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카페, 직장은 휴가를 내놓은 상태, 나는 동네 스타벅스에 앉아 테이블 한쪽에는 스마트폰을 세워놓고 주식 호가창을 켜놓았다. 백색소음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나는 독서를 시작한다.
책을 한 권 읽는 사이에 아침에 사두었던 주식을 매도하고 100만원 남짓을 챙겼다. 역시 나는 직장에 나가는 것보다 차라리 전업투자를 하는 것이 개이득이라는 착각을 하면서 카페를 나섰다. 철과 통유리로 이루어진 무거운 카페의 문을 밀고 나가면서도 오늘 투입한 커피 비용과 시간과 수입의 이윤을 따져보았다.
이날 읽은 책은 <마흔, 부부가 함께 은퇴합니다>라는 책이었다. 요즘 독서리스트 뿐만이 아니라 내가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 목록을 봐도 나는 지금 현재 살고 있는 현생의 대안적인 삶에 대한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고 있는 중인 것이 분명하다.
은퇴 후의 삶, 동남아 등 물가가 낮은 국가에서의 삶, 귀농이나 귀촌하여 콘텐츠 제작을 주업으로 하는 등 여러 가지 삶의 모습들을 사각형의 책과 스마트폰 액정을 통해 엿보고 있다.
나 스스로 느끼기에 인생의 중반 정도를 살아왔고, 성인이 되면서 경험해볼 수 있는 평범한 통과의례들을 거의 경험했다. 남은 것이라고 해 봐야 죽음을 통한 주변인들과의 이별, 나의 죽음 정도가 남은 상황이다. 인생의 차트를 분석해봐도 상한가나 하한가 같은 특별한 이벤트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태이다.
이런 저런 고민의 소용돌이 속에서 몇 년을 보내고 나는 얼마 전에 인생의 이모작을 시작한 상황이다. 직장에는 몸을 계속 담고 있지만 나의 진심은 이미 오래 전부터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다. 그 시기가 예상보다 10년 정도 앞당겨져서 나도 당황스럽다. 하지만 깨달음은 정말 한 순간이었다. 깨닫는 순간 나는 삶은 다른 삶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이것은 화학적 변화에 가깝다.
내 삶의 겉모습은 바뀐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지인들에게 뭐라 설명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그래서 무슨 일을 시작하는 것이냐는 질문만 받을 뿐이다. 나는 바뀌는 것은 없다고 대답했다. 다만 전직을 한 것이다. 그것도 한순간에 말이다. 뭐라 말이나 글로 설명하기도 어렵다. 시간이 더 지나면 새로운 표현이 생각날 것 같다. 나는 여전히 출근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