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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책이 사라지고 단 한 권만 남는다면?

세상의 모든 책이 사라지고 단 한 권만 남는다면, 챗봇은 어떤 책을 추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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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의 상상력이 언제나 세상을 발전시켜왔다고 믿는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눈앞으로 끌어오는 힘이 바로 상상력이다. 전기가 세상을 밝히기 전에도, 하늘을 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던 시절에도 누군가는 그 장면을 먼저 떠올렸고, 결국 현실로 만들었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수많은 발명과 사상, 예술과 과학의 흔적 속에는 그렇게 누군가의 상상력이 남아 있다.


하지만 상상력은 꼭 거대한 발명이나 역사적 사건에서만 작동하지 않는다. 책을 고를 때처럼 작은 순간에도 그것은 우리 삶을 비춘다. 책을 읽고 싶지만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모를 때, 우리는 종종 누군가에게 묻는다.


“책 좀 추천해줄래?”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상대의 세계관을 빌려 잠시 여행해보려는 상상력의 발현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막상 책을 추천하는 일은 쉽지 않다. 책은 곧 그 사람의 경험과 가치관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위로를, 또 다른 이는 사고를 흔드는 철학을 원한다.


나는 오래전 독서 모임에 참여했다가, 사람들이 각자 들고 온 책을 보며 깨달았다. 그 사람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질문은 어쩌면 “요즘 무슨 책을 읽으세요?”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 질문을 한 걸음 더 확장해 보자.


만약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책이 단숨에 사라지고, 단 한 권만 남는다면 어떨까?


물론 실제로 그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특정한 한 권만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러나 궁금증은 남는다. 그래서 나는 챗봇들에게 물어봤다. 흥미롭게도 챗봇들은 마치 서로 다른 스승에게 배운 듯, 각기 다른 책을 추천했다.


챗지피티, 지미나이: 『명상록』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클로드: 『오디세이아』 – 호메로스

그록: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더글러스 애덤스

퍼플렉시티: 『어린 왕자』 혹은 『성경』


추천 이유도 다양하다. 누군가는 인류 보편적 감정을 담은 서사시를, 또 누군가는 유머와 상상력의 힘을, 다른 이는 사랑과 순수함을, 또 어떤 이는 수천 년간 인류를 지탱해온 경전을 꼽았다.


여기서 보이는 공통점은 분명하다. 챗봇들은 모두 세대를 넘어 여전히 의미를 주는 책, 곧 인류의 근원적 질문―사랑, 고통, 희망, 용서, 존재의 이유―을 담아낸 책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결국, 만약 단 한 권만 남길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읽을거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인간의 삶과 본질을 비추는 거울 같은 책, 바로 그런 책이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시작하려 한다 이 책들과의 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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