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력과 실행력
지난 10월달에 인생 처음으로 투자 모임을 해보았다.
처음에 매우 가벼운 마음으로 갔는데, 후덜덜. 새로운 세상이었다.
일단 내가 할 수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이런 걸 하는 2-30대의 사람들이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2달간 그 곳에서 투자 경력자들과 전업투자자들과 만나고 얘기하면서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는 흥분과 두려움을 얻었다.
투자 공부를 하다가 - 번아웃되었다가 - 다시 또 정신차리고 차근차근 해야지 하던 찰나,
에어비앤비 두 채로 월 매출 2000이 넘는 미카님의 에어비앤비 강연 신청이 떠서 등록했다.
여행을 하면서 카우치 서핑과 에어비앤비를 써 본 이후로,
막연하게 에어비앤비를 돌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던 것 같다.
그게 한국일지 외국일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개발 공부에 치여서 한동안 잊고 지내던 여행 커뮤니티의 기억들이 속속 올라왔다.
암호화폐 유튜브를 보면서 매우 공감했던 말이 있다.
4차 산업혁명과 블록체인과 인공지능 - 이런 것들이 잘 팔리는 이유는
더 이상 이 지구에서 해먹을 판이 없기 때문이다.
관광이 잘 팔리는 이유도 비슷하지 않을까?
있는 제품에다가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어떻게 붙여서 팔것이냐가 관건이다. 박물관, 미술관, 왕궁, 먹거리, 놀거리. 있는 땅 없는 땅에 다 만들어놓았다. 우리 나라가, 도시가, 마을이 이미 갖고 있는 것. 이걸 어떻게 구성하고 기획해서 짠! 할 것인가.
로컬들마저도 힙한 장소를 찾아다니느라 바쁜 시대이다. 해외에서 살다오거나 여행하고 돌아온 국내 사람들, 외국인들 등이 모여 계속 상권에 새로운 비즈니스, 새로운 디자인을 들여오고 있으니 아직까지는 질리지 않고 여기저기 갈 데가 꽤 많다.
서울 뿐만이 아닐 것이다. 최근에 방콕 B 매거진을 보았을 때도 감탄했다. 내가 상상한 동남아 도시의 이미지가 너무 안일했어서 부끄러울 정도로.
아무튼, 강연을 들으면서 관광 산업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들여다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이 관광업에 엮인 비즈니스인 에어비앤비를 운영하고 부수입으로 만들고 최종적으로 업으로 만든 미카님의 강연도 흥미로웠다.
에어비앤비만 해도 월 2천이상 수입이 어떻게 나는 건지 강의 내내 듣는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에어비앤비 숙소 비용, 밴 연결 비용, 커미션 등등 수입을 불릴 수 있는 여지는 꽤 많다. 결론적으로, 이 숙박업이 단순한 부수입을 넘어 개인의 '업'이 될 수 있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걸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을 내가 세상 밖으로 끌어낼 수 있느냐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 내용을 너무 스포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핵심 내용 + 나의 느낀점 위주로 후기를 작성했다. 강의는 3-4시간으로 매우 알차고 자세하고 합법이고 좋으니, 관심이 있다면 꼭 미카님 블로그를 들려보길!
https://miya87a.blog.me/221555106855
그리고 이건 다음 있을 오프라인 강의 기회
https://learningspoons.com/offline-class/offline-property/shareairbnb/
에어비앤비는 집 장사이다. 내 상품이, 내 포트폴리오가 곧 집이다.
집을 어떻게 기획할 것인가?
내용 중에서 가장 핵심만 꼽으라면, 일단 집이 좋아야 한다.
그 집을 월세, 전세, 매매를 하는 것은 본인의 가성비에 따른 선택이지만, 그 결정을 하기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집의 위치일 것이다.
그 다음은 집의 인테리어. 에어비앤비에서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인테리어 디자인이 너무 중요하다. 집이 깔끔하고 이쁘면? 땡긴다.
사실 나는 거리와 가격이 최우선인 사람이라서 막판에 결정할 때는 인테리어가 3순위이지만, 일단 이쁘면 클릭해본다. 아마 다들 비슷할 것이다.
특히 에어비앤비는 2명이 아니라 단체가 많다. 단체샷 기념샷 찍을 생각이 막 든다. 여럿이 엔빵해서 낼거니까 조금 가격이 있어도 호텔 대비 가성비 굳이다. 게다가 이쁘고 안락하고 우리끼리만 있는 거라 더 좋다.
사실 요즘 에어비앤비 집 가격대가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니까 집이 이쁘면 일단 우선순위 안에 들 가능성이 커보인다. (위치가 좋다는 가정 하에)
투자든 부업이든 실행력이 최고라는 걸 실감한다.
요즘 투자 모임에서 읽고 있는 부자아빠 가난한아빠 책에도 이런 대목이 나오는데, 많이 찔리고 많이 배워간다.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하든 익스피리언스를 하든, 일단 질러보는 실행력이 너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예전에는 잘 공감이 안 갔다. (사실 나는 일을 참 잘 벌려놓는 스타일이라 고등학교부터 대학시절까지 별의별 활동을 했었는데, 시작보다는 끝맺음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투자 공부나 관련 책을 읽다보면 이 말이 아주 비수가 꽂힌다..
나도 나름대로 도전을 많이 하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돈에 있어서 확실히 보수적으로 교육받았어서 그런지 사업/비즈니스/투자 측면에서는 실행보다는 고민과 걱정이 많은 축에 속한다.
이 도시, 저 도시 살아도 보고 여행도 해봤다.
예술 공부, 미디어 제작, 행사 마케팅 및 홍보 업무, 경영 잡지 회사, 그리고 테크까지 경험해왔다.
그 덕분에 가끔씩 좋은 아이디어는 떠오르는데, 이걸 그래서 진짜 사업으로 할까? 라는 생각까지 오면 갑자기 골치가 아파온다. 이거는 어떡하지? 저거는 어떻게 하는 거야? 이거 해도 되는 거야? 라는 물음표 빌런이 멈추질 못한다. 너무 잘하고 싶고, 실패하기 싫은 두려움도 한 몫 할 것이다.
뒷풀이에서 미카님에게 들었는데, 가끔 수업이 끝나고 몇일만에 실행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책에서도 말하듯이 지식이나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일단 부딪혀 보는 게 중요하다. 일단 해보고 let's see how it goes 의 마인드 - 그 대담함이 여러 비즈니스를 키우고 망치고 또 키웠을 것이다.
에어비앤비 뿐만이 아니라, 어느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여러 토이 프로젝트들도 결국 실행되지 못하면, 다른 누군가가 만들거나 아니면 영원히 이 세상에 나와보지 못하겠지? 너무 걱정하지 말고 그냥 일단 해보자는 용기를 얻은 강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