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쥐의 3수 성공기

1) 우리 애, 몇 살 때부터 공부시켜요?

by 구름돌

“선생님은 몇 살 때부터 공부하셨어요?"

“얘 지금 놀 때가 아니고 공부해야 되죠?”


병원에서 간혹 소아환자 보호자들이 이렇게 물어본다. 그럴 때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한다.


“어렸을 땐 놀아야죠! “


그럼 옆에서 핸드폰 게임을 하던 10살 아이는 그것 보라는 표정으로 게임을 더 신나게 하고, 질문한 부모님은 금방 흥이 식어버려서 더 질문하지 않는다.


나는 초등학교, 중학교 때 공부와는 거리가 먼 아이였다. 사실 학창 시절에 정말 공부가 좋아서 하는 학생이 몇이나 있을까? 그 때의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필요성도, 목적도, 욕심도 없었다.

고등학교 들어가서는 공부를 열심히 했느냐면 그건 또 아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에도 마찬가지로 필요성을 못 느꼈다. 반에서 뒤에서 세 번째—야구부 두 명을 간신히 뒤에 두고 28등을 차지했을 정도니까.

그랬던 내가 2학년이 되는 시점에 달라졌다. 어느 날 문득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해."

그리고 정말 미친 듯이 공부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 당시 전 세계 고등학교 2학년 중 내가 가장 열심히 공부했을 거다.

수능을 앞두고? 학생이라면 공부를 해야 하니까? 성적표를 보고 부모님이 혼내서?

그런 이유로 시작했을거라면 진작 공부를 했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소설책이나 만화책,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했고 그런 인물들에 대입하여 내 모습을 상상해보곤 했다. 성인이 되었을 때 나는 어떤 모습일까?

그중에서 의사가 된 나를 상상했을 때, 정말 설렜다. 드라마 브레인, 골든타임 속 주인공처럼 수술실 한가운데 서 있는 내 모습은 나를 하루 종일 두근거리게 했다. (수술이 정확히 뭔지는 몰랐지만!)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공부가 당장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턱없이 부족한 그간의 공부량과 기초지식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두 배, 세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부 정말 미친 듯이 공부했다. 그저 공부만 한 건 아니다. 내가 설레는 일을 위해 노력한 것이다.

운동선수를 꿈꿨다면? 운동을 미친 듯이 했을 거다.

프로게이머를 꿈꿨다면? 게임을 미친 듯이 했을 거다.


그러니 "몇 살 때부터 공부했나요?라는 질문은 사실 별 의미가 없다. 중요한 건 공부가 필요한지,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지부터이다. 만약 그 꿈이 공부를 필요로 한다면? 지금 당장 시작하면 된다.

사실 나이를 어느 정도 먹고 돌이켜보면 학창 시절에 꿈을 찾는 것 자체가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학창 시절에 아직 꿈을 찾지 못 했고, 어떤 것을 할지 모를 때에는 학창 시절의 본분인 공부를 하는 게 맞다. 다만 공부라는 벽을 쌓아 올려 멀리 빛나고 있는 꿈들을 바라보지도 못 하게 하는 일만은 피했으면 한다.

우선은 학창 시절에는 아이가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찾고 그걸 이루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함께 고민하고 도와달라고 부모님들에게 말하고 싶다.


“어렸을 땐 놀아야죠!”

이 말의 뒷내용은 이거다.

“놀고 이것저것 경험을 쌓고, 꿈을 찾아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