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에 있을 때 제일 바쁘다. 주말이면 아침부터 제누와즈를 굽고, 크림을 배합해 두고, 콩포트와 쿠키와 식빵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 나는 그 정신 없는 시간이 즐겁다.
얼마 전, 커다란 단호박 두 개가 생겼다. 단호박 죽을 끓여 먹으니 한 개가 남았다. 남은 걸로 뭘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단호박을 넣은 달콤 포근한 케이크가 떠올랐다.
단호박 케이크
* 단호박 제누와즈
단호박 가루를 넣어 제누와즈를 만든다. 크림과 잘 어울리도록 꿀을 조금 추가한다. 구워진 시트는 완전히 식힌 뒤 1센티로 네 장 잘라 준비해 둔다.
* 단호박 페이스트와 크림치즈 크림
단호박은 껍질째 전자레인지에 3분 정도 돌리고, 조각 내 껍질을 자른다. 씨를 긁어 내고, 주황색 단호박 부분만 내열 용기에 담아 전자레인지에 돌려 완전히 익힌다.
익힌 단호박 중 샌드용과 장식용을 남겨 두고 나머지는 블랜더로 곱게 간다. 생크림+크림치즈 소량+설탕에 단호박 페이스트를 넣어 휘핑한다.
* 생크림과 단호박 장식
생크림을 소량 휘핑해 별깍지로 장식하고, 장식용 단호박을 여섯 개 올리면 케이크 완성.
단호박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먹어봐야 하는 달콤하고 포근한 맛의 케이크.
촉촉한 단호박 시트, 달큰한 단호박 크림, 부드러운 식감의 단호박 조각이 한데 어우러져 정말이지 맛있는 케이크가 만들어졌다.
단호박 가루를 넣은 시트는 보송보송하고 시럽을 발라서 촉촉하다.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는다. 과하게 달지 않아서 단호박 크림과도 잘 어울린다.
단호박 페이스트를 넣은 크림치즈 크림은 정말, 끝내주게 맛있다. 최애 크림이 될 만큼 맛있다.
나, 단호박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 하고 생각될 만큼, 깔끔한 크림치즈 맛과 뭉근하게 퍼지는 푸근한 단호박 맛이 일품이다.
보드라운 시트와 달콤한 크림 사이로 느껴지는 단호박 조각의 신선한 맛과 식감도 정말 좋다. 시트 네 장 사이에 샌드하길 잘했다. 너무 많이 넣으면 과하고, 또 너무 적게 넣으면 아쉬운데, 이 정도가 딱 좋다.
단호박 한 개를 몽땅 써서 만든 단호박 케이크.
하얀 크림 위에 올린 단호박도, 샌드한 단호박도 모두 귀여워서 사진 찍는 내내 즐거웠다.
주말 아침과 점심 내내 정신 없이 케이크를 만드는 게 보람 있어서 좋았다. 바빠서 피곤해도 역시 케이크를 만드는 일은 즐겁다.
다음엔 무슨 케이크를 만들까?
_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