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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주 Mar 25. 2022

카카오톡 없이 한번 살아볼까?

3월 10일부터 20일까지 열흘동안 비슷한 내용의 문자를 세 번 받았다.

Kakao안내
-일시 : 3/10(목) 21:40
-환경 : PC/Chrome
인증번호 : *******
본인이 직접 로그인 시도한 게 아닌데 이 메일을 받았다면,카카오톡 "k-ao"친구추가 후 상담원에게 문의해주세요.

내가 아니었다. 나는 내 사무실, 집, 핸드폰 이외에 다른 곳에서 로그인 시도를 한 적이 한번도 없었을 뿐더러, 접속을 시도했다는 시간대는 내가 폰을 쥐고 있지도 않는 시간이었다. 제일 처음엔 무시했고, 두번째는 잠이 드는 바람에 잊어버렸는데, 세번째 저 문자를 받고는 너무 찜찜해서, 문자의 안내대로 상담원을 친구추가하여 신고를 했다.

"이러이러한 내용의 문자가 계속 온다, 해킹당한 것 같은데 조치를 취해달라."

이게 지난 20일 밤 9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곧 본인인증 전화가 왔고 인증을 완료했다. 사람인지 기계인지 모를 상담원이 검토와 확인을 위하여 내일 아침 8시까지 카카오톡 사용이 제한된다는 안내를 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로그아웃되었다.

다음날 아침, 사무실에 출근하여 로그인을 하려고 했는데 창이 하나 떴다.

카카오톡 서비스 이용제한으로 인해 로그인이 불가한 카카오계정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카카오 고객센터로 문의해 주세요.

자동로그인 설정된 PC버전도 마찬가지 알림이 뜨면서 접속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새 계정을 만들려고 "새로운 카카오계정 만들기"를 눌렀는데 안된다.

-인증번호를 받을 수 없는 번호입니다.
-서비스 운영정책 위반으로 카카오톡 사용이 제한되었습니다. 심각한 운영정책 위반사유가 확인된 번호는 해제 불가하며 이용제한 조치 이후 최대 60일간 카카오톡 가입을 위한 인증번호 발송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앱을 삭제하지 마시고 고객센터에 문의해주세요. (오류코드: -997,LO)

고객센터 전화번호도 바로 나와있지 않아 인터넷을 검색해 전화를 걸었다. (1577-3754)

상담원 연결은 아예 안되고(연결이 어려운 게 아니라 사람 상담원 자체가 없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작년 상반기에 코로나 확산방지를 이유로 상담원 연결서비스를 중단했다고 한다.) 녹음된 기계음이 형식적인 안내만 반복했다. 그리고 카카오톡 이용이 제한된 경우라면, 고객센터 사이트에 글을 남기라고 하면서 고객센터 주소를 문자로 보내주었다. (http://cs.kakao.com)

그래서 문의글을 남겼다. 21일이었고, 이보다 더 상세할 수는 없겠다 싶을 정도로 자세한 정황을 글로 남겼다.

곧 접수완료 메일이 왔다.

안녕하세요. kakao입니다. 고객님의 문의가 정상적으로 접수되었습니다.
고객님의 문의에 감사드리며,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답변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저희 kakao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무런 조치도 안내도 없이 사흘이 지났다.

연락? 언제든지? 연락할 방법은 게시판 문의하기밖에 없는데? 슬슬 화가 났다.

심지어 발신된 주소로 메일을 보내려고 하자, 발신전용주소라 발송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3일 후 저녁, 내 문의글에 대한 답신이 왔다.

안녕하세요. 카카오 고객센터 입니다.
고객님께서 발송하신 메시지가 다른 사용자들에 의해 다수 신고되었으며,
다수의 계정으로 동일/유사한 메시지가 반복하여 발송되고 있어 60일간 카카오톡 이용이 제한되었습니다.
임시조치 기간에는 카카오톡 인증/가입 및 탈퇴에 제한이 있습니다.
또한, 임시조치 기간 중 임의로 탈퇴를 하는 경우 재가입 불가 기간이 7일 더 추가됩니다.
만일, 상기 내용과 무관한 상황이라면 저희가 확인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주십시오.
접수하신 내용을 참고하여 다시 검토하겠습니다.
--------------
한국 전화번호의 카카오톡 탈퇴는 다음의 내용을 참고해 주십시오.
(이하 카카오톡 탈퇴안내)
감사합니다.

???

다시 읽어보아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해킹당한 건 나고, 내가 아니면 신고하라고 한 건 카카오고, 그래서 조치를 취해달라고 신고했고, 내가 나라는 걸 인증도 했는데, 내가 왜 60일간이나 이걸 못쓰는 거지? 저건 내가 문의한 사항에 대한 답변이 아니었다.

게다가. 나는 그렇게도 자세히 상황을 설명하고 사진까지 첨부하고, 업무관련 자료, 금융거래까지 있으니 최대한 빠른 시일내로 해결해주십사 사정까지 했는데, 저렇게 간단하고도 형식적인 답변은 뭐지?

내가 발송한 어떤 메시지가 어떤 사용자들에 의해 신고되었는지 정도는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나와 무관한 상황은 아니나, 카카오톡에 로그인도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내가 더이상 알려줄 수 있는 내용은 없었다. 그리고 카카오 측에서는 뭘 확인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 아무것도 명시해주지 않았다. 그래 뭐. 보안을 위해,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60일동안 이용제한 조치를 하는 거라면, 좋게 생각해서 그러라고 한다치자. 그렇다면 그동안 카카오톡과 연계된 그 많고 많은 서비스들은 어떻게 관리되며 그것 또한 어떠한 사유로 사용할 수 없다는 안내라도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카카오톡을 사용한 지 10년 정도 된 것 같다. 처음엔 간단한 메신저의 기능으로만 사용했지만, 지금은 이체와 결제같은 금융업무는 물론 각종 고지서와 영수증 확인도 카카오톡을 통해서 하고, 인간관계도 거의 거기서 맺어지고 끊어지며, 파일을 주고받기 쉬워 업무자료도 많이 저장되어있다. 또한 카카오택시며 카카오내비 등... 소소한 친목도모, 대화의 수단을 넘은지 오래며, 단 하루도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고 지내는 날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간단히 이용이 제한되었고, 그걸 지인들에게 설명할 수도 없었다. (적어도 내 계정을 누르면 '어떠한 사유로 이용제한된 계정입니다.'라는 표시라도 되어야 하는 것 아닌지. 아니면 상태메시지에 내가 지금 카카오톡을 사용할 수 없다는 걸 설정할 수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5일이 지났다. 다행히(?) 나의 좁디좁은 인간관계 덕분에 큰 문제는 없었다. 자주 연락하는 엄마와 언니, 아이 유치원 선생님께만 사정을 얘기하고 문자와 전화로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카톡을 통하면 금방 확인되고 해결되는 것들이 다 막히자 소소하게 짜증이 났고, 속해있던 단톡방에서는 내가 말도 없이 나간 후 소식이 없다고 했고, 한 친구는 내게 무슨 일이 있냐며 전화를 걸어왔다. 이렇게 물어주고 말해주면 고마운거다. 누군가는 내게 톡을 보내놓고 답장을 하지 않는다며 오해를 쌓고 있을수도 있다. 그렇다고 매일 연락하는 것도 아닌 지인들에게 일일이 문자를 보내 "제가 60일간 카톡이 안된답니다." 라고 말하기도 그렇지 않은가.   


이렇게 큰 대기업에서 이런식으로밖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에 솔직히 많이 실망했다. 종종 거래하는 지역은행의 상담센터보다 못하다. 인터넷을 검색하다보니 이런 사례가 상당히 많았다.

-지들 마음대로 이용제한 해놓고 전화연결도 안되는 카카오 %^&*(심한말...) - 이 한 줄에 격하게 공감했다.


나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이대로 카카오톡을 탈퇴한 후 더이상 사용하지 않을지, 아니면 다시 한번 구구절절 사정을 설명한 문의를 보낼지 말이다. 나같은 사례의 후기를 보니, 설명을 하고 하고 또해서 한달만에 이용제한 조치가 풀렸다는 글도 있고, 결국 포기하고 60일을 기다렸다는 글도 있다. 한 달이면 없이 사는 것도 적응될 것 같은데... 굳이 이렇게 카카오톡을 쓰고자 매달려야 하는 걸까?


하지만 요즘 세상에 카카오톡을 이용하지 않는 건, 내가 불편한 건 차치하고서라도, 내 지인들을 불편하게 한다. 그리고 안그래도 좁디좁은 세상에 갇혀사는 나를, 좀 더 확실히 고립시킬 것이다.

  

이 문제를 겪으며 카카오톡의 모토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사람과 세상을 향한 모든 연결의 시작"

방금 알게 된 이 문장이, 약간 무서워졌다. 카카오를 통하지 않으면 아무것과도 연결될 수 없다는 것 같아서...


엄지손가락 한 마디만한 아이콘, 그 속의 거대한 세계와 수많은 사람들을 새삼스레 생각하면서,

나는 어쩌다 잠겨버린 문 앞에 서있다.

열어달라고, 내 잘못이 아니니 제발 열어달라고 다시 두드려볼 것인가, 아니면 '니까짓 것..' 하고 뒤돌아서 버릴 것인가.

아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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