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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상상계 바깥에 있는 텍스트

롤랑 바르트,「텍스트의 즐거움」 읽기(19)

by 김요섭



1.

이데올로기 없는 텍스트는 뒤바뀐 시차를 갖는다. 계속 변태 하며 뒤집는. 이상한 분리는 '불필요한 선회'를 지속하며 텅 빈 중심 언저리를 헤맨다. 텍스트와 분리된 독서의 파괴된 '동일성'. 갑작스러운 '홍조'는 얼굴을 스쳐 지나며 당신의 판단을 중지시킨다. 더 이상 지배하지 않는 힘들의 '변전(devenir)' 상태. 모든 것은 복수태로 존재하며 적대적으로 보이는 것마저 하나가 된다.


2.

텍스트는 '그림자'를 필요로 한다. '유령, 주름, 흔적'의 타자적 명암. 미완성의 주체는 '불임의 텍스트'를 낳는다. 계속해서 미결사건으로 머무는 타자를 향한 언설. 전복된 이데올로기는 비로소 아무것도 보여줄 것이 없는 순간과 마주친다. 어떤 지배적 담론도 부재하는 '최종단계'. '언어의 상상계' 바깥에 있는 텍스트는 과학의 결핍 지점을 공유한다. 상상계에 부재할 수밖에 없는 어떤 무의식. '우발적으로 부여되거나', 자주 거부된 텍스트는 다시 환대되길 기다린다.


(79~81p) 텍스트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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