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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 운 Oct 06. 2024

대하소금구이

대하는 껍질을 벗겨 먹어야 한다. 그것이 지루한 9월을 보내기에 가장 완벽한 방법이다.


9월이 되자 해산물을 파는 가게들의 입구에는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문구가 하나씩 붙기 시작했다. 대하 개시, 대하 팝니다, 대하 들어왔습니다 등 글자만 봐도 우리의 심장은 소금 위에 올라간 대하처럼 팔딱팔딱 요동을 친다. 하지만 올해 벌써 9개월이나 달려온 우리에게 추석과 더불어 다시금 활력을 넣어주는 그런 대하에게도 단점이란 있다. 바로 나같이 껍질도 남김없이 먹는 사람에겐 입 안 상처가 남는다는 것. 


오랜만에 마주한 대하 앞에서 감탄을 연발하고 식당을 나온 뒤에 남은 건 입천장과 혀에 가득한 상처뿐. 그리고 어릴 아빠가 검은 봉투에 대하를 바리바리 싸들고 온 그 기억이 선명히 떠올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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