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던한 하루가 반복된다. 이는 굉장한 행운으로 가로등 밑에서 우연히 발견한 네 잎 클로버와 같다. 허리를 숙이면 숙인 대로 아름다움이 존재하고, 가로등 곁을 떠나면 아른거리는 아름다움이 된다. 아무 일도 없는 하루란 얼마나 아름다운지.
나는 아주 작은 것에서 여러 감정을 느낀다. 그중에는 대표적으로 슬픔과 벅참이 있는데, 슬픔은 대부분 만족스러운 여생을 살지 못하는 노인들에게서 등장한다. 감히 내가 그런 감정을 가져도 되겠냐 하겠냐만은 그들의 말동무가 되고 싶은 건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오랜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력이 있는 나로선 자주 그들의 말동무가 되곤 했다. 그들은 대화를 하고 싶고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어떤 이야기는 이걸 편의점에서 들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값지고 소중한 이야기이며, 어떤 이야기는 무언가를 숨기기 위한 다소 공격적이고 허구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의미 없고, 아무래도 상관없다. 한 사람의 인생은 한 권에 책이나 다름없다고 했던가. 모든 책은 읽히는 대로 읽힌다. 먹자골목 2층에 위치한 고깃집에 적힌 한 줄의 하찮은 글은 그렇게 멋져 보였는데, 내가 몇 날 며칠을 고생하며 쓴 글들은 이상하리만큼 창피하다. 이렇듯 글도, 이야기도 모두 각자가 읽고 듣는 대로 나에게 새롭게 여겨진다.
그들의 이야기는 어디까지, 그리고 언제까지 숨겨져 있을까. 짧은 인사라도 건네며 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옮겨 보는 게 어떨까. 대화에서 흥미로운 주제가 나온다면 랜덤 뽑기를 하는 기분과도 같겠다. 무던한 일상에 꽝 없는 랜덤 뽑기라면 한번쯤은 눈길이 가도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