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lisha Apr 05. 2023

미래 사냥

 먼 옛날의 사냥은 비워진 위의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사냥 후 배가 채워지고, 시간이 지나 또다시 배가 고파지면 자연스레 사냥하러 나서게 된다. 그 먼 옛날과는 아주 다르게 마른 몸을 선호해 오히려 배고픔을 즐기는 요즘은, 배를 채우는 허기짐  보다는 정신적인 만족감에 허기지는 듯하다.


내가 알고 있는 J는 나보다 한참 나이가 많다. 그녀는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서 항상 진심이다.  자신의 있는 능력껏 최선을 다해서 주변 사람들을 포용하고 귀 기울여 이야기를 듣는다. 자신의  꿈을 펼지는 인내와 노력만 보아도 그녀를 존경할 수밖에 없다. 내 눈에 그녀는 멋진 삶을 몸소 보여주며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분의 삶의 기준은 자신이 보기에도 인간적으로 멋지고 현명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 생각 자체로도 그녀는 이미 빛이 났다. 여러 해 그녀를 만나다 보니 어느새 그녀가 내 삶의 모토가 되었다.


" 사람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싶다.  사람이  미래가 되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다 보니 지금은 내가 그분을 처음 뵈었을 때의 나이가 되었다. 잠시 나를 돌아보니 아주 작지만, 어느 정도 그 꿈에 물들어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내가 사는 방향이 내가 의도한 데로 흘러가고 있다는 만족감에 정신적인 배가 불러졌다.


한때 미래 상자를 만든 적이 있다. 내가 살고 싶은 집, 읽고 싶은 책, 가지고 싶은 것, 그리고 되고 싶거나 존경하는 사람들의 사진이나 그림을 잡지 등에서 오려서 커다란 종이에 여기저기 붙여 지도를 만들었다. 미래를 꿈꾸었던 그 지도는 곱게 접어 상자에 넣어 두었고 그 마음은 가슴에 넣어 두었다. 종이만 있고 실물이 없어서 보물 상자까지는 아니지만 미래를 꿈꾸었으니 미래 상자 정도는 되지 싶다. 지금도 나의 미래 상자에는 재치, 유머, 즐길 줄 아는 여유, 공감과 교감 등이 줄줄이 채워지고 있다. 어느 누구의 재치에 감탄하고, 또 그 누군가의 유머에 하루 종일 미소가 그려진 날, 미래 사냥의 다음 타겟으로 목록이 된 것들이다.


계속해서 멋져 보이는 누군가의 어떤 것을 찾아내어 내 것으로 만드는 데 집중해서 살고 있다. 좋아한다고 해서 단순히 똑같은 모습이나 스타일을 베끼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가면서 나만의 특성을 살려 내 것으로 소화하는 것이다. 마치 사냥해 온 고기를 꼭꼭 씹어 내 것으로 소화하는 것처럼.


순간순간 가슴을 후비는 멋진 생각들은 꼭 간직하고 싶어 진다. 그것이 어느 누군가의 행동이던 말이던 또는 글이든 간에 미래에 내가 이룰 기준으로 삼고 싶어 진다. 나를 성장하게 하여 원하는 꿈이 될 수 있도록 그것을 미래 사냥의 타겟으로 정한다. 그리고 스쳐 지나가지 못하게 사냥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쉽게 채워질 허기짐도 아니고 시간 또한 많이 걸리겠지만, 채워졌을 때의 만족감을 생각하면 오늘도 사냥꾼이 될 수밖에 없다.

작가의 이전글 생각 레시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