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은 예고 없이 흔들린다. 작은 말 한마디에도 균열이 생기고, 사소한 오해 하나가 하루를 무너뜨린다. 나는 그럴 때마다 자신에게 묻는다. 무엇이 세상의 소란이고, 무엇이 나의 본래 마음인가. 그 질문을 잃지 않기 위해 나는 매일 아침과 저녁 10분을 비워둔다. 눈을 감고 호흡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떠다니던 감정의 먼지가 천천히 가라앉고,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어렴풋이 떠오른다. 고요는 타고나는 힘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길들여 스스로 만들어가는 섬세한 수련이라는 것을 나는 이제 안다.
며칠 전, 연수 계획서의 결재가 일주일째 멈추어 있었다. 누군가 ‘예산이 없다’라는 말을 흘렸고, 진실을 확인하기도 전에 그 말이 사실이 되어버렸다. 알고 보니 예산은 있었으나, 관계가 규정보다 먼저 움직이는 익숙한 풍경이 또다시 되풀이된 것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나는 그 부당함에 하루를 통째로 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잠시 자리를 벗어나 조용한 곳에 앉아 눈을 감았다. 처음엔 분노의 열기가 온몸에 머물렀지만, 호흡을 세 번 네 번 이어가자 마음의 물결이 잦아들었다. 명상이란 마음에 난 보이지 않는 상처를 천천히 지혈하는 일이라는 것을, 나는 다시 배웠다.
사람은 각자 자신의 상처 모양대로 세상을 해석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작은 무시에 오래 흔들리고, 누군가는 인정의 부재를 자신의 실패로 단정한다. 나 또한 그랬다. 보직 하나 받지 못한 일이 나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사건처럼 느껴졌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안다. 사람의 품격은 자리에서 오지 않고 마음에서 온다는 것을. 낡은 방에서도 왕처럼 살 수 있고, 궁궐에서도 가난하게 살 수 있다. 마음이 단순해질수록 삶은 넓어지고, 그 넓어진 공간 속에서 비로소 행복은 작은 빛을 드러낸다.
나는 요즘 웃음을 연습한다. 넘치는 기쁨의 웃음이 아니라, 흔들리는 순간에도 마음을 지키기 위해 피워내는 조용한 웃음이다. 슬픔의 얼룩이 가슴에 번질 때, 그 위에 가장 먼저 떨어져야 하는 것이 눈물이 아니라 웃음이라는 사실을 서서히 깨닫는다. 웃음은 마음의 근육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을 가진다. 삶은 바람처럼 흔들리고 파도처럼 밀어붙이지만, 마음의 중심을 길들인 사람에게 파도는 늦게 도착하고, 결국엔 잦아든다. 고요의 심지가 단단한 사람은 쉽게 침몰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내 삶을 단순하게 만들기로 했다. 욕망의 가지를 하나씩 잘라내고, 불필요한 감정의 짐을 내려놓고, 마음의 방을 비워두는 방식으로 산다. 그렇게 비워진 자리마다 웃음이 자라고, 평정이 숨을 쉬고, 행복은 들꽃처럼 피어난다. 행복은 큰 소리로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소박한 사람의 가슴속에서 아주 작은 움직임으로, 그리고 조용한 빛으로 피어난다. 내게 그것은 명상이었고, 단순함이었고, 흔들린 뒤에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내면의 힘이었다.
나는 오늘도 하루를 다듬는다. 그것은 마치 다이아몬드의 결을 따라 같은 면을 반복해 세공하는 일과 닮았다. 매일의 작은 결들이 결국 내 삶의 모양을 이룬다. 그리고 나는 안다. 내가 끝내 도달하게 될 행복은 누군가 주는 것도, 세상이 허락한 보상도 아니다. 그것은 내가 가꾼 고요의 밭에서 피어난, 오롯이 나만의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