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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은 자타 공인 CPU의 최강자입니다.
최근 경쟁자인 AMD에게 거센 도전을 받고 있고, 여러 빅테크 기업들이 인텔의 범용칩에서 고개를 돌려 자체 칩 개발 붐이 불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텔은 CPU의 최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인텔은 무어의 법칙을 내세우며 반도체 공정 기술력과 반도체의 집적도가 2년을 주기로 배가된다고 주장하고, 이를 실제 틱톡 전략을 통해 구현함을 통해 세계 최고의 개발역량과 공정역량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5년 크르니자크 CEO취임 이후 인텔이 기술 중심 기업에서 경영효율성을 제고하는 관리형 기업으로 변모하면서 인텔의 기술 우위는 심각하게 타격을 입게 됩니다.
크르니자크는 2년을 주기로 공정 혁신과 반도체 성능 향상을 꾀하는 틱톡 전략과 무어의 법칙이 인텔의 기술우위를 지속적으로 가져가겠지만 기업의 효율성과 수익성을 악화시킨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자연히 틱톡전략과 무어의 법칙을 폐기하고 경영효율화를 꾀하게 됩니다. 상당한 숫자의 공정 및 개발 엔지니어들이 해고 되었고 이때부터 인텔의 잃어버린 4년이 시작됩니다. 인텔의 공정 혁신은 14나노에서 멈춰 섰고 경쟁자들의 추격을 허용했으며 AMD와의 CPU주도권 경쟁에서도 서서히 밀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PC용 CPU 시장에서 AMD의 추격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그야말로 2015년~2020년의 시기는 인텔에게는 거의 암흑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2021년 초 인텔의 CEO로 취임한 팻 갤싱어의 취임과 함께 인텔에게도 어둔 터널 끝의 서광이 점점 비춰오게 됩니다.
팻 갤싱어 CEO는 취임하면서 세 가지를 이야기 했습니다.
인텔 7나노의 한계점을 해결했으며 2023년부터는 양산이 가능하다
외부 파운드리를 적극 활용하여 경쟁사와의 벌어진 기술격차를 메워 나가겠다.
그러나 7나노 이하 첨단 CPU 라인업은 인텔에서 자체 생산할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인텔은 효율성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를 바꾸어 기술 중심의 기업으로 돌아가겠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엔지니어 출신 CEO 다운 행보라고 볼 수 있죠. 이후의 흐름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IDM 2.0을 선언하면서 파운드리 진출을 공식화하고 현재 파운드리 관련 투자를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7월 인텔 엑셀러레이터 행사에서 인텔 파운드리의 공정 로드맵을 밝히면서 파운드리 시장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핵심은 리본 펫으로 불리는 신규 공정 기술 혁신, 그리고 2025년까지 18옹스트롬 즉 약 1.8나노에 달하는 초미세공정 개발에 성공하겠다는 내용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10나노 슈퍼핀 공정의 수율을 안정화시키고 적어도 2022년까지는 7나노에 돌입하고 2023년에는 5나노 공정에 해당하는 인텔 4를 실현하고 2024년 3나노 공정에 해당하는 인텔 3공정을 개발합니다. 이후의 공정 기술은 2나노 급에 해당하는 인텔 20A(옹스트롬: 0.1나노)공정으로 이행하겠다는 복안입니다. 이후 2025년에는 18A(옹스트롬:0.1나노)를 실현하여 1나노 급의 반도체까지 이행하겠다는 굉장히 빠른 스피드의 공정 로드맵을 제시했습니다.
이후의 상황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바와 같이 인텔이 애리조나의 오코틸로 캠퍼스 내에 파운드리 전용 공장 2개 동을 증설한다고 투자 발표를 이미 했고 현재 공장이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텔의 파운드리 전용 라인 2개 동은 2024년부터 양산을 시작한다고 계획되어 있습니다.
인텔은 이 증설 건에 22조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아마도 오코틸로 캠퍼스의 공장에는 인텔 7이나 인텔 4 급의 라인이 증설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여러 건의 추가 투자를 발표함을 통해 인텔의 파운드리 케펙스 확보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케펙스가 늘어난다는 것은 곧 파운드리의 점유율을 늘려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반도체 공장은 굉장히 오랜 시간을 두고 지어지는 첨단 설비의 복합체이기 때문에 인텔의 케펙스가 본격적으로 파운드리 생태계에서 영향력을 드러내는 시기는 약 2025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파운드리 생태계가 라인을 구매하는 입도선매의 경향이 크긴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인텔이 지난 7월 엑셀러레이터 행사에서 제시한 공정 로드맵을 실제 구현하지 못해 공정 혁신에 대한 믿음을 시장에 보여주지 못한다면 유의미한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합니다.
현재 인텔은 자사 CPU를 공급하기에도 빠듯한 케펙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 보유 라인에서 파운드리 전용 라인을 따로 확보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당장은 파운드리 생태계에서 유의미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인텔은 자사의 부족한 파운드리 역량을 타개하고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자사의 독보적인 CPU아키텍쳐인 X86 설계 IP를 공개하겠다고 나섰습니다. X86은 현재 PC용 CPU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인텔의 주요 CPU IP입니다. 지금까지는 인텔이 독점적으로 X86 IP를 사용했지만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X86 아키텍처를 공개할 것이라는 관측은 꽤 오래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하지만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이러한 예상이 실제로 구체화된 것입니다.
인텔은 X86아키텍처 공개를 천명하면서 X86의 잠재적 수요 층에 대해서 이야기 한 바가 있습니다. 과연 X86 아키텍쳐 공개라는 비장의 수를 꺼내 든 팻 갤싱어 CEO의 노림수는 신규라인이 구축되는 동안 인텔이 현재 보유 중인 라인으로 소화 가능한 아키텍쳐를 기반으로 한 물량들을 우선 수주함을 통해 초기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팻 갤싱어의 생각대로 시장이 움직여줄지는 미지수입니다. 앞으로 X86 아키텍쳐를 사용하는 중앙처리장치가 늘어날지에 대한 여부도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정리하면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은 두 가지로 성패가 갈릴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인텔 엑셀러레이터 행사 당시에 밝힌 인텔 파운드리 공정 라인업의 개발 성공 여부입니다. 인텔의 시장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 공정 혁신의 실패로부터 기인되었기 때문에 이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이슈가 될 것입니다.
두 번째는 미국 정부가 인텔을 언제까지 기다려 줄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미국 정부는 TSMC와 삼성 등 주요 반도체 제조 업체들에게 현재 반도체 재고, 가격 정보 등 기밀 사항 등의 제공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반도체 공급망 조정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보가 인텔 파운드리에게 엄청난 정보의 우위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만약 인텔의 공정 개발이나, 케펙스 투자 지연 등의 이슈가 터진다면 과연 마음 급한 미국 정부가 인텔을 기다려줄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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