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를 두드릴 수밖에 없는 멋진 상태에 놓이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목표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선 눈을 게슴츠레 뜨고 옆으로 벌어진 눈만큼 세상을 가로로 보아야 한다. 파노라마같이 잔뜩 넓어 보이는 세상에 재밌는 광경이 보이면 얼른 카메라를 들이민다. 탈진해 도로에 앉아있는 비둘기, 좋아하는 음식, 웃긴 모습을 한 친구들까지 전부 사진으로 담는다. 이것이 나중에 멋진 상태에 놓이기 위한 작은 노력 정도 되지 않을까 하며 이렇게 글로도 옮긴다.
몇 달 전부터 네이버에 영화 관람평을 남기는 취미가 생겼다. 한 줄 내지 세 줄인 이 짧은 글을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한 시간이 넘는다. 평론계에서 전해진 숲 안에 나무를 볼 것인가, 늘어선 나무를 보고 숲을 상상해 낼 것인가라는 물음에 나는 숲을 떠올리기로 했다. 한마디로 촬영 기법, 연출 등 어려운 지식들을 활용한 평은 평론가들에게 맡기고 나는 인물에 집중한다. 여담으로 가장 최근에 남긴 관람평은 주동우 주연 영화 "소년시절의 너"에 대한 관람평이다. 이렇게 진심을 담아서 영화를 추천하는 경우가 적진 않지만, 이 영화는 꼭 많은 사람들이 즐겼으면 좋겠다. 눈빛으로 말하는 주동우 배우의 안타까운 세상을, 이 매거진을 읽는 당신에게도 조심스레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