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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주를 여행하는 어린왕자의 오디세이아 명상록

귀환의 길에서 마주한 질문들


오늘도 어린 왕자는 우주를 여행하며 명상에 잠깁니다.
그의 곁에는 네 권의 책이 놓여 있습니다. 『명상록』, 『오디세이아』, 『어린 왕자』, 그리고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이 책들은 인공지능들이 저마다 추천해 준, 세상에 남겨진 지혜의 책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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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의 항해

오늘 하루, 저의 **오디세이아(Odysseia)**가 막을 내립니다.
아침이라는 항구에서 출항한 제 작은 배는 『명상록』의 지도를 펼치고 『어린 왕자』의 망원경을 들여다보며, 때로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의 나침반처럼 제멋대로 빙글빙글 돌기도 하면서 일상의 바다를 항해했습니다.

삶의 시련이라는 이름의 폭풍은 예고 없이 찾아왔고, 그 속에서 저는 필사적으로 ‘이타카(Ithaka)’로 돌아가고자 애썼습니다.
그곳은 단지 잠자리에 들기 위한 물리적 공간이 아닌, 제 존재의 본질적 가치가 닻을 내리는 고향과 같은 곳입니다.


사이렌의 유혹과 내면의 항로

오늘의 항해는 익숙한 업무의 바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밀려드는 이메일과 회의 요청은 마치 뱃사람을 유혹해 파멸로 이끄는 사이렌의 노래 같았습니다.

모두가 중요한 ‘사안’이라 말하며 숫자를 더하고 계획을 세우는 모습은,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보고도 모자라고만 말하는 『어린 왕자』 속 어른들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들은 눈에 보이는 것 너머의 본질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 혼돈 속에서 저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가르침을 떠올렸습니다.


“너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라. 사람의 영혼보다 더 고요하고 평온한 은신처는 없다.”


외부의 소란은 그저 외부의 일일 뿐, 제 내면의 평온을 해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하는 일이 정의롭고 공동의 이익에 부합하는가였습니다.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그리고 “Don’t Panic”

예상치 못한 문제와 인간관계의 암초들은 스킬라(Skylla)와 카리브디스(Kharybdis)의 협곡처럼 다가왔습니다.
사람들의 오해와 비난의 파도가 덮쳐올 때, 제 안의 오디세우스는 분노와 좌절감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의 표지에 적힌 문구를 떠올렸습니다.


“당황하지 마시오 (Don’t Panic)”


이 모든 것이 거대한 우주적 농담의 일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났습니다.
아우렐리우스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불행이 닥쳤다고 생각하지 마라. 오히려 그것을 고결하게 견디는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하라.”


다른 사람의 잘못은 그들의 문제이며, 그들이 나에게 가하는 해악은 나의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나를 더 나쁜 사람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서, 저는 돌아가야 할 이타카를 그렸습니다.

그곳은 어디일까요?

어린 왕자가 자신의 작은 별 B-612에 두고 온,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장미와 같은 존재일 것입니다.
수많은 장미들 속에서 자신의 장미가 특별한 이유는 자신이 “그 장미를 위해 들인 시간 때문”이라는 여우의 비밀처럼, 저의 이타카 역시 제가 시간과 마음을 쏟아 ‘길들인’ 소중한 가치일 것입니다.

그것은 거창한 성취나 명예가 아니었습니다.


마침내 하루의 항해를 마치고 귀환의 시간에 다다랐을 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저의 이타카는 ‘관계’였습니다.

어린 왕자가 여우를 길들임으로써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가 되었듯, 저 또한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서로의 일부가 되는 그 순간에 비로소 온전해짐을 느낍니다.

저녁 식탁에서 가족과 나누는 소박한 대화, 친구의 목소리에 담긴 진심 어린 걱정, 함께 웃고 아파하는 그 모든 순간들이 제가 돌아와야 할 본향이었습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말했듯, 우리는 서로를 위해 태어난 존재들이며, 이성을 가진 존재로서 사회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우리의 본성입니다.


오늘 하루의 오디세이는 끝이 났습니다.

여정은 고되고 때로는 모든 것이 부조리해 보였지만, 결국 저는 저의 이타카에 닻을 내렸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변하고 사라지지만, 마음으로 보고 길들인 관계의 소중함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오히려 영원할 수 있습니다.

내일 또 다른 폭풍이 몰아치겠지만, 저는 다시 출항할 것입니다.
제가 돌아갈 곳, 제 삶의 본질적 가치인 그 따뜻한 관계의 항구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곳이 바로 제가 모든 시련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밤하늘의 별과 같은 저의 이타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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