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딸아, 내일의 너희에게 보내는 열세 번째 편지
아들아, 딸아, 내일의 너희에게 보내는 열세 번째 편지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오늘은 너희가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밥을 먹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직업과 직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아빠의 직업 인생은 참으로 다사다난했단다. 첫 시작은 교사였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보람도 컸고, 교단에 서는 것이 꽤 만족스러웠지. 하지만 인생은 예고 없이 파도를 몰고 오더구나.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가족을 위해 섰던 보증 문제가 터져버렸어. 월급은 차압당했고, 교사 월급으로는 도저히 그 상황을 타개할 수 없었지.
그때 느꼈던 교직 사회는 참으로 답답했단다. 빚에 쪼들리는 현실과 보수적인 조직 문화 사이에서 나는 결국 사표를 던지고 학원 강사의 길을 택했어. 학원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수업을 마음껏 했고, 능력만큼 돈을 벌며 자유를 누렸지. 하지만 참 아이러니하지? 나이가 드니 그토록 답답해 떠났던 '안정적인 삶'이 다시 그리워지더구나.
1. 당장의 현실보다 10년 후의 미래를 보아라. 첫 직장을 고를 때 당장의 연봉이나 위치만 보지 마라.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지금 잘나가는 직업이 10년 후에는 사라질 수도 있어. 이 직업이 10년 뒤에도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곳인지, 시대의 흐름을 타는 곳인지를 먼저 보아라.
2. 돈보다는 너희의 '성취감'과 '만족감'이 우선이다. 돈은 중요하다. 하지만 돈 때문에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하며 평생을 살 수는 없어. 아빠가 학원에서 힘들어도 버틸 수 있었던 건, 강의하며 얻는 희열과 성취감이 있었기 때문이야. 가슴 뛰는 성취감이 있어야 돈도 따라오는 법이란다.
3. '해야 할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해라. 남들이 다 하니까, 부모가 원하니까 선택하는 직업은 결국 탈이 난다. 너희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한숨 대신 기대감을 안고 출근할 수 있는 일을 찾아라. 하고 싶은 일을 해야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4.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름을 명심해라. 아빠가 학교를 나와 학원을 선택했을 때 자유를 얻었지만, 그만큼 치열한 경쟁과 성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어.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것, 조직에서 제 몫을 해낸다는 것은 무겁지만 가치 있는 일이란다. 책임감이 너희를 어른으로 만든다.
5. 안정과 도전, 그 사이의 균형을 이해해라. 안정적인 직장은 지루할 수 있고, 도전적인 직장은 불안할 수 있어. 아빠처럼 젊을 때는 도전을 택했다가 나중에는 안정을 그리워할 수도 있지. 중요한 건 너희의 기질을 파악하고, 그 시기에 맞는 최선의 선택을 하는 거야.
6. 본인의 꿈을 위해 살아야 한다. 직장은 너희의 꿈을 실현하는 무대여야지, 직장 자체가 꿈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느 회사의 누구"가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는 사람"으로 너희 자신을 정의하렴.
7. 꿈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라. 막연히 "성공하고 싶다"는 꿈은 망상에 불과해. 1년 뒤, 3년 뒤, 5년 뒤에 무엇을 이룰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그려라. 아빠가 강사 시절 "대표강사"라는 목표를 매일 외쳤던 것처럼 말이야.
8. 시련은 때로 더 나은 길로 가는 문이 된다. 아빠에게 IMF와 급여 차압은 지옥 같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한 계기가 되었어. 직장 생활 중 닥치는 위기를 두려워 마라. 그것이 너희를 새로운 기회로 안내할 수도 있으니.
9.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곳으로 가라.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사람을 소모품 취급하는 곳에서는 오래 버틸 수 없다. 동료를 존중하고, 함께 성장하려는 문화가 있는 곳을 택해라.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10. 너희의 행복이 직업 선택의 제1원칙이다. 이 모든 계명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너희의 행복이야. 어떤 직업을 택하든, 그 선택이 너희를 불행하게 만든다면 과감히 수정해도 좋아. 인생은 길고, 너희가 걷는 모든 길이 곧 너희의 경력이 될 테니까.
사랑하는 아들과 딸아.
직업은 너희의 인생을 규정하는 중요한 부분이지만, 인생의 전부는 아니란다. 부디 너희가 세상의 기준이 아닌, 너희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가슴 뛰는 밥벌이'를 할 수 있기를 아빠는 간절히 바란다.
너희가 어떤 직업을 택하든, 아빠는 너희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줄게.
오늘도 꿈을 향해 걷고 있을 너희를 응원하며,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