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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der Aug 27. 2024

나의 멋진 실패 리스트

4개국에서 살며 실패한 이야기

요즘 들어 미국에서는 실패를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속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또는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라는 말은 잘 알고 있지만 딱히 실패라는 단어 앞에 서면 떠오르는 단어는 우울함이나 불안감 또는 상처등일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누가 실패하고 싶겠나.

물론 실패를 한다는 것이 본인의 의도와는 별로 상관없이 갑자기 찾아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실패가 왔을 때 대처하는 방법이나, 특정한 실패를 통해서 배우는 것은 무엇인가 정도일 것이다.

요즘 들어서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나 책을 읽어보면 실패의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이나 얻은 것들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결국 실패를 통하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몇몇의 특수한 경우를 빼놓고는 당연한 일이다. 도전을 계속하는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높고 또 계속 도전을 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실패의 경험도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실패를 자주 맛보면 또 그만큼 대처하는 능력도 생기게 되고 또 실패를 대비해서 적절한 준비도 실패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보다는 하게 될 것이다.


몇 년 전 상품관리자(Product Manager) 면접에 면접관으로 참여한 일이 있었다.

그때 면접을 보러 온 젊은 친구가 경력에 대한 답으로 본인이 시작한 실패한 스타트업들을 줄줄이 얘기하더라. 처음에는 이 사람이 면접을 망치려고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다 3시간의 면접이 끝나고 면접관들은 만장일치로 그 지원자를 뽑자고 입을 모았다. 이렇게 여러 가지 경험이 많고 실패를 맛본사람은 배운 것도 많을 것이다라는 것이 결론이었다. 본인의 실패를 인정하는데 그치지 않고 거기서 배운 것들, 또 많이 아쉬운 점들 본인이 실패를 경험하고 나서 내린 결론들 등 여러 가지 경험과 감상들은 본인에게 삶의 교훈을 줄 뿐만 아니라 면접에서 좋은 결과를 부를 수 도 있다.


요즘 링크드인이 없이는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미국에서는 링크드인이 구직/구인의 툴로 사용될 뿐 아니라 월세를 구하는데 쓰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데이트를 할 때도 요즘은 링크드인을 쓴다. 링크드인에서는 이 사람이 어떤 경력이 있나 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관심사, 정치적 성향 그리고 생일, 마라톤 참가 사진, 아이들 돌잔치 심저어 암 치료 과정들도 보여준다. 이렇게 사적이고 공적인 이야기들을 상시로 남에게 노출시키다 보니 그중에서는 실패에 관한 이야기들도 많이 눈에 띈다.


회사에서 실수를 해서 업무에 지장을 준 일, 몇 번이나 떨어진 자격증 시험, 수백 개의 실패한 이력서도 보이지만 이혼, 친구와의 갈등이나 술중독등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도 보인다.

남들이보는 성공은 내 인생의 작은 부분

요즘 들어서 이렇게 화려한 실패를 자주 접하다 보니 가만히 나의 실패들도 되돌아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나도 실패한 경험 많지.. 하고 생각했는데 또 막상 꼽으려고 하니 그렇다 할 실패가 많지 않다. 내 삶이 축복과 성공의 연속 이어서라기보다는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해 섣불리 도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대기업에는 당연히 이력서한번 써본 적이 없고, 남들이 열을 내고 하던 고시도 한번 본 적이 없다. 대학교 평균은 2.7이고 그나마 서른 살이 넘어서까지 자격증하나 제대로 딴 것이 없었다. 이런 것들은 실패라고 하기보다는 '포기'라는 표현이 옳다.


평소에는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고 살았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큰 '도전'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내 인생은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할 수 있는 것만 열심히 해보는 것이 전부였던 것 같다. 그나마 적을 수 있는 실패는 다음과 같다:

대학 졸업하고 승무원이 되고 싶어서 아는 항공사들은 다 면접을 봤었다. 그리고 다 낙방.

한국에서 호주대사관 4년 다니면서 이직하려 꽤 노력을 했었다. 결국 다 실패하고 호주로 유학을 갔다.

호주에서 대학원 졸업 후 호주에 머물기 위해 취업 준비를 했지만 또다시 실패. 결국 캐나다행을 택했다.

캐나다에서 꾸준히 불어를 공부했지만 불어 면접마다 떨어지며 1년 만에 포기.

캐나다에서 5년간 다닌 직장에서 권고사직 당함

처음 실리콘밸리에서 개발자로 취직준비가 상당히 길었다. 6개월 동안 최소 30번 정도 면접을 보고 다 낙방.

2022년부터 야심 차게 2개의 소설을 쓰고 마무리를 못했다.

결국은 실패가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내가 승무원이 되었으면 호주 대사관에 취업을 안 했을 테고 그러면 호주도 가지 않았을 것이다. 호주에서 취직했음 지금쯤 영주권 따고 호주에서 살았을 테고 그럼 캐나다는 꿈도 안 꿨을 것이다. 캐나다 잠수함관리 회사에서 해고당하지 않았다면 실리콘밸리에서 개발자가 되는 것은 꿈에도 꾸지 않았을 것이다.


생각해 보니 오히려 평탄했던 지난 8년간 회사를 다니면서 도전이라는 것을 한 것이 별로 없다. 그래서 실패도 없었고 그래서 성공이라고 할만한 것도 없었다.

X-File - David(멀더) 요즘 세대는 잘 모를지도 모르는..

오늘 실패에 관한 진지한 생각을 하게 된 데는 X-File로 알려진 David Duchovny의 Fail Better라는 포드캐스트 덕이다.


평범한 배우로 알고 있는 David는 사실 Yale대에서 박사학위를 밟던 배우 지망생이었다. 그가 박사학위를 끝마치지 못한 것을 그는 하나의 '실패'로 꼽는다. 그러나 그의 박사학위 포기 덕분에 우리가 알고 이 있는 X-File의 멀더가 존재한다.


그는 배우로서 성공했을 뿐 아니라, 60이 넘은 지금도 작가, 프로듀서, 음악가등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패하는 그의 인생이야기를 듣고 역시 도전이 없이는 자기만족이나 성취감이 올 수 없다는 생각에 부끄러운 마음이 잠깐 들었다.


링크드인 사진 출처 - https://www.linkedin.com/pulse/how-does-failure-lead-success-two-examples-meghan-jacqu

대문사진은 - Photo by MJH SHIKD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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