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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뚱땡 Nov 18. 2020

비가 내리던 날에...

어미개와 강아지



"미종아, 어디 있니?"

아침부터 비가 그치지 않고 내리고 있었다. 구석구석 찾아보아도 미종이랑 새끼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 녀석들이 밖으로 나간 모양이었다. 비가 이렇게 내리는데, 어디라도 들어가 있는 건지 걱정이 되어 자꾸 대문 쪽을 바라보았다. 정말이지 비도 오는데, 어린 새끼들까지 끌고 나간 미종이에게 화가 났다.


마루에 걸터앉아 녹이 슨 호미를 닦고 계시는 아빠를 바라보며 지붕 위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에 움푹 패어 물이 고인 마당의 웅덩이를 쳐다보고 있는데,,, 낑낑 소리에 얼른 대문 쪽을 쳐다보니 미종이가 비를 맞으며 안절부절 왔다 갔다 하며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난, 불안한 마음에 맨발로 미종이에게 뛰어가 이리저리 주위를 둘러봤지만 새끼들은 보이지 않았다.



"아빠, 새끼들이 없어요."

아빠는 이미 대문을 벗어나 저만치 달려가고 계셨고, 아빠 앞에서 미종이가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난, 헐레벌떡 신발을 찾아 신고서 아빠의 뒤를 따라 달렸다. 뒤이어 엄마가 나를 부르며 따라오는 것이 보였다. 그러는 동안에도 비는 여전히 계속 내리고 있었다.


논둑을 따라 달리는 동안 자꾸 미끄러지는 신발에 넘어질 듯하며 아빠의 뒤를 쫓았고, 비가 와서 눈앞이 잘 보이지 않아 얼굴을 계속 훔치기를 반복하며 간신히 개울가 둑에 서 계신 아빠에게로 달려갔다. 미종이는 계속 그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짖고 있었다. 그때였다. 물살이 엄청나게 빠른 개울 둑 근처에서 낑낑거리는 가냘픈 소리가 들린 것은...


새끼 3마리가 풀에 걸려 간신히 매달려 있었고, 잘못하다간 금방이라도 물에 휩쓸려 떠내려 갈 것 같았다. 아빠는 신발을 벗고는 재빨리 둑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가 따라 내려가려고 하자 큰 소리로 위험하다고 오지 말라며 소리치던 아빠는 순식간에 개울로 미끄러졌고, 난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때 마침 도착한 엄마가 얼른 윗옷을 벗어서 보자기처럼 묶은 다음에 아빠에게 내려 보내자, 아빠는 그 안에 새끼 한 마리를 붙잡아 담아 올렸다. 엄마와 나는 둑 위에서 강아지를 끌어올렸다.


2마리를 무사히 담아 올린 다음, 난 얼른 젖은 새끼들을 품에 꼭 안았고 나머지 1마리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엄마에게 소리쳐 물었다. 하지만 계속 퍼붓는 빗 소리에 엄마 말을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빗소리에 섞인 아빠의 커다란 목소리에 개울 쪽을 보니 강아지가 물에 휩쓸려 떠내려 가고 있었다. 난 발을 동동 구르며 강아지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품에 안긴 2마리의 강아지들은 약하게 낑낑거리고 있었고, 미종이는 쉬지도 않고 짖어대고 있었다.


아빠는 허리까지 차는 개울 물을 따라가며 엄마에게 소리를 질렀고, 엄마는 개울 밑으로 달려갔다. 나도 강아지들을 안고 엄마를 쫓아갔다. 한참을 개울 밑 방향으로 달리다 보니, 커다란 나뭇가지가 부러져 개울 중간에 걸쳐져 있는 것이 보였고 떠내려 오던 강아지가 나뭇가지에 걸리는 것을 본 엄마는 얼른 미끄러지듯이 둑을 내려가 새끼 강아지를 들어 올렸다.


건져 올린 강아지의 숨이 쉬어지지가 않았다. 개울에서 올라온 아빠와 엄마랑 같이 새끼 강아지들을 품에 안고 집까지 달려오는데,,, 그 시간이 너무나도 길게만 느껴졌다. 우리들 옆에서는 미종이가 짖으며 앞서 달리고 있었다. 난 너무나 무서웠다.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계속 흘렀다.


집에 오자마자 마른 수건으로 털에 묻은 물기를 닦고, 드라이기로 털을 말리는 동안 숨을 쉬지 못하는 강아지를 아빠는 계속 만지고 문지르며 자극을 주었다. 전기장판을 틀어 2마리의 새끼 강아지들은 수건으로 따뜻하게 감싸 놓고는, 나는 계속 의식이 없는 강아지의 몸을 따뜻하게 하고 손으로 마사지를 하며 문지르는 아빠를 지켜보았다. 그 순간에도 난 계속 울고 있었고, 미종이는 낑낑대며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꽤 오랜 후에,,, 강아지가 다리를 약간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난 얼른 다가가 몸을 만져 보았고, 몸이 조금씩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고는 또 엉엉 울고 말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밖에는 비가 엄청 내리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미종이가 연신 2마리의 새끼들을 핥으며, 온 몸을 떨고 있었다. 난 가만히 떨고 있는 미종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처음으로 비가 끔찍이도 싫어진 날이었다.


하루가 지나자 강아지들은 언제 무슨일이 있었냐는 듯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였지만 미종이는 나에게 엄청 혼나고는 한동안 나만 보면 슬슬 피해 다녔다. 지금도 가끔 비가 오면, 대문 앞에서 우리에게 따라오라고 짖어 대던 미종이가 종종 생각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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