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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청안 에세이작가 Feb 14. 2021

지치거나 다치거나 : 일과 일상생활

거침없이 지나간 2021년 1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살면서 이렇게까지 머릿속이 복잡하고 혼란했던 적이 없다. 한편 샘솟듯 떠오르는 내 안의 아이디어로 행복했다. 2021년 1월은, 내 인생에서 가장 두뇌활동이 활발했던 한 달이다. 해 놓은 것들이 꽤 많은데, 뭘 했는지는 사실 모르겠다. 그래서 '거침없이' 지나갔다는 표현이 딱이다. 한 가지 영감이 떠오르면 그것이 꼬리를 물고 퍼져서 열 갈래가 되곤 했다. 그 안에서 내가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들이 나뉘고, 실행할 일들의 우선순위는 수차례 뒤바뀐다. 체계가 없다. 그만큼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다. 내가 지금 해야 할 것은 이것이었으나 하고자 하는 것은 다른 경우가 많았다.(본캐 직장생활과 부캐 작가 생활 모두) 그래서 때로 지치고, 아니 이미 지쳐왔고 스스로 마음을 달래다 다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내게 부족한 것은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지치게 하는 것, 그리고 스스로를 다치게 하는 것들의 요소를 제거하고 시간적 여유를 찾으면 '내가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의 타협이 어느 정도 생길 것 같았다. 소모되는 일에 시간을 빼앗기지 말고 머리를 잘 써서 '내 시간'의 밀도를 높이면 나는 좀 덜 지치고 심신의 여유를 찾게 되리라. 일단 시간을 아끼기 위한 작전을 짰다. 첫 번째는 회사일, 두 번째는 집안일. 두 가지 영역 모두, 내 시간을 아끼기 위한 몇 가지 실행 가능 테스트를 해봤다. 결과적으로 시간을 많이 아낄 수 있었다.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첫째, 회사 일에서 자동화가 가능한 부분을 찾아내 최대한 이를 실행하려고 해 보았다. 시기상 3년 전보다 내가 지금의 업무를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것의 가장 큰 이유는 회계처리를 일부 자동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에 들였던 시간의 30% 정도로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신나는 일이다. 한번 제대로 짜 놓은 자동화 파일은 보석과 같다.) 그 기억을 떠올리면서 다른 부분에도, 내가 힘들이지 않고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고 했다. 일단은 구글 알리미를 통해서 매일 검색하는 키워드를 G메일로 받아보았다. 그리고 노션(Notion)을 통해서 내 업무를 정리하여 사내 임직원의 어떤 질문에도 신속하게 링크로 답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노션은 포트폴리오 작성에 최적화된 앱이었다.) 또 매월 반복되는 업무 공유 사항이나 공지글은 사내 인트라넷 예약 메일을 걸어두었다. 또한 프로젝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자료나 애초에 여러 번 업데이트가 예상되는 파일은 아예 구글 드라이브 문서로 작성을 시작하여 링크를 공유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매일 반복적으로 뭔가를 검색하는 시간, 비슷비슷한 임직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파일을 찾아 보내 주거나 민원에 응대하는 시간, 매월 비슷한 시기에 '공지 글'을 보내고 결과를 수합하기까지의 시간 등을 아낄 수 있다. 이런 자잘한 업무 시간을 따로 비축하는 것 만으로 확실히 덜 지친다.


  둘째, 집안일에 드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도 몇 가지 노력을 해봤다. 청소하기 쉬운 동선으로 가구 배치를 바꾸었고 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간 대신에 집에서 SSG 배송으로 식자재를 공수받는다. 그리고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씩 빨래 널고 갤 시간에 책 한 권을 더 읽자는 생각으로 9800원에(런드리고) 세탁을 맡긴다. 설거지는 미니 식기세척기가 해준지 오래되었고, 이제는 에어프라이어 마저 들여와 요리(요리라고 할 것도 없지만)를 하는 시간도 대폭 줄었다. 나는 집에서 글을 쓰거나 일을 하거나 고민을 하거나 책 혹은 드라마를 보거나 그도 아니면 마케팅(한 권의 책을 낸 작가로 내 책을 책임지고 팔겠다는 관점의 출판계 마케팅 탐닉이기도 하고, 잘 나가는 상품에 대한 일반 소비자적 관점이기도, 최근 서포트하게 된 회사 업무의 유통 마케팅 관점으로도) 공부를 하기도 한다. 세상이 점점 편해지니, 집안일로 몸이 고될 일은 없다.


  그렇다. 나는 시간을 아껴서, 업무의 효율화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 중이고, 두 번째 책 '일의 맑음과 흐림'을 완성하기 위해 고민 중이며, 하던 일을 지속하며 '하고 싶은 일'도 모두 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면 이미 녹다운되었을 일. 그러나 시간을 아끼면 아낄수록 더욱 부족함을 느낀다. 왜 그럴까? 아마도 내게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했고, 근원적인 물음이 있었다.


그래, 시간 관리를 해서 시간을 아낀 다음에는 뭘 할 건데?
그래서 일 잘하는 사람이 되면 그다음에 뭘 할 거야?
책을 더 많이 읽으면 뭘 더 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네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뭐야?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삶에 정답이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겠지만, 내 인생인데도 모르는 것 투성이다. 어디까지 와 있나, 또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이 많다. 돌이켜보면 올해만큼은 아니었지만 새해의 시작은 늘 벅찼다. 그러나 벅찬 기대치만큼이나, 매년 조금씩이라도 성장해왔다. 아무리 시간을 아끼고 아껴도 시간은 흐른다.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는 내가 다치지도 지치지도 않을 '의미'를 찾고 있었다. 내 시간을 아껴서 '타인에게 도움이 될 시간'을 가지는 것.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어, 더 많은 사람이 효율적이고 감각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책을 더 많이 읽고 글을 더 많이 써서, 사람들이 점차 자신의 목소리를 '글로 표현하고 책으로 이야기하도록' 돕는 것. 굳이 풀어 말하고자 한다면, 나는 이런 것들을 해보고 싶다. 이를 위해 시간을 아끼고 거침없이 산다.


  벌써 2021년 2월도 반절이 지났다. 나는 지독한 길치라서, 아마 물어 물어 빙빙 돌아 갈 길(하고 싶은 일을 하러)을 가게 될 것 같다. 하지만 올해 '일과 일상에 대해' 고민하는 많은 직장인들이, 마음속에 쌓아두었던 하고 싶었던 일들을 꺼내 잘 펼치기를. 옳은 방향을 향해 걸으며 즐거움에 거침이 없기를 기원한다.  


--- 오늘 애정 하던 드라마 '철인왕후'가 종영합니다. 그래서, '사극 톤 대사'의 느낌으로 이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들께 덕담을 보내드립니다. ^^  제가 저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고요.





 "한참을 걸어왔겠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다네.
그러니 그대, 부디 지치지도 말고 다치지도 말고
품은 뜻을 향해 앞으로 걸어가시게나.
나아가는 길에 운명은 자네의 편이라네. 나도 늘 응원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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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빛나는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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