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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백수 채희태 Mar 03. 2020

고전을 짬뽕한 스토리텔링, “이태원클라쓰”

김사부 앓이를 마치고 여러 지인들의 추천으로 “이태원클라쓰”를 넷플릭스를 통해 보고 있다. 일단 재미는 있다. 픽션에서나 등장이 가능한 고지식한 캐릭터인 ‘박새로이’의 성공 스토리는 불평등한 현실에 대한 대리만족을 하기에 매우 훌륭하다. ‘박새로이’의 반대편에 서 있는 요식업 재벌 ‘장대희’는 가진 자는 곧 악이라는 등식을 통해 이 불평등한 현실의 책임을 오롯이 떠안는다.

이태원클라스는 ‘광진’의 웹툰이 원작이다.
내가 불행한 건 가진 자들이 장대희 회장처럼 부도덕하기 때문이야.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재벌을 둘러싼 복수 스토리는 박봉성의 “신의 아들”의 전형을 차용했다. 신의 아들에서 주인공 ‘최강타’는 불굴의 노력을 통해 복수에 성공할 뿐만 아니라 연인 ‘진보배’의 사랑까지 획득한다. 전형적인 쌍팔년도식 플롯이다. 여전히 그러한 플롯에 열광하고 있는 우리도 참...

“신의 아들”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주인공은 ‘최민수’

박새로이의 여친, 오수아를 보면 이현세의 “지옥의 링”에 등장하는 엄지가 떠오른다. 까치와 같은 고아원 출신의 엄지는 부를 쫓아 복싱 챔피언 배도협의 연인이 된다.

나를 사랑한다면 세계 챔피언이 되어 봐~
“지옥의 링” 마지막편에서 울지 않은 사람 손~

‘까치’는 ‘엄지’의 사랑을 받기 위해 지옥 같은 링 위에서 결국 목숨을 잃는다. 이기적인 사랑을 대하는 ‘박새로이’ 또한 “지옥의 링”에 등장하는 ‘까치’를 보는 듯하다.


이태원클라쓰에는 ‘박새로이’를 도와주는 책사 ‘조이서’가 등장한다. 조이서는 유비를 도운 제갈공명의 재림이다. 조이서를 대하는 박새로이의 반듯한 태도는 마치 형주를 거절하는 유비를 닮았다.

고우영의 “삼국지”는 이문열과 황석영과는 다른 확실한 색깔이 있다.

물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그러나 기존의 스토리를 단지 짬뽕만 해서는 재미를 뛰어넘는 가치를 만들어낼 수 없다. 창조란 기존의 것을 결합시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언제까지 구조가 가지고 있는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할 것인가! 드라마, “이태원클라쓰”에서는 구조의 문제보다는 구조를 악용하는 개인을 부각시켜 구태의연한 선악구도를 만들어낸다. “이태원클라쓰”를 10화까지 본 현재, 난 아직 짬뽕 이상의 가치를 발견해 내지 못하였다. 내가 못 본 것일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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