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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Jul 06. 2023

문제 속에 들어가면 답이 보인다

면접2 후기

메타 프로젝트. IB한 사람이면 모를 수가 없는 이름이다. M5(고1) 때 하는 IB 커리큘럼의 하나다. 요약하자면 일 년 동안 자신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만드는 거다. 각설하고.


오늘 학교 CGIS 인턴십 면접을 봤다. 업무는 SNS 포스팅이라고 들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더 자유로운 것 같다. 듣다보니 스며들 듯 기억나는 것이 있다. 


'...자유롭다.'


다시 말하자면,


'...다 내가 하는 거잖아?'


다시 생각하고 보니,


'.....?....슈퍼바이저?'


이거 메타프로젝트잖아.


스케일이 커진 메타프로젝트라고 할까. 정부니 NGO니 도움 받을 수 있으면 연결해주겠다고 하시고. 내가 학교에서 한 '코로나로 인한 동양인 혐오 범죄 인식에 관한 미술전시회'에 비하면 이건 정말 큰 스케일이다. 스케일이 커짐..와우..좋긴 좋은데. 이게 참. 뭐라고 말할 수 없군.

판 벌릴 때마다 걸리는 건 언어장벽이다. 광둥어를 못해서 '어쩌냐.'하는 눈빛으로 원장님이 날 보셨다. 


(히히.합격했다. 날 테스트할 거라고 생각했던 면접들이 모두 그저 내게 질문을 던지는 거였다. 네가 여기서 뭘 할 거냐고.)


인턴십을 지원한 곳은 상담센터인데 교수님이 하는 상담센터였다. (놀람포인트1)

프로젝트가 너무 자유로워서 놀람포인트2

그러다가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졌는데 이게 메타프로젝트라고 생각하니까 가벼워졌다. 갑자기 IB한테 고마워진다. 


생각해보니 이번 인턴십의 이런 자유로움, 자치성, 프로젝트가 나와 정말 잘 맞는다. 나라는 인간에게 잘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걸 해본 적이 별로 없으니) 참 내가 쓴 이력서에 이력들이랑 이보다 더 찰떡일 수가 없다. 왜냐면 내 이력서는 프로젝트들로 가득 차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에서는 계속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부스 만들고, 전시회 만들고, 병원 인턴십 해보고. 고등학교 우리 교장 선생님의 특성인건지, 아니면 IB의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프로젝트 많이 했다. (아마 IB의 특성도 있을 거다)


그건 그렇고. 면접에 붙었으니 나 진짜 인턴십 해야지. 안 할 이유가 없다. 갈팡질팡하지 말자. 갈팡질팡. 해도될까말까. 내가 진짜 이걸 해도 될까? 이런 생각들이 막상 붙으면 든다. 붙기 전에는 '내가 진짜 붙겠다.'하고 다짐하면서 참 모순적인 인간이다. 


그거랑은 별개로 면접 후기와 기억할 점들을 써보고 싶다.


미래의 내가 기억해야 할 것.

2학년을 선호한다고 한 인턴십들이라 (애초에 그렇게 표시되어 있었다) 나 안 될 줄 알았다. 그래서 어차피 안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준비도 부족했다. 첫번째 수습 인턴을 위해 써놓은 한국어 이력서를, 마감일 3시간 전에 파파고로 돌려가지고 그 뒤에 검수해서 빠르게 올리려 했으나 못했다. 자소서는 센터 이름 바꿔서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얼레벌레 그 이상...) 수정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 날 10시까지 올리려다가 수요예배 시간 늦어서 "...예배 가야지." 하고 내년에 인턴 하기로 눈물을 머금고 (1월 인턴이 있었다) 갔다가 돌아왔는데 시간이 남은 거다. 


홍콩과 한국의 시차는 1시간이다. 시간계산 안 하고 그냥 정서적으로 몰려있던 나는 현실적인 걸 보지 못했다. 남은 시간에 차근차근 밥 먹기 전에 이력서 다시 올리고, 자소서 올려서 접수했다. 한 마감 2분 전에.


그래, 그랬다. 

느낀 점은 


1. 안 될 이유라고 생각했던 게 결국 시도하면 되기도 한다. (학년 제한에 포기하지 말기)

2. 면접은 '나'보다 '거기에 있을 나'에 대해 말해야 한다.

3. 역시 학교 관련 프로그램은 든든하다. 학생들로 이익 만들면 안 된다고 원장님이 두 번이나 언급하셨다. 마음이 든든하다. 보호 받는 기분이다. (전에 면접 본 상담센터에서 데스크 업무로 직원분 대신 일할 뻔 한 나에게는..이게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공짜 노동력이 아니라 학생으로 봐준다는 거니까)


4. 그리고 역시 언어를 배워야 한다. 역시 역시. 아니면 영어권으로 가던가. 


p.s.

UN 심리학자가 내 꿈이다. 요새 생각이 많다. 컴공 복수전공도 하고 싶고, 의대 편입도 하고 싶고, 복수전공을 좀 더 진로에 유리한 걸로 하고 싶다. 그런데 그럴만한 능력도 인내심도 없는 것 같아서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한다. 그래도 컴공 복수전공 조건을 봐서 맞출 준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신과의사의 대우가 부러워서 의대편입을 생각하는 게 맞다. 그리고 심리학자는 12년인데 홍콩 의대는 8년이 걸리니까. 공부만 잘하면 그쪽이 더 좋을 것 같다. 결국 이 건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시작하는 학기에 공부를 열심히 해서 학점을 올려야 한다. 이 흥미가 내 욕심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인턴십도 하니까 되긴 되는구나. 못할 줄 알았는데.  역시 '문제 속으로 들어가면 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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