔던 그 순간을. 마치 자전거를 처음 타고 바람을 가르며 달렸을 때처럼, 가슴이 뛰었다. 그때부터 나는 알았다. 책이 나를 어디로든 데려갈 수 있다는 것을. 교단에 서서 학생들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말한다. "책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라고. 사람은 때로 우리를 실망시키고, 꿈은 때로 허상이 되기도 하지만, 책만은 다르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인류가 만들어낸 수많은 발명품 중에서도 독서만큼 위대한 것이 있을까. 우리는 읽는다. 그리고 읽힌다. 책에 의해 형성되고, 책에 의해 결정된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가 읽은 책들의 합이 되어간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쓸데없는 걱정에 쏟고 있는지를.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불안해하면서 정작 지금, 이 순간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를. 그럴 때마다 나는 책을 펼친다. 책은 나를 현재로 데려온다.

중국의 마오쩌둥 이야기를 들었을 때 놀랐다. 그가 중국을 움직일 수 있었던 건 책에 미쳐있었기 때문이라니. 권력도, 돈도, 명예도 아닌 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였다. 책에 대한 열정이 그 어떤 쾌락보다 강력하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나에게 독서는 바다를 항해하는 일과 같다. 끝을 알 수 없는 깊이,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그 속에서 나는 다양한 작가들을 만난다. 그들의 삶을 통해 나 자신을 들여다본다.

고요한 저녁, 따뜻한 조명 아래서 책을 펼치는 시간. 그건 나만의 순례다. 한 글자 한 글자에 영혼을 담아가며,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다. 일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다.

독서는 결국 사랑을 배우는 일이다. 타인을 이해하고,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 그 과정에서 세상이 조금씩 넓어진다. 마음도 조금씩 깊어진다.

오늘도 나는 책과 함께한다. 그리고 내일도 그럴 것이다. 책은 나의 가장 오래된 친구이자, 가장 믿음직한 동반자다. 함께 걸어온 길도 길고, 앞으로 걸어갈 길도 멀다. 그 길 위에 언제나 책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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