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odolee Nov 28. 2024

추리 소설_탐정 유강인 18편_42화

42화_제2의 스파이와 사진 한장


연풍 초등학교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정찬우 형사와 후배 형사들이 학교 곳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아울러 인접 지구대에 비상이 떨어졌다. 경찰 40명이 탑승한 경찰 버스가 학교를 향해 출발했다.


“이놈들이 어디로 도망갔지?”


정형사가 숨을 헐떡이며 담벼락을 살폈다. 가짜 경찰을 따라서 담벼락까지 달려왔지만, 둘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젠장! 이놈들이 하늘로 치솟았나? 분명 여기로 달려갔는데 ….”


정찬우 형사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학교 담벼락은 3m 높이였고 잡고 올라갈 턱도 없었다.


정형사가 머리를 긁적이고 있을 때


후배 형사가 외쳤다.


“선배님, 저기 바닥을 보세요. 사다리가 쓰러져있어요.”


“뭐? 사다리라고?”


정찬우 형사가 두 눈을 크게 떴다. 저 앞에 사다리가 쓰러져 있었다. 가짜 경찰 둘이 사다리를 타고 담벼락 위로 올라간 게 분명했다.



*



출동한 경찰들이 연풍 초등학교 정문과 담벼락을 지켰다. 교장실 앞에도 경찰이 있었다. 경찰 둘이 출입을 통제했다.


교장실 안에는 유강인과 조수 둘, 김후식 교장이 있었다.


김교장이 떨리는 손으로 물컵을 들었다. 그리고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그는 목숨을 걸고 가짜 경찰 둘과 싸웠다. 합기도 6단의 무술 고수였지만, 번쩍이는 30cm 칼을 든 전문 킬러와 싸우는 건 목숨을 걸어야 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는 누구나 떨리기 마련이었다.


김후식 교장이 참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씩 웃었다. 호신용 스프레이가 참 도움이 됐다.


그는 유강인의 전화를 받고 정은혜 선생을 불렀다. 정선생은 평상시 호신용 스프레이를 소지했다. 성능이 좋은 무기라고 자랑도 했었다.


김교장은 정은혜 선생을 불러서 호신용 스프레이를 빌렸다. 만약을 대비한 조치였다. 그 스프레이를 요긴하게 써먹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교장 선생님.”


유강인이 감탄한 목소리로 김후식 교장에게 말했다.


김교장은 예순에 가까운 나이에 젊은 괴한 둘과 싸웠다. 한 명은 날카로운 칼까지 들고 있었다.


한마디로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김후식 교장은 위기의 순간에도 용기를 잃지 않고 봉투를 지켜냈다. 백두성과의 약속을 지켰다.


김교장이 별거 아니라는 표정으로 답했다.


“해야 할 일을 한 거뿐입니다. 백두성 회장님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했습니다. 그뿐입니다.”


김후식 교장이 말을 마치고 왼손을 들어 올렸다. 손에 노란색 봉투가 있었다.


그가 잠시 노란색 봉투를 내려보다가 말을 이었다.


“유강인 탐정님.”


“네, 말씀하세요.”


김교장이 한번 헛기침했다. 크게 숨을 내쉬더니 걸음을 옮겼다. 노란색 봉투를 유강인에게 건네며 말했다.


“백회장님이 저한테 노란색 봉투를 맡겼습니다. 본인이나 경찰한테 이 봉투를 넘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안타깝게도 백회장님은 돌아가셨고 대신 경찰을 지휘하시는 유강인 탐정님이 오셨으니, 이 봉투를 백회장님 말씀대로 유강인 탐정님께 넘기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유강인이 노란색 봉투를 받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제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는 중요한 물건을 확보했다. 봉투를 열고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와! 이거 긴장되네요.”


황정수가 몸을 달달 떨었다. 황수지는 침을 꿀컥 삼켰다.


봉투 안에 중요한 정보나 물증이 있는 게 분명했다.


대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 살인과 실종이라는 참담한 일들이 연달아 벌어지는지 그 진상을 반드시 알아야 했다.


유강인이 봉투를 살폈다. 봉투는 풀로 붙어있었다. 그가 말했다.


“봉투를 열어야 합니다. 칼이 있나요?”


“여기에 있습니다.”


김후식 교장이 말을 마치고 책상으로 향했다. 책상 서랍을 열고 커터 칼을 꺼내서 유강인에게 건넸다.


유강인이 커터 칼을 받고 드르륵! 칼날을 위로 올렸다.


쓱쓱 하며 종이가 잘리는 소리가 들렸다.


조수 둘의 눈동자가 점점 커졌다.


봉투를 거의 다 열었을 때 유강인이 멈칫했다. 두 눈이 번쩍였다. 그가 생각했다.


‘잠깐! 놈들이 왜 이제야 일을 벌였지? 이 봉투를 진작에 뺏을 수 있었어.

놈들도 자서전 1권의 수수께끼와 십자말풀이, 퍼즐을 풀고 비밀 코드를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해. 그러니까 연풍 초등학교까지 왔겠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김교장을 납치하지 않았어. 대체 왜 그런 거지?’


의문점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적들은 백두성 자서전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었다. 출판사에 이동희 대리라는 스파이가 있었다. 이대리는 자서전 담당자였다.


자서전 원고뿐만 아니라, 나중에 추가된 부록도 일일이 살핀 게 분명했다.


유강인이 봉투를 꼭 쥐고 생각을 이었다.


‘그래, 가능성은 단 하나야. 세 번째 코드인 연풍 초등학교까지는 알아냈지만, 마지막 코드인 교장을 알아내지 못한 거야. 그래서 김후식 교장을 납치하지 못한 거야.

그러다 마지막 문제를 풀고 네 번째 코드, 교장을 알아챈 거야.

…………

그런데 이상한 게 있어. 타이밍이 너무 절묘해. 내가 연풍초등학교로 가자, 놈들이 움직였어. 우연한 일치인가? 이럴 가능성은 거의 없는데 … 혹 우연한 일치가 아니라면 ….’


순간! 유강인이 이를 악물었다.


‘그래! 놈들이 내 덕을 본 거야. 놈들은 마지막 코드를 풀지 못하고 연풍 초등학교만 감시하고 있었어.

내가 자서전 1권의 비밀 코드를 풀고 연풍 초등학교 가자, 바짝 긴장한 게 분명해.

학교로 가는 길목을 감시했겠지. 내가 오는 걸 보고 서둘러 움직인 거야.

경호 경찰이 학교로 오자, 교직원인양 접근해서 김후식 교장이 경호 대상이라는 걸 알아냈어. 이후 경찰이 방심할 때 그들을 제압해 버린 거고.

그렇게 마지막 비밀 코드인 교장을 알아낸 거야.

내가 움직이자, 놈들도 따라서 움직였어.’


유강인이 이를 악물었다. 눈빛이 불타올랐다.


이 모든 일이 우연한 일치가 아니라면 정보가 유출된 게 분명했다.


유강인이 비밀 코드를 풀고 연풍 초등학교로 가자, 그전까지 잠잠했던 놈들이 신속하게 움직였다.


타이밍이 너무나도 절묘했다.


비밀리에 진행하는 수사 과정을 놈들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모든 수사는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와 서해안 경찰서 강력반의 합동 수사였다.


그들은 모두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 중에 배신자가 있을 리 없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유강인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사방을 둘러봤다. 탐정의 눈빛이 갑자기 흔들리자, 조수 둘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교장실 문이 열렸다. 정찬우 형사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숨을 헐떡이며 상황을 보고했다.


“선배님, 둘을 잡지 못했습니다. 놈들이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미리 준비한 사다리로 벽을 타고 올라가 도망쳤습니다. 죄송합니다.”


정형사의 말에 유강인이 괜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놈들도 세 번째 비밀 코드인 연풍 초등학교를 알고 있었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대기한 게 분명했다.


정찬우 형사가 말을 이었다.


“뒷문 근처에서 포박된 경호 경찰 둘을 발견했습니다. 놈들이 경호 경찰을 제압하고 경호 경찰인 척 위장했습니다.”


“그렇군. 그럴 줄 알았어.”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연풍 초등학교에서 벌어졌던 사건의 진상들이 속속들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날이 갑자기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짙은 구름이 햇볕을 가렸다. 교장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볕이 약해졌다.


교장실이 한층 어두워졌을 때


아! 하며 탄성이 들렷다. 유강인의 두 눈이 두 배로 커졌다. 그가 급히 말했다.


“그래! 백형사! 백형사쪽에서 문제가 생긴 거야!”


“그게 무슨 말이죠? 백형사님한테 문제가 생겼다고요?”


황정수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유강인이 서둘러 말을 이었다.


“백형사는 지금 미라클 북스에 있어. 출간된 자서전 1권 다섯 부를 퀵으로 서울청에 보냈어. 그래서 놈들이 안 거야. 내가 움직인다는 것을!”


“탐정님,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백형사가 문제라는 건가요?”


황수지가 무척 떨리는 목소리 말했다. 유강인의 말은 백형사를 의심하는 거 같았다.


정찬우 형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깜짝 놀랐다. 백형사는 그의 동료였다. 같이 공조 수사 중이었다. 정형사가 말했다.


“선배님, 백형사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요?”


유강인이 고개를 가로젓고 급히 답했다.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야! 백형사님이 문제가 아니라 미라클 출판사가 문제야. 내가 자서전 1권 다섯 부를 받은 걸 출판사에서 알고 있어.

출판사에 제2의 스파이가 있어. 스파이가 정보를 넘기자, 연풍 초등학교에 대기하는 놈들이 움직인 거야.

정황상 놈들은 다른 코드는 다 확보했지만, 마지막 코드인 교장을 풀지 못했어. 그래서 학교 근처에서 대기만 하고 있었어.

내가 자서전 1권을 받아서 비밀 코드를 다 풀고 움직이자, 덩달아 움직이기 시작했어. 이는 누구한테 정보를 받은 게 분명해.

정보를 준 쪽은 출판사 밖에 없어. 출판사에서 직접 책을 보냈으니까!

이후 경호 경찰이 학교로 오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학교 직원인 척 마중 나와서 물어봤겠지 어떤 일로 오셨냐고, 그때 교장을 신변 보호한다는 말을 듣고 마지막 코드가 교장이라는 걸 알아낸 거야.

이후 경찰을 제압하고 경찰 행세를 한 거야.”


“네에?”


“세상에! 일이 그렇게 돌아가나요.”


조수 둘과 정찬우 형사, 김후식 교장이 모두 소스라치게 놀랐다.


정형사가 급히 말했다.


“아! 그렇겠네요. 놈들이 학교 직원인 척하며 경호 경찰에 접근해, 교장을 경호한다는 정보를 알아낸 거군요. 정말 치밀한 놈들이에요!”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급히 정찬우 형사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 백형사한테 연락해. 자서전 1권 다섯 부를 누구한테 부탁해서 퀵으로 보냈는지 어서 알아봐! 그중에 스파이가 있어!”


“네, 알겠습니다.”



*



삐리릭!


전화 벨소리가 울리자, 백정현 형사가 전화 받았다. 옆에 고두희 대표와 동생 고혜정 팀장이 있었다.


“네, 정형사님.”


“백형사! 자서전 1권 다섯 부를 누구한테 부탁해서 퀵으로 보냈지?”


“아, 그거요. 대표님한테 부탁했습니다. 목소리가 다급하시네요. 혹 무슨 일이 있나요?”


“대표님은 어디에 계시지?”


“제 옆에 계십니다. 컴퓨터 서버를 같이 조사 중입니다.”


“그럼, 대표님 바꿔.”


“알겠습니다. 전화를 바꾸겠습니다.”


백정현 형사가 고두희 대표에게 핸드폰을 넘겼다. 고대표가 핸드폰을 받고 말했다.


“네, 미라클 북스 고두희 대표입니다.”


“고대표님, 서울청 정찬우 형사입니다. 출간한 자서전 1권을 다섯 부를 서울청으로 보내셨죠?”


“네, 그랬죠.”


“누구한테 일을 시켰나요?”


“동생, 아니 고혜정 팀장한테 일을 맡겼습니다.”


“고혜정 팀장이라고요? 고팀장이 어디에 있나요?”


“잠시만요.”


고두희 대표가 고개를 돌렸다. 방금까지 옆에 있었던 동생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고대표가 말했다.


“방금까지 옆에 있었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네요.”


정찬우 형사가 크게 외쳤다.


“고팀장을 당장 찾아야 합니다!”


“대체 왜 그러세요?”


“정황상 고팀장이 … 스파이 같습니다. 조사해야 합니다.”


“네에?”


고두희 대표가 깜짝 놀랐다. 스파이라는 말에 너무나도 놀란 나머지 휘청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 백정현 형사가 깜짝 놀랐다. 그녀를 서둘러 부축했다.


고대표가 두 눈을 크게 뜨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동, 동생, 고팀장을 어서 찾아주세요.”


“알겠습니다.”


백정현 형사가 서둘러 움직였다. 고두희 대표를 일단 자리에 앉혔다. 그녀가 매우 놀란 거 같았다. 안색이 창백했다.


현재 경찰은 미라클 북스를 수색하고 있었다. 회사 서버 및 각종 서류를 뒤지고 있었다.


실종된 자서전 담당자 이동희 대리는 스파이가 분명했다. 이 사실을 안 고두희 대표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선친이 물려준 회사를 잘 관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잠을 설쳤다.


그러다 동생까지 의심받자, 그 충격이 말이 아니었다.


백정현 형사가 옆에 있는 직원들에게 고혜정 팀장의 행방을 물었다. 직원들이 답했다.


“아까까지 계셨는데 형사님이 전화 받자, 급하게 사무실에서 나가셨어요.”


“맞아요. 급한 일이 있는 거 같았어요.”


“화장실에 가신 게 아닐까요?”


“알겠습니다.”


백형사가 사무실 밖으로 나가려 할 때


차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들고 백정현 형사가 급히 고개를 돌렸다. 테라스로 달려갔다. 이곳은 2층이었다.


흰색 차 한 대가 재빨리 움직였다. 주차장에서 빠져나가더니 대로로 향했다.


“아! 저 차는?”


백정현 형사가 차 엠블럼을 재빨리 파악했다. 유명한 세단이었다. 그가 급히 고두희 대표에게 말했다.


“동생분 차가 흰색 아르메스 아닌가요?”


“맞아요. 혜정이 차가 흰색 아르메스에요.”


“그렇군요. 지금 차를 타고 대로로 들어갔습니다.”


“뭐라고요? 세, 세상에! 혜정아! 대체 왜 이러는 거야!!”


고대표가 울부짖었다. 그녀의 두 눈에 커다란 실망감이 서렸다.


상황이 다급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백정현 형사가 핸드폰을 들었다. 아직 전화가 끊기지 않았다. 그가 정찬우 형사에게 말했다.


“정형사님, 고혜정 팀장이 회사를 급히 떠났습니다.”


“뭐라고? 어서 잡아야 해! 서둘러!!”


“알겠습니다.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죠? 고대표님이 무척 놀라셨습니다.”


“고혜정 팀장이 … 스파이 같아.”


“네에? 스파이라고요?”


“응, 이동희 대리랑 고혜정 팀장이 스파이야. 스파이가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었어.”


“그렇군요. 그래서 잽싸게 도망친 거 같군요. 제가 전화를 받자, 통화를 엿듣고 바로 도망친 거 같습니다. 차를 즉시 수배하겠습니다.”


“그래, 서둘러 줘.”


정찬우 형사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상황을 유강인에게 보고했다.


유강인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말했다.


“그렇군. 고혜정 팀장이 스파이였어. 우리를 감쪽같이 속였어. 한 명은 스파이라는 걸 빤히 드러내며 도망쳤고 다른 한 명은 계속 남아서 우리의 동태를 살폈어.

놈들이 잔머리를 굴리는군. 그래도 내 손바닥 안이야. 놈들은 절대 도망칠 수 없어.”


유강인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노란 봉투를 꽉 쥐었다. 이제 봉투를 열어야 했다.


봉투가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비밀의 마지막 문이 열렸다.


유강인이 안을 살폈다. 봉투 안에 커다란 사진 한 장이 있었다.


“이건 사진이잖아?”

이전 12화 추리 소설_탐정 유강인 18편_41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