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보통의 하루

아보하가 우리에게 건네는 평온의 철학

by 이상한 나라의 폴

최근 유튜브 채널을 하나 개설하려고 퍼스널 브랜딩을 하고 있었다. 이 채널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우리의 소중한 하루, 나 혼자가 아닌 우리로서의 위로와 안도, 그리고 마음의 평화와 감사를 키워드로 정했다. 그랬더니 “아보하”를 추구하는 채널이라고 정의가 내려졌다.


“뭐? 아보하?”


내게 아보하는 생소한 단어였다. 검색을 해보니 2025년 아주 핫한 트렌드였고, 나 자신도 그 트렌드에 맞게 생활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궁금했다. 어쩌다 이런 공통의 패턴 속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속하게 된 걸까?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걸까?


갓생(God 生) vs.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

Gemini_Generated_Image_t6a39rt6a39rt6a3.png

현대 사회는 오랫동안 '갓생'이라는 이름 아래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2025년을 관통한 '아보하'라는 키워드는 이러한 피로 사회에 정반대의 화두를 던진다. '아주 보통의 하루'라는 뜻의 이 키워드는 특별한 성공이 없어도 무탈하게 지나가는 하루 자체를 긍정하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집단적인 번아웃과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사람들은 도달하기 어려운 행복보다 당장 내 곁의 평온함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최근 우리가 겪었던 비상계엄 사태와 같은 예기치 못한 사회적 충격은 아보하의 의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를 목격하며, 사람들은 '어제와 같은 오늘'이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지 깨달았다. 이제 아보하는 단순한 휴식을 넘어 외부의 혼란으로부터 내 삶의 리듬을 지켜내려는 능동적인 저항이자 삶을 대하는 단단한 의지가 되었다.


한국의 '아보하'를 넘어 글로벌 '글리머(Glimmers)'로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보통의 가치'가 비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글로벌 트렌드 정보사 WGSN은 2026년 전 세계를 관통할 정서적 키워드로 '글리머(Glimmers)'를 꼽았다. 이는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아주 작은 기쁨의 순간들을 의미하며, 한국의 '아보하'와 그 궤를 같이한다. 서구권의 '소프트 리빙(Soft Living)'이나 네덜란드의 '닉센(Niksen)'처럼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전 세계인이 치열한 경쟁보다는 정서적 안전과 소박한 평온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 즉, 아보하는 한국 사회의 특수성 위에 인류 보편적인 평온의 갈망이 더해진 글로벌 메가 트렌드의 한국적 변주인 셈이다.


글로벌 트렌드사의 '글리머(Glimmers)': 앞서 언급한 WGSN은 2026년 주요 정서로 '글리머'를 꼽았습니다. 이는 '트리거(심리적 상처를 건드리는 것)'의 반대말로,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아주 작은 기쁨의 순간을 의미합니다. 한국의 아보하와 완벽하게 궤를 같이하는 글로벌 트렌드입니다.


서구권의 '소프트 리빙(Soft Living)': 북미와 유럽에서는 치열한 경쟁(Hustle Culture)을 거부하고, 정신적 평온과 스트레스 없는 삶을 지향하는 '소프트 리빙'이 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닉센(Niksen)'과 덴마크의 '휘게(Hygge)':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얻는 평온(닉센), 그리고 편안하고 소박한 일상을 즐기는 태도(휘게) 등은 아보하가 추구하는 '보통의 가치'가 인류 보편적인 갈망임을 보여줍니다.


Gemini_Generated_Image_nkwx2fnkwx2fnkwx.png


2026년, 평온은 '전문성'과 '준비'로 진화한다


이러한 평온의 철학은 2026년에 이르러 전문가들이 예고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6>은 이를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와 '레디코어(Ready-core)'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아보하가 '아무 일 없는 무탈함'을 추구하는 단계였다면, 다가올 시대는 그 평화로운 토대 위에서 인간만이 가진 깊은 전문성과 통찰을 꽃피우는 시대가 될 것이다.


단순히 쉬는 것에 그치지 않고, AI가 대신할 수 없는 나만의 고유한 영역에 깊게 파고드는 '능동적 몰입'이 핵심이다. 불안한 사회 속에서 삶을 스스로 구조화하고 대비하는 '레디코어'적 태도는 아보하가 실질적인 삶의 전략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결국 우리가 추구해야 할 소중함은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나다움'과 '전문적 깊이'에 있다.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성과가 없어도 내가 좋아하는 차 한 잔을 마시며 나만의 취미에 몰입하는 행위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된다.


거창한 계획 대신 내 마음의 평화를 깨뜨리지 않는 선에서 하루를 꾸려가는 것, 그리고 타인의 속도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보폭을 유지하는 것이 본질이다.


실천 방법은 간단하다. 일상 속에서 쉼표가 되는 순간들을 의도적으로 배치하고, 그 비워진 시간에 내가 진정으로 몰입할 수 있는 본질적인 것들을 채워 넣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스마트폰을 보기 전 풍경을 바라보거나, 나를 미소짓게 했던 일이나 감사했던 순간들을 기록해 보기를 권한다. 스스로에 대한 위로와 감사가 모여 아주 보통의 하루는 비로소 마음의 평화로 완성된다.


평화를 빕니다!.(Peace be with you!)


Gemini_Generated_Image_4yiljd4yiljd4yil.png

(여러 불안 속에서 우리가 지켜냈던 작은 평화는 무엇이었나요?)


내가 한창 전국을 운전하며 고객사를 방문하는 B2B 영업을 할 때 나의 일과는 우선 점심으로 무엇을 먹고 싶은지 식당을 고르는 일로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야 방문할 고객과 일정을 식당 중심으로 계획했었다.

뭐 사실 서로 입맛이 맞아야 효율이 나는 거니까... 난 원래부터 아보하적인 삶을 살아왔었나 보다.

sticker sticker


[해시태그] #아보하 #글로벌트렌드 #글리머 #트렌드코리아2026 #레디코어 #마음챙김 #브런치인사이트

keyword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