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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olee Nov 26. 2024

추리 소설_탐정 유강인 18편_40화

탐정 유강인 18편 <검은 자서전과 악의 비밀>

40화_구왕자의 정체와 연풍 초등학교


연풍 초등학교는 강원도 연풍시에 자리 잡은 유서 깊은 학교다. 1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자랑했다.


학교의 명물은 단연 단풍이다. 교정 곳곳에 심은 단풍나무들은 가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기다리던 가을이 되자, 나뭇잎들이 형형색색 물들기 시작하며 화려한 단풍 잔치를 벌였다.



탐정단 밴과 경찰차 두 대가 강원도로 향했다.


황정수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연풍 초등학교 교장은 김후식씨입니다. 경찰이 연락했답니다. 지금 전화하겠습니다.”


“OK!”


유강인이 답하자, 황정수가 김후식 교장에게 전화 걸었다.


신호가 가자, 김후식 교장이 전화 받았다. 황정수가 입을 열었다.


“유강인 탐정님 선임 조수 황정수입니다.”


“아, 유강인 탐정님 조수시군요.”


“그냥 조수가 아니고 선임 조수, 황정수입니다.”


“아! 선임 조수시군요. 선임 조수님. 반갑습니다.”


“김교장님, 경찰한테 자초지종을 들으셨죠?”


“들었습니다. 유강인 탐정님을 바꿔주세요.”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유강인이 핸드폰을 건네받았다. 그가 말했다.


“탐정 유강인입니다. 김후식 교장님입니까?”


“네, 맞습니다. 김후식 교장입니다.”


“김교장님, 백두성 회장님을 아시나요?”


“백회장님은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 졸업자시고 오랜 후원자이십니다.”


“아! 그렇군요. 백회장님을 만난 적이 있나요?”


“최근에 연락을 받고 만났습니다.”


“그래요? 백회장님이 뭐라고 하셨죠?”


“한 가지를 부탁하셨습니다. 물건을 맡기셨습니다. 나중에 본인이나 경찰이 찾아오면 그 물건을 건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김후식 교장의 말에 유강인이 참 잘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 ‘연풍 초등학교 교장’은 비밀 코드가 맞았다.


유강인이 서둘러 말했다.


“그 물건을 지금도 갖고 있나요?”


“네, 갖고 있습니다. 교장실에 보관했습니다.”


“다른 사람도 이 사실을 아나요?”


“아닙니다. 다른 사람한테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백회장님이 비밀을 지켜달라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거액의 학교 발전 기금을 내시며 부탁하셨습니다.

그래서 입을 꾹 다물었습니다.

백회장님은 학교의 은인이십니다. 그분 말씀을 충실히 따르는 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사실, 백회장님의 오랜 후원 덕분에 학교가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저는 30분 후에 학교에 도착할 거 같습니다. 먼저 경찰들이 찾아올 겁니다. 놀라지 마세요. 교장 선생님 신변 보호 차원입니다.”


“네에? 신변 보호라고요? 그게 무슨 뜻이죠?”


“현재 백두성 회장님 살인 사건을 수사 중입니다.”


“저도 그 뉴스를 봤습니다.”


“백두성 회장뿐만 아니라 영화감독 천일수씨도 살해당했습니다. 백회장님과 천감독님은 친구 사이였습니다.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고 있습니다.”


“뭐라고요? 그런 일이 있었다고요? 백회장님이 독살당했다는 뉴스를 보고 불안하기는 했습니다. 백회장님이 맡긴 물건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백회장님만 죽은 게 아니라 친구분인 천일수 감독님도 살해당했다는 말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현재 관련자들이 매우 위험한 상태입니다. 교장 선생님도 마찬가지입니다. 강원 경찰청에서 신변 보호를 할 겁니다.”


“아! 그렇군요. 저도 큰일에 말려들었군요. 잘 알겠습니다.”


“제가 갈 때까지 학교 건물에서 나오지 마세요. 다른 선생님들하고 함께 계세요. 운동을 전공하신 선생님들과 같이 계시면 좋겠습니다.”


“아!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60살에 가까운 나이지만, 나름 유명한 무술 고수입니다. 제 한 몸은 너끈히 지킬 수 있습니다.”


“아, 그러세요?”


“네. 합기도 6단입니다. 젊은 시절부터 합기도를 했습니다. 대회에 나가서 상도 많이 탔고 깝죽거리는 동네 깡패들도 혼내줬습니다.”


“그렇군요. 그렇지만, 조심하셔야 합니다. 전문 킬러들이 움직이는 거 같습니다.”


“전문 킬러요?”


“네,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조심하겠습니다.”


“그럼, 학교 근처에 도착하면 연락하겠습니다.”


“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유강인 탐정님.”


김후식 교장이 전화를 끊었다.


“휴우~!”


김교장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긴장감을 느낀 듯했다. 이제 백두성이 부탁한 일을 해야 했다.


여기는 교장실이었다. 방에는 김후식 교장만 있었다. 고급 책상과 커다란 학교기, 책장, 장식장, 소파 등이 있었다.


김교장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몸을 풀기 시작했다. 마치 무술 시합 전에 몸을 푸는 거 같았다.


허리를 돌리고 머리를 흔들었다. 손목과 발목을 풀더니 장식장을 향해 걸어갔다.


장식장에는 감사패가 잔뜩 있었다.


“드디어 때가 됐군.”


김후식 교장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리고 원형 감사패 뒤로 한 손을 쑥 집어넣었다. 그리고 노란색 서류 봉투를 꺼냈다.


서류 봉투를 책상에 내려놓고 잠시 생각하다가 인터폰을 켜고 말했다.


“정은혜 선생님! 교장실로 오세요.”



***



탐정단 밴이 강원도 연풍시를 향해 쉴 새 없이 달렸다. 연풍시는 동해안에 가까운 곳이었다.


연풍시에 가까워지자, 유강인의 얼굴이 초조함이 서렸다.


이제 비밀을 곧 밝혀질 거 같았다.


연풍 초등학교 교장이 중요한 물건을 보관하고 있었다. 백두성이 죽기 전 넘긴 물건이었다. 그 물건이 비밀을 풀 열쇠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유강인이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을 때



삐리릭!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유강인의 전화였다. 그가 전화 받았다. 발신자는 우동식 형사였다. 우형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장!”


“네, 선배님, 말씀하세요.”


우동식 형사가 말을 이었다.


“미스터김과 백회장님을 같이 조사했는데 관련성을 찾지 못했어. 미스터김은 너무나도 평범한 호칭이야. 김 씨이면서 성인인 남자는 셀 수 없이 많아.”


“그렇군요.”


유강인의 목소리에 풀이 죽었다. 애써 찾은 단서 하나가 별 효과가 없었다.


우형사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구왕자는 백회장님과 관련이 있었어.”


유강인의 두 눈이 반짝였다. 그가 급히 말했다.


“그래요? 어떻게 관련됐죠?”


“구왕자는 옛날에 유명했던 인물들이야. 60년대에서 70년대 사이에 구왕자라고 불리는 무리가 있었대. 모두 아홉이라 구왕자라고 불렀고 다들 한 가닥 하는 사람들이라 다른 사람들이 두려워했대.”


“그렇군요. 구왕자는 실제로 존재했군요.”


“구왕자를 조사해보니 가관이더군. 아홉이 밤마다 유흥가를 돌아다니며 사고를 쳤대. 큰 사고를 쳤다는 기사까지 있어. 옛날 주간지 기사야. 그런데 다 돈으로 무마했대.”


“한마디로 구왕자는 난봉꾼이군요. 젊은 혈기를 이기지 못하고 난동을 부렸군요.”


“그렇지. 주간지뿐만 아니라 그걸 회상하는 사람이 쓴 게시물도 있어. 유흥업소 종업원을 마구 때리고 외제 차를 몰며 여러 곳을 들이박았대. 음주 운전까지 했고.”


“들어보니 정말 가관이군요. 한마디로 깡패군요. 구왕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나요?”


“응. 옛날 잡지 서울데일리에 구왕자를 소개하는 기사가 있어. 부유층 자제와 유명인이 모여서 난동을 부린다는 기사야. 아홉 중에 백두성 회장님도 거론됐어.”


“네에? 정말이에요? 백회장님이 구왕자 중에 하나라고요?”


“응. 백회장님이 젊은 시절에 아주 잘 논 모양이야. 좋은 평판과는 완전히 다른 얘기야.”


백두성 회장의 다른 모습이 드러났다.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백회장은 한국이 가장 존경하는 10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도 어둠이 있었다. 젊은 시절 난봉꾼으로 유명했다. 그런 그가 개과천선해서 남들에게 존경받는 인물이 됐다.


유강인이 질문을 이었다.


“구왕자 이름을 다 불러주세요.”


“잠깐만, 음 … 구왕자에 백두성 배우, 천일수 감독 ….”


“잠깐, 천일수 감독이라고요?”


“응. 천일수 감독이니, 영화감독 천일수씨겠지. 천감독이 백회장님과 친구 사이라고 했잖아.”


“둘이 같이 놀았군요.”


유강인이 실망감과 함께 긴장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두 개의 비밀 코드 중 미스터김은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구왕자는 사정이 달랐다.


구왕자를 파헤치자, 과거의 일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잘나가는 아홉이 유흥가에서 난동을 부렸다는 점에서 매우 부끄러운 과거가 분명했다.


우동식 형사가 말을 이었다.


“다음으로 재력가 아들 송해성, 김정태 배우, 사업가 김도식, 사업가 안준호, 배우 송창기, 재력가 아들 이민호야.”


명단을 듣고 유강인이 깜짝 놀랐다. 그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구왕자 중에 JS 그룹 송해성 회장과 김정태 배우의 이름이 거론됐다. 둘은 모두 피해자였다.


아들을 찾던 송회장은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고 김정태 배우는 프레스 센터 화장실에서 목이 졸려 죽었다.


‘그렇구나! 모든 게 다 연결되어 있었어. 분명 커넥션이 있어!’


유강인이 이를 악물었다. 악의 커넥션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커넥션은 분명 비밀과 관련이 있었다.


이마에서 식은땀이 쭉 흐르기 시작했다. 모든 게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에 긴장감을 감출 수 없었다.


50년도 더 된 과거의 악연이 참고 참았다가 활화산처럼 폭발하는 거 같았다.


화산에서 샘솟는 마그마는 피와 같았다. 핏빛 악연이 그 대가를 요구하고 있었다.


구왕자 멤버 중 사건의 피해자는 다음과 같았다.


독을 먹고 사망한 영화배우이자 사업가 백두성


욕조에서 익사한 영화감독 천일수


백두성을 독살한 용의자이자, 화장실에서 목이 졸려 죽은 영화배우 김정태


50년 동안 잃어버린 아들을 찾으려다가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진 대기업 JS 그룹 회장 송해성


이들은 모두 과거 난봉꾼으로 유명했던 구왕자에 속했다.


우형사가 말했다.


“그러니까, 구왕자는 백두성, 천일수, 송해성, 김정태, 김도식, 안준호, 송창기, 이민호야.”


찬찬히 숫자를 세던 유강인이 급히 말했다.


“우선배님, 모두 여덟 명입니다. 아홉 명이 아니에요. 한 명 더 있어야 합니다.”


“뭐? 여덟이라고? 잠깐만 … 어, 진짜네. 모두 여덟 명이네. 한 명이 없네.”


“잡지에 다른 이름은 없나요? 이름이 다 나온 게 아닌가요?”


“응, 거론된 이름은 이거밖에 없어. 구왕자 명단에 여덟 명밖에 없어. 잠깐만 다른 기사도 살펴볼게.”


유강인이 잠시 기다렸다. 구왕자라면 구성원이 아홉이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거론된 이름은 여덟밖에 없었다.


뭔가가 이상했다.


우동식 형사가 말했다.


“다른 잡지에도 이름은 여덟밖에 없어. 구왕자는 유흥가를 누비는 밤의 황제, 젊은이를 부르는 호칭이라고 적혀 있어.

아! 기자가 말미에 적은 게 있어. 본지에서 베일에 가려있는 나머지 한 명을 찾으려 했는데 찾지 못했다고 적혀 있어. 아는 사람이 없다는데.”


“한 명이 베일에 가려있다는 말인가요?”


“그렇지.”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말했다.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계속 구왕자를 조사해주세요.”


“그래, 계속 찾아볼게.”


“감사합니다.”


유강인이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했다.


‘5, 60년 전에 난봉꾼, 밤의 황태자들이 있었어. 그들은 구왕자라 불렀고 이들은 영화인이거나 사업가였어.

돈이 많아서 주체하지 못한 자들이 분명해. 그런데 그중에서 한 명이 베일에 가려있어. 베일에 가린 사람이 대체 누굴까?’


잠시 시간이 흘렀다.


유강인이 갑자기 아! 하며 입을 크게 벌렸다. 그가 생각을 이었다.


‘그래! 미스터김. 미스터김이 있었지. 맞아! 구왕자의 마지막 멤버가 미스터김이 아닐까?

그래서 첫 번째 비밀 코드가 미스터김인가? 아홉 번째 왕자가 미스터김인가?

아! 그렇구나. 그러면 말이 돼. 미스터김은 구왕자 중 베일에 가려있는 아홉 번째 사람을 가리키는 거야.

드디어 미스터김의 정체가 드러났어!

그런데 왜 미스터김이지? 다른 사람은 다 이름이 드러났는데 왜 혼자만 미스터김으로 이름을 감추고 있지?

그 이유가 뭐지?’


유강인이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새로운 퍼즐이 그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했다.


첫 번째 비밀 코드이자, 아직 진상을 밝히지 못한 미스터김의 정체를 밝혀야 했다.


그때 운전대를 잡은 황수지가 입을 열었다.


“탐정님, 저기에 연풍 초등학교가 보이네요. 단풍이 보여요.”


황수지의 말에 유강인이 급히 차창으로 앞을 살폈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 초등학교가 있었다. 강원도에서 가장 오래된 초등학교인 연풍 초등학교였다. 붉고 노란 단풍이 참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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