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앞으로 어떤 크리에이터로 남을 것인가?
요즘 뉴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인공지능 모델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광고 업계에서 AI 모델을 도입했다는 사실은 늘 논란을 불러온다. 최근에는 한 화장품 브랜드가 광고에 AI 모델을 활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소비자들의 반응이 거셌다. “저걸 어떻게 믿냐”는 불신에서부터 “발색이 실제와 다르면 어떡하냐”는 우려까지, 단순한 흥미를 넘어 신뢰의 문제로 번져버린 것이다.
패션 업계에서 스타일리스트로 일했던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이 논란이 남 일 같지 않게 다가왔다. 룩북 한 권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 모델 섭외에서부터 촬영팀, 스타일리스트, 조명 기사, 장소 대관, 후반 보정까지, 한 번의 촬영이 진행되기까지 수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입된다. 그렇기에 업계 입장에서는 AI 모델이 분명 혁신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몇 초 만에 원하는 콘셉트와 포즈를 구현할 수 있고, 계절감과 분위기까지 조정이 가능하다. 비용은 기존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효율성과 속도, 그리고 비용 절감이라는 관점에서 AI 모델은 매력적인 대안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소비자의 마음은 다르다. 광고를 보는 사람들은 단순히 이미지를 구경하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서 자신을 투영하고, ‘나도 저 제품을 사용하면 저 모습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품는다. 화장품 광고라면 더욱 그렇다. 립스틱을 바르면 저 발색이 날까, 파운데이션을 쓰면 저런 피부 표현이 가능할까, 소비자는 늘 자신과 연결 지어 상상한다. 그런데 광고 하단에 “이 이미지는 AI로 생성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붙는 순간, 그 기대는 확신에서 의심으로 바뀐다. 소비자는 더 이상 이미지 속 모델을 ‘가능한 미래’로 받아들이지 않고, ‘조작된 환상’으로 인식하게 된다. 결국 브랜드가 어렵게 쌓아올린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다.
이 현상은 단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덴마크에서는 이미 ‘내 얼굴과 목소리’에도 저작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이제는 AI가 누구의 얼굴이든, 목소리든 복제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실제와 가상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우리는 새로운 윤리적 기준과 법적 장치를 요구받는 순간에 와 있는 셈이다. 단순히 기술의 발전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디지털 자아를 보호해야 한다는 차원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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