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ASIS Live ’25 SOUTH KOREA
1년 만에 드디어 오아시스 공연 날이 다가왔다. 절대로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시간. 문득 시간이 참 빠르다 싶은 생각이 든다. 여친분의 바램으로 공연 당일 8시까지 공연장으로 향했다. MD 구매를 위해서.
공연장 인증샷. 아마 저녁때 공연 시간에 오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못 찍을 것 같아서 미리 찍었다. 8시, 그러니까 MD샵 오픈 3시간 전에 도착했는데 그럼에도 이미 줄이 길었다. 전날 밤부터 줄을 선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진 날이었다. 추워져봤자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초겨울 날씨였다. 옷을 얇게 입어서 1시간 정도 덜덜 떨었다. 나보다도 얇게 입은 사람들도 많았다. 다행히 9시부터는 실내로 입장했다.
줄을 섰을 때 잠시 이슈가 있었다. 갑자기 어떤 분이 새치기를 했는데 원래 앞에 서 있다가 화장실 가느라 자리를 뺏겨서 뒤에 섰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의 질타를 받고 결국 맨 뒤로 가시게 되었다. 실제로 화장실 때문에 자리를 뺏긴 거면 앞에 가서 자기 자리를 되찾기 위해 노력을 하셨으면 되는 것이고 그게 아니라 그냥 새치기였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맨 뒤에 서면 좋았을걸. 이도 저도 아닌 행동으로 시간만 버린 듯. 믿을 수가 없는 게 일찍부터 와서 줄을 선 사람들이라면 거의 대부분 화장실도 안 간다. 자기가 줄 선 동안 자리를 뺏길까봐.
새치기를 대하는 사람들의 합심이 코믹했다. 다들 정중하지만 단호한 태도였다.
MD샵의 스케일도 어마어마했다. 결제를 먼저 하고 수령하는 곳에 가서 영수증을 보여주고 MD를 수령하는 시스템이다. 다만 MD샵 운영이 너무 아쉬웠었다. 아디다스 트랙탑이 제일 인기 제품이었는데 여친분은 결제까지 마쳤고 수령을 하기 위해 한참 기다렸는데 수령을 할 순서가 되니까 품절이라고 한다.
이럴 거면 애초에 결제 때 품절이라고 하던지, 아니면 결제를 했으면 수령을 할 수 있게 해야지 수량 체크도 전혀 안 되는 것 같았고 수령할 때도 어수선하고 시간이 엄청 많이 걸렸다. 알바생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럼에도 이렇게 밖에 진행이 안된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큰 공연을 운영하는 운영진에서 MD샵 운영을 이렇게 밖에 못하나? 결국 여친분과 후드티 하나씩 사서 나왔다. 3시간을 줄 선 것치고는 아쉬운 결과.
아쉬운 마음을 간직한 채 여친분과 뜨듯한 국물을 먹으러 갔다. 오전에 덜덜 떨었으니 따뜻한 국물로 몸을 녹이자는 이유. 고기가 푸짐한 설렁탕집이다.
오전인데도 대화역 인근에 오아시스 MD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진짜 10초에 한 번씩 만날 정도다. 아마 지방에서 일찍 올라온 사람들은 공연시간까지 시간을 보내다가 공연장 입장을 할 것이다. 숙소를 대실 해 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여친분과 나는 집에 돌아와 한참을 쉬었다가 공연시간에 얼추 맞춰 다시 대화역으로 갔다. 지하철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고 정말 대화역 인근이 마비가 된 수준이다. 식당이나 카페들도 오아시스 음악들을 틀어놓고 있다. 대화역 인근 자체가 오아시스 공연을 준비하는 느낌이었다.
공연장에 드디어 입장. 우리는 3층이라 사실 좀 멀다. 맥주 한 잔씩을 사서 들어왔는데 공연 시간이 다가오니까 아드레날린이 뿜어 나와 5분도 안 돼서 다 마셨다. 1년을 기다린 공연 심장이 두근두근. 기대됐다.
등장 직전. 드디어.
너무 멀어서 공연 사진은 사실 자랑할 것이 없다.. 나는 고등학교 때 기타를 치는 가장 친했던 친구 때문에 오아시스를 알게 됐다. 사실 오아시스 전성기는 이미 지났던 때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친구 때문에 오아시스의 명곡들을 들었고 음악도 음악이지만 개성도 뚜렷한 이 형제 밴드를 좋아하게 됐다. 그러나 열혈팬처럼 그들의 행보를 쫓은 것은 아니다. 나도 삶 속에서 관심사가 바뀌며 두 사람의 해체 소식 정도만 접했을 뿐이다.
형제는 재결합했고 공연을 좋아하는 여친분 때문에 예매하게 됐다. 솔직히 여친분이 아니었다면 그저 멀리서 공연 소식을 접하고 말았을 수도 있다. 여친분은 농담식으로 자기 덕분에 오아시스 공연도 보는 것이라고 했다. 나도 농담식으로 부정했으나 사실 맞다.
공연을 자주 다니는 여친분도 이렇게 큰 공연은 거의 없다고 한다. 이렇게 큰 경기장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 무엇보다 리암 갤러거의 변하지 않은 목소리와 스타성. 중후해진 노엘 갤러거의 모습에 생각에 잠긴다.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것들과 변해도 여전히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서.
2시간 내내 꿈을 꾼 것 같다. 어린 시절 친구의 기타와 함께 부르던 음악을 거의 20년이 지나 직접 듣게 된 것도 꿈만 같았다. 그러나 거의 2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음악의 감동 때문에 또 꿈만 같았다. 이제는 연락하지 않고 어떻게 지내는지도 모르는, 나에게 오아시스를 알려준 그 친구도 여기에 와 있을까? 밴드를 한다고 했고 가끔 찾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잘 지내고 있을까? 그땐 진짜 멋졌는데.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 많이 변해버린 것과 변하지 않은 것들. 묘하게 그런 것들이 내 안에서 뒤섰었다.
알 수 없는 어떤 꿈만 같은 시간 속에서 과거의 추억에 젖기도 하고 여친분과 함께 하는 지금의 시간에 행복을 느끼며 많은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들끓었다.
Stand by me, Don't look back in anger. 두 곡을 때창할 때는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했다. 음악 속에서 형제는 마치 소년 같았다. 완벽한 라이브와 형제를 대하는 한국 팬들의 리스펙들이 교차하는 완벽한 공연이었다. 할 말이 많지만, 이 말 한마디가 제일 좋은 표현인 것 같아 계속 반복하게 된다.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
화려한 폭죽으로 공연이 마무리됐다. 어렵게 어렵게 공연장을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여운이 가시지 않는 여친분과 나는 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공연의 여운을 위로했다. 다시 현실로 돌아가서 열심히 살겠지. 그럼에도 잠시 과거와 현재 그 어딘가를 여행한 것 같은 이 기분은 잊지 않을 것 같다.
실제로 보니 진짜 락스타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 리암 갤러거와 이제는 락의 대부처럼 보이는 오아시스의 본체 노엘 갤러거, 그리고 명작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음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그들의 곡들.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러나 다신 못 봐도 괜찮다. 다신 못 본다면 이날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드높아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