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딸아, 내일의 너희에게 보내는 열네 번째 편지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살다 보면 가슴이 턱 막히는 듯한 답답함,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듯한 심리적 압박을 느낄 때가 있을 거야.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거나, 감당하기 벅찬 업무를 맡았거나, 혹은 인간관계가 꼬여버렸을 때 말이지.
아빠도 수많은 밤을 그런 압박감에 뒤척이며 보냈단다. 도망치고 싶을 때도 있었고, 숨고 싶을 때도 있었지. 하지만 긴 세월을 지나며 깨달은 건, 압박감은 싸워서 이기는 대상이 아니라, 지혜롭게 다루며 함께 가야 할 파도 같은 것이더구나.
오늘은 너희가 마음의 무게에 짓눌릴 때, 너희를 다시 일으켜 세워줄 '심리적 압박을 이겨내는 6가지 법칙'을 전해 주마.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나만 힘든 게 아니다'라는 사실이야. 겉보기에 완벽해 보이는 사람도, 늘 웃고 있는 친구도, 심지어 너희 눈에는 강해 보이는 아빠도 각자만의 십자가를 지고 있단다.
압박감은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자, 더 높이 도약하려는 사람만이 느끼는 성장통이야.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길까?"라고 생각하면 억울함이 압박을 키우지만, "누구나 겪는 일이다"라고 받아들이면 마음의 짐이 한결 가벼워진단다.
심리학에는 '북극곰 효과'라는 게 있어. "지금부터 1분간 북극곰을 절대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하면, 사람들은 오히려 1분 내내 북극곰만 떠올리게 된다는 거야.
걱정도 마찬가지란다. "긴장하면 안 돼", "이 생각을 떨쳐버려야 해"라고 발버둥 칠수록, 그 생각은 끈적한 늪처럼 너희를 더 깊이 끌어당기지. 압박감이 찾아오면 억지로 밀어내려 하지 말고, "아, 내가 지금 좀 긴장했구나" 하고 담담하게 인정해 주렴.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것만으로도 감정의 파도는 잦아든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아주 단순하고 원초적인 즐거움으로 관심을 돌리는 게 최고란다. 거창한 행복을 찾을 필요도 없어.
"오늘 점심은 뭐 맛있는 걸 먹을까?", "내일 저녁엔 치킨을 먹을까, 피자를 먹을까?" 이런 사소한 고민들이 의외로 뇌의 긴장을 풀어주는 특효약이란다. 심각한 고민의 틈바구니에 '맛있는 상상'이나 '즐거운 계획'을 끼워 넣어보렴. 뇌가 잠시 쉴 틈을 주는 거야.
불안과 압박은 대부분 '알 수 없는 먼 미래'에서 온단다. "10년 뒤에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러다 평생 실패하면 어쩌지?" 같은 막연한 걱정은 너희를 압도할 뿐이야.
그럴 때는 시선을 거두어 '바로 내일'을 보아라. 그리고 아주 구체적이고 세세한 계획을 세워보는 거야. '내일 아침엔 7시에 일어나서 물을 한 잔 마시고, 오전에는 책을 30페이지 읽고, 오후에는 산책을 해야지.' 이렇게 손에 잡히는 가까운 시간들을 통제해 나가다 보면, 막연했던 불안은 사라지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차오른단다.
압박감을 이기는 힘은 결국 너희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에서 나온다. 꿈을 꾸어라. 하지만 그 꿈이 뜬구름 잡는 소리가 되지 않게 하려면, 목표를 아주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단순히 "부자가 되고 싶다"가 아니라, "5년 안에 종잣돈 얼마를 모은다"처럼 말이야. 목표가 명확해지면 지금 겪는 이 고통이 '무의미한 형벌'이 아니라, 꿈으로 가는 계단 중 하나인 '과정'으로 느껴지게 된단다. 의미 있는 고통은 견딜 수 있는 법이니까.
마지막으로,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을 때는 해결하려 들지 말고 그냥 견뎌라. 모든 문제에 당장 정답을 내놓을 필요는 없어. 어떤 문제는 너희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단지 '시간'이 필요해서 풀리지 않는 것일 수도 있거든.
지금 당장 해결하지 못한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야. 그저 오늘 하루를 묵묵히 버티고 견디다 보면, 시간이라는 녀석이 상황을 변화시키고 뜻밖의 해결책을 가져다줄 때가 많단다. 버티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해결책임을 잊지 마라.
사랑하는 아들과 딸아.
마음이 돌덩이처럼 무거울 때, 이 편지를 꺼내 읽어주렴. "오늘 점심 뭐 먹지?" 하며 피식 웃을 수 있는 여유가, 너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그 압박감으로부터 너희를 구원해 줄 거야.
너희가 그 어떤 무게도 넉넉히 견뎌낼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의 근육을 가지길 기도하며.
오늘도 너희의 평안한 밤을 바라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