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개 익숙한 길을 걷는다.
그 길은 편안하고 안정감을 준다.
자주 걸어본 길이라는 사실이
우리를 안심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 발을 들이려 할 때,
모든 것이 달라진다.
익숙함이 사라진 자리에 불안이 밀려온다.
‘내가 지금 가려는 이 길이 정말 맞는 걸까?
'이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자꾸만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게 된다.
그런데도 어딘가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가 있다. 아주 작고 연약한 소리지만, 오래전부터 나를 부르고 있었던 것처럼 나를 이 길로 이끈다. “이 길을 따라가면, 네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그 소리가 내 마음속에서 점점 커지며 불확실한 길 속으로 나를 내몬다. 두렵고 낯선 길이지만, 그곳에서 만날 나 자신이 어쩌면 내가 몰랐던 진짜 나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남아 있다.
명상은 나에게 그런 길이다. 눈을 감고 고요히 앉아 있는 이 단순한 행위가 내 삶에 무슨 변화를 줄 수 있을까? 이 낯선 길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런 의문들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몰랐던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을 거라는 작은 기대를 놓을 수가 없다. 명상은 아직 나에게 완전히 열린 길이 아니고, 그래서 더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도 그 고요 속에 내가 찾고 있는 무언가가 있을 것 같다는 작은 예감이 나를 붙잡아 준다.
어릴 때부터 명상이 궁금했지만, 동시에 두려움도 따랐다.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불쑥 떠오르는 생각들. 그 생각들은 늘 불안과 의심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 단순한 행위가 정말 내게 평화를 줄 수 있을까?’ 고요 속에서 의문들이 더 커졌고, 명상은 마치 나와는 거리가 먼, 다른 세상의 이야기 같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마음 깊은 곳에서는 명상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싶은 작은 바람이 자리하고 있었다.
세상은 명상의 가치를 이야기 한다. 마음속 모든 소음을 걷어내고 오직 나만 남게 해 준다고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명상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만났다고 했고, 심리학에서도 ‘마음 챙김’이라는 말이 익숙해질 정도로 명상의 힘을 언급했다. 나도 그들이 만났다는 그 평화의 한 조각을 느끼고 싶었지만, 명상의 진정한 깊이를 알기에는 어딘가 부족했다. 그저 호기심만으론 그 길을 온전히 걸어갈 수 없음을 깨달았다. 한편으로는 명상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그 길을 탐구해 보고 싶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른 채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러면서도 명상에 대한 나의 갈망은 사라지지 않고 내 마음 한편에 묵직한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다 나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불교 사찰에서 진행되는 10박 11일 템플스테이. 길고 낯선 시간이었지만, 이곳에서 명상에 대한 깊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마음속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년에 단 한 번 열리는 ‘4시간 집중 명상’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4시간 동안 앉아 있어야 한다는 말에 많은 사람들은 망설였다. 그러나 나는 주저하지 않았다. 이런 기회를 또다시 가질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에,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는 오롯이 4시간 동안 내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고, 명상의 진정한 깊이를 경험할 수 있는 더없이 소중한 기회였다. 게다가 지도 스님께 직접 명상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은 더없이 귀중했다. 그렇게 나는 망설임 없이 4시간 집중 명상에 참석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