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는 늘 존재해왔다.
두 사람의 숨결 사이에,
두 손끝이 서로를 향해 떨리는 그 미세한 틈새에도.
우리가 이름 붙이지 않았을 뿐,
거리는 언제나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내가 너를 마주보는 지금 이 순간도,
우리는 서로를 닮은 그림자처럼 가깝고,
서로를 잃어버린 별처럼 멀다.
어느 날은 겨우 0.5cm,
어느 날은 수천 킬로미터.
이토록 단순한 수치로는
측량할 수 없는 간격이 우리를 가로막는다.
마주 잡은 손끝이 닿고도 닿지 못하는 밤이 있었고,
멀리 떠난 그대의 안부가
마음 깊은 곳에 울리는 날이 있었다.
거리란 무엇일까.
발자국으로, 시간으로,
혹은 손끝으로 잴 수 없는 이 간극의 이름은.
사람들은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세계는 손바닥만큼 작아진다고.
그러나 나는 안다.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순간,
그대가 내 곁에 숨 쉬고 있더라도
세계는 끝없는 사막처럼,
눈을 감아도 닿지 않는 먼 우주처럼
아득히 멀어진다는 것을.
마음이 멀면 손끝이 닿아도 멀고,
마음이 닿으면 세상이 우리를 갈라놓아도 가깝다.
이토록 아이러니한 거리의 법칙 속에서
나는 그대를 부른다.
그러니 그대여,
우리의 간격을 헤아리지 말자.
발끝으로, 손끝으로,
서투른 말들로 이 거리의 크기를 재려 하지 말자.
우리가 진짜 가까운 날은,
서로를 향해 한 걸음도 내딛지 않아도
이미 마음이 먼저 가 닿는 그런 날일 테니.
거리가 우리를 갈라놓는다면
그 갈라진 틈 사이로 스며드는 빛이 되어
나는 그대의 마음을 노크하리라.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우리가 닿는다는 것을 믿으며.
그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멀리 있는가.
가까이 있는가.
나는 다만 믿을 뿐.
그대의 마음이 나에게 닿아 있다면,
이 거리는 언제나
가장 가까운 곳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