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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다지 Dec 17. 2021

우간다에서 보다를 타며 겪은 사건 썰_2

오토바이 택시 Bodaboda

마사카(Masaka)-캄팔라(Kampala) 구간 도로에서 염소꼬치, 닭꼬치를 파는 청년의 모습

 2013년은 그동안 안전하다고 여겼던 우간다에서 별의별 사건, 사고를 다 겪은 후 너덜너덜해진 멘탈로 이듬해 우간다를 떠나는 계기가 된 해였다. 그 중 하나가 보다 사고인데 크게 다친 건 아니었지만 그 사고를 통해 “나 혼자 조심한다고 해서 다 잘되는 건 아님”을 알게 됐던 것 같다.


모처럼 해가 떠 있을 때 퇴근 후 친구를 잠깐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시내 근처에서 보다를 찾아 나섰다. 평소 보다를 타던 스테이지가 아닌 곳에서 보다를 잡게 됐는데, 가격도 그만하면 바가지 씌운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큰 고민없이 평범한 청년으로 보이는 보다맨의 보다를 탔다.


쌩쌩 달리던 중 갑자기 옆에서 다른 보다가 나타나더니 손님을 싣지 않은 그 보다와 내가 탄 보다가 나란히 달리게 되었다. ‘같은 방향으로 가나보다’ 나의 예상과 달리 이 두 보다맨은 어쩐 이유에서 인지 말다툼을 하기 시작했다. 서로 앞을 보지 않고 상대를 쳐다보며 뭐라뭐라 고함을 쳤고, 달리는 보다에서 마주본 채 다투는 보다맨들을 보고 있자니 당장이라도 내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 다음부터 시작되었다. 이 두 보다맨들이 몸싸움을 시작한 것이었다. 한 손으로는 오토바이 핸들을 잡고 한 손으로는 서로 밀치려고 안달이 나 있었다. 나는 제발 그만하라며 소리를 질렀지만 이들을 말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예 오토바이 핸들은 놓은 채 기마전이라도 하듯 달리는 오토바이에서 몸싸움을 하는 두 보다맨을 뒤에서 보고 있자니 속이 시커멓게 타 들어 갔다. 나란히 달리던 보다맨이 내 앞에 앉은 보다맨을 힘껏 밀어버리자, 내가 탄 보다는 중심을 잃고 왼쪽으로 쓰러졌다. 보다맨과 나는 오토바이와 함께 쓰러지며 50미터 정도 질질 끌려갔고, 어찌된 일인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느 순간 나는 오토바이에서 떨어져 나올 수 있었다. 내가 가까스로 내린 후 오토바이는 옆으로 쓰러진 채 바닥에 쓸려 불꽃을 튀기며 미끄러졌다.


바지는 무릎이 찢어진 채 살갗에서는 피가 나오고 있었지만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노트북 가방부터 챙긴 후 절뚝거리며 집으로 향했다. 어느새 나와 보다맨 주위로 몰려들어 둥근 원을 만든 사람들의 무리를 헤집고 나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도 무시한 채 무작정 걸었다. 이런 사고가 났을 때는 오히려 다친 사람의 물건을 빼앗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온 까닭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다친 부위를 소독하고자 무릎을 들여다보니 작은 돌멩이들이 박혀 있어 깜짝 놀라 친한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고, 친구들은 집으로 찾아와 나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인도인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상처를 소독하고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 받은 후, 다리를 절뚝거리며 집으로 가려는 나에게 친구들은 “Kim, why don’t you say Thank you?”라며 그동안 자기들이 도와줘도 내가 고맙단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불평했다. 인도, 파키스탄 친구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딱히 큰 도움이라 생각한 적이 없어서 고맙다는 말을 잘 하지 않았던 것일까. 순간 부끄러움에 고맙다고 말했고 친구들은 드디어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며 기뻐했다.


나중에 어느 한인 사장님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니 보다를 선택하는 법에 대해서 상세히 안내해 주셨는데, 그 사장님이 알려주신 보다를 선택하는 Tip은 아래와 같다.


1. 음주나 마약을 하고 운전하는 보다맨들도 많으니, 반드시 눈을 보고 눈빛이 맑은 사람을 선택할 것

2. 음주나 마약을 하고 운전하는 보다맨들도 많으니, 반드시 가까이 다가가 여러 질문을 하여 술냄새가 나거나 횡설수설하지는 않는지 살필 것

3. 되도록이면 젊은 사람보다는 나이가 있는 사람(=운전 경험이 많은 사람)을 선택할 것

4. 옷차림이 단정하고 헬멧을 갖춘 보다맨, 관리 상태가 좋은 보다를 선택할 것


이 사고 이후로 보다 위에서 문자도 쓰고 잠도 자던 그 패기도 다 사라졌다.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거의 버린 상태로 살다가 철퇴를 한번 맞고 나니, 어쩌면 우간다에서의 첫 3년은 나와 우간다의 허니문 기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뭘 하든 별 탈없이 즐겁기만 했던 우간다에서 보다맨들끼리 싸워서 난 사고를 경험해보니 ‘이런 일도 일어날 수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내 일임에도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일도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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