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얀 Nov 23. 2021

32살에 다시 취업 준비 중입니다

돈터뷰6 : 창업 대신 취업 



문희철 (32, 스타트업 이직 활동 중, 7년간 스타트업 창업 경험에세이 출간 작가)     





[김얀희철 님에게 돈이란 무엇입니까?     


[문희철]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어쨌거나 우리가 살아가는 곳은 자본주의 사회고, 어떤 가치들은 돈으로 지불할 수 있는 ‘숫자’로 표시되어 있단 말이죠, 결국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는데 여기에도 돈이 꼭 필요하죠. 그렇기에 돈은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가지는 것이죠.     




[김얀최근 다시 구직 활동 중이라고 들었는데잘 되고 있나요?     


[문희철] 핀테크 스타트업 콘텐츠팀에서 일하다가 며칠 전에 퇴사했어요. 새로운 업무로 경력을 전환할 계획인데, 개인적인 준비는 거의 다 된 것 같아요. 이제는 시도의 빈도를 늘리는 일만 남아 있어요. 

   


취업 성공을 위한 ‘자기 객관화’     



[김얀이력서와 면접에서 구직자가 가장 단단히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문희철] 일단 기본적으로는 그 회사에 대한 이해가 먼저겠죠. ‘이 회사가 무슨 비즈니스 하고 있는가?’ ‘내가 지원하려는 직무는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가?’ 등을 바탕으로 그 회사와 직무에 내가 왜 맞는 사람인지를 어필해야 하니까요     

그다음으로는 ‘자기 객관화’를 잘해야 하는 것 같아요. 내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속성을 가진 사람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거죠. 좀 더 구체적으로 쪼개보면 HR 시장에서 자주 쓰는 용어 중에 KSAOs가 있어요. 

*Knowledge 지식 Skills 기술, Ability 능력, Other charactheristics 기타 특성 (태도나 품성 같은 것)       

자기 객관화를 통해 본인의 KSAOs를 잘 추출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기업은 사람을 뽑는데 어떤 직무를 열어놓고 거기에 맞는 사람을 찾는 거잖아요. 기업이 생각하는 KSAOs가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보고 본인과 일치도가 높을수록 승률이 올라가겠죠. 


마지막으로 어떤 형태로든 경제활동을 하면서 구직 활동을 병행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오전 카페 아르바이트든 배민 커넥터가 됐든, 일단 소득의 크기에 상관없이 뭔가 정기적인 형태의 수입원을 두고 있어야 덜 피폐해지는 것 같아요. 취업이 안 되어 구직 활동 기간이 길어지다 보면 정신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힘들어질 수밖에 없잖아요. 자기 효능감을 찾기 위해서든, 실존적으로 먹고살기 위해서든 경제활동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 아닌 스타트업, 창업 아닌 취업을 택한 이유       



[김얀그런데 왜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을 염두에 두고 구직 활동을 하는지요?     


[문희철] 현실적으로 90년생이자 32살인 제가 지금 중견기업이나 대기업 신입으로 들어가기에는 조금 늦은 감이 있어요. 그쪽에서 요구되는 표준화된 자격(자격증, 학점, 공모전 등 스펙)에 대한 준비를 해왔던 사람은 아니라서요. 제가 빠르게 적응해서 일할 수 있는 기업의 범주는 스타트업 씬인 것 같아요. 저는 자기 객관화가 잘 되는 사람이랍니다. (웃음)     


개인적인 이유만 있는 건 아니에요. 스타트업이라는 범주 자체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거든요. 2021년 상반기에만 VC(벤처캐피털 리스트)와 스타트업 투자에 몰린 돈이 4조 원이 넘어요.      

서퍼는 파도를 만들 수는 없지만, 파도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잖아요. 스타트업 씬에는 분명 큰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창업을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요소      



[김얀실제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7년간 운영했던 경험이 있는데 왜 창업을 하지 않고 구직 활동을 하는지요?     


[문희철] 실제 면접장에서 대표님들로부터 꼭 듣는 질문이에요. 창업을 할 때 필요한 3가지 요소를 보통 사람, 그 분야의 구체적인 형태의 지식과 전문성, 그리고 자본이라고 하는데요, 현재 저는 이 세 가지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창업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아요. 다시 말하면, 제가 취업을 하려하는 이유는 사람을 얻기 위해서, 안정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김얀] 7년 동안 어떤 창업을 해왔어요?     


[문희철] 첫 번째 창업은 에듀테크 스타트업이었어요.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돕는 회사였는데, 처음 2년 동안 오프라인 사업만 하다가 3년 차부터 온라인 솔루션을 만들었어요. 거의 4년 동안 최대한 버텼죠.      


여러 부분에서 성과가 있었지만, 돌이켜 보면 ‘배제와 집중’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여러 개의 사업이 잘되더라도 확실히 잘 되는 하나에 빠르게 집중해야 됐어요.      

여러 부분에서 성과가 있었지만, 돌이켜 보면 ‘배제와 집중’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여러 개의 사업이 잘되더라도 확실히 잘 되는 하나에 빠르게 집중해야 됐어요.      



두 번째 사업은 미식 콘텐츠를 AI로 추천하는 서비스였어요. AI 분야 석박사 등 소위 말하는 ‘팀 구성이 정말 좋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코로나 19를 만나긴 했지만요.      

외부요인을 다 떠나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찾자면,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느라 빠르게 출시하지 못했어요. 





빨리 시도하고 실패를 빨리 인정할 것          


[김얀실패에서 얻은 깨달음은 무엇이었을까요


[문희철] 두 번의 창업 경험을 돌아봤을 때 ‘일단 빨리 시도하는 것’과 ‘빨리 실패하는 것’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      


‘빨리 시도하는 것’은 일단 본인이 생각하는 아이템을 기능상 완벽하게 구현하기 전에 먼저 한번 가볍게 테스트를 해보는 거예요.      

가령 ‘서울에 방문한 외국 K-culture 팬에게 테마별로 완벽하게 하루 일정을 짜준다면 1만 원을 지불할까?’와 같은 가정을 테스트해보는 거예요. 이런 테스트는 제품 없이도 할 수 있어요. 이 부분에 관한 이야기는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이라는 책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거예요. 아이템을 찾고 사업화하는데 중요한 마인드셋과 방법론을 담고 있거든요.     


두 번째인 ‘빨리 실패하는 것’은 제가 스타트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에요, ‘포기할 용기’를 내기가 진짜 어렵거든요. 삶에서도 그렇고, 사랑도 그렇고(웃음) 우리도 모르게 빠져드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러다 보니 이성적으로 ‘이대로 가면 안 된다.’라는 생각이 들어도 확실하게 끊어내지 못하거나 상황에 끌려가요.      

창업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피보팅을 하는데 이전 것을 완전히 배제하거나 버리지 못했어요.  


물론 이런 반론도 있을 수 있어요. ‘성공한 이들 또한 오랫동안 버텼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있었다.’ 무엇이든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제가 실패에서 얻은 교훈은 ‘빠르게 실패하고 될 것에 집중하자’인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전쟁은 해 봤지만, 패전했기 때문에 제가 하는 말에 너무 가중치를 두고 듣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제너럴리스트가 될 것인가, 스페셜리티를 갖출 것인가?          



[김얀창업했던 사람들이 사원이 되었을 때의 장단점은 뭐가 있을까요?     


[문희철] 기본적으로 창업가들은 넓은 분야에 지식과 경험을 가진 제너럴리스트들이 많아요. 어떤 분야에 뾰족한 전문성을 가졌다기보다 전체적인 사업 과정을 잘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조직에서는 분명히 그게 힘이 돼요. 하지만 큰 조직의 구성원들은 자신의 직무 영역에서 ‘뾰족함’을 필요로 해요. 최근에 제가 경험한 곳은 160명이 넘는 조직이었는데요, 예를 들면,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글쓰기는 좀 더 정제되고 뾰족한 글을 원하죠. 저는 브런치를 통해 출간까지 했고 글쓰기에 나름 자신이 있었지만, 확실히 산업 분야 특히 핀테크 분야에서는 논리적인 사고 능력과 두괄식 구성 능력이 훨씬 더 많이 필요했어요.


결과적으로는 이런 경험이 진정한 저를 찾아가도록 만들어 준 것 같아요. 저는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제너럴리스트로서 결과를 만드는 일을 잘하고 싶은 사람이더라고요.     


저는 창업가 출신이니까 BD(Business Development,사업 개발)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스타트업의 BD 직군은 정해진 체계가 많지 않고, 때로는 위험하고, 부단히 뛰어들어 개척해 나가야 하는 분야예요. 저는 그 일을 더 하고 싶고,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뜻대로 쉽게 되지 않더라도 음울한 기분에 빠지지 말자구요          



[김얀현재 구직 활동 중인 독자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문희철] 돈에 대해 이해하고 버는 일에 뛰어드는 건 빨리 시작할수록 좋은 것 같아요. 나쁘게 벌지 않고 반칙하지 않고 비도덕적이지 않은 일이라면 돈을 벌고 모아가는 과정은 굉장히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인간으로서 우리의 존엄을 지켜주니까요.


돈을 버는 과정에도 여러 가지 유형의 수입원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창업과 취업 말고도 재능을 활용한 소소한 부업을 해 봐도 좋고요.     


저는 직장을 다닐 때, 과거 창업 경험을 살려 B2B 사업 제안서, 정부 지원 사업계획서 작성을 돕는 일이나 유튜브 채널 기획 컨설팅 등의 부수입을 만들었어요.


돈을 벌면 또 어떻게 쓸 것인지도 고민하게 되는데요. 20대 때는 경험을 사는 것에 돈을 아끼지 말라는 얘기를 하잖아요. 저는 20대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어서도 본인을 더 강화하는 경험, 감정적으로 풍부해지는 경험에 아끼지 않고 계속 돈을 쓸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 저처럼 지금 구직 활동을 하고 계신 여러분. 우리 뜻대로 쉽게 되지 않더라도 절대 ‘음울함’에 빠지지 맙시다. 사실 저도 며칠 전 최종 면접에서 미끄러졌는데요, 다시 훌훌 털고 또 부단히 시도해보면 되지 않을까요?   

   

힘들 때일수록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좋은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서로를 응원하자고요, 부단히 시도하고 실패를 빠르게 인정하기. 그러다 보면 반드시 하나는 성공하리라고 믿습니다.





문희철의 에세이



문희철의 브런치 방문하기 :  쓰고 말하고 노래하는 차세대 무명인사 문희철 (brunch.co.kr)

작가의 이전글 예술로 돈 벌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