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어떤 가능성

「바쇼의 하이쿠」 마쓰오 바쇼 읽기(14)

by 김요섭



방랑에 병들어

꿈은 마른 들판을

헤매고 돈다


정주할 수 없는 사건. 꿈은 머물지 않는다. 마른 주름 사이로 피어오르는 검버섯. 닳아빠진 열정은 뻑뻑한 관절을 일으키려 한다. 도저히 다시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은, 황폐화된 그곳. 이미 아무것도 남지 않은 장소를 슬픈 눈은 어루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희미한 빛을 꿈꾸는. 흐릿해진 동공 안에 여전히 흐려지지 않은, 어떤.


(160p)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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