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는 우주를 여행하며 명상에 잠깁니다.
그의 곁에는 네 권의 책이 놓여 있습니다. 『명상록』, 『오디세이아』, 『어린 왕자』, 그리고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이 책들은 인공지능들이 저마다 추천해 준, 세상에 남겨진 지혜의 책들입니다.
수많은 별들이 침묵하는 우주 한가운데서, 어린 왕자는 눈을 감고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합니다. 『명상록』의 한 구절이 그의 마음을 스칩니다.
“사람들은 시골이나 바닷가, 산속에 은둔처를 찾곤 한다. 그대 또한 그런 것들을 몹시 갈망하곤 한다. … 그러나 그대는 언제든 스스로의 내면으로 은둔할 수 있다. 사람의 영혼만큼 고요하고 소란에서 자유로운 은신처는 없기 때문이다.”
왕자는 깨닫습니다. 진정한 고독은 행성 B612에 홀로 남겨지는 물리적 외로움이 아니라, 스스로 영혼의 고요 속으로 들어가는 선택이라는 것을. 외부의 소란은 닿지 못하는 그 내면의 은신처에서, 그는 다시 새로워집니다. 고독의 첫걸음은 자기 자신과 마주하며, 내면의 작은 영토로 물러나는 데 있었습니다.
왕자의 사유는 망망대해를 떠도는 한 영웅에게로 향합니다. 바로 오디세우스입니다. 님프 칼립소의 섬에 붙잡혀 사랑하는 이들과 멀리 떨어진 채, 그는 매일 바닷가에 앉아 눈물을 흘리며 고향 이타카를 그리워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는 그를 고립시키는 장벽이었지만 동시에 귀향을 향한 길이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시련 끝에 동료를 모두 잃고 홀로 남아도, 오디세우스는 인내하며 나아갔습니다. 어린 왕자는 생각합니다.
'고독은 견뎌내야 하는 긴 항해와 같다. 연결에 대한 희망이야말로 그 어둡고 외로운 바다를 건너게 하는 등대다.'
고독의 아픔을 곱씹던 왕자는 지구에서 만난 여우를 떠올립니다. 수많은 장미 속에서 자신의 장미가 평범하다고 여겨 울던 순간, 여우는 “길들인다”는 것의 의미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만약 네가 나를 길들이면, 내 삶은 햇살이 비추는 것처럼 환해질 거야.”
길들인다는 것은 곧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처음엔 수많은 존재 중 하나에 불과했지만, 함께 시간을 쌓아갈수록 서로에게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됩니다. 어린 왕자는 깨닫습니다. 자신이 돌보고, 지키고, 함께 시간을 들인 그 장미가 소중한 이유는 바로 그에게 쏟아 부은 시간 때문이라는 것을. 고독은 이렇게 타인을 발견하고 관계를 맺는 순간, 단 하나의 세계로 변모합니다.
마지막으로 왕자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펼칩니다. 그러자 고독의 무게는 우주적 농담 속에서 가볍게 녹아내립니다.
지구라는 행성은 은하의 구석에 위치한 **“전혀 대수롭지 않은 작은 청록색 행성”**일 뿐이고, 그곳의 인간들이 흘린 눈물과 고민은 우주의 차원에서 보면 하찮습니다. 주인공 아서 덴트는 지구가 철거된 후 홀로 남겨졌지만, 그의 비극은 심각하지 않습니다. 그가 가장 슬퍼한 건 맥도날드 햄버거가 사라진 사실이었으니까요.
더 우스운 건, “행성 크기의 뇌”를 가진 로봇 마빈이 끝없는 비관으로 우주선 컴퓨터를 자살하게 만든다는 대목입니다. 어린 왕자는 피식 웃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느끼는 고독이란, 결국 우주가 던지는 엉뚱한 농담일지도 모릅니다.
오늘의 깨달음 한 문장
고독은 관계의 부재가 아니라, 수많은 별들 속에서 단 하나의 소중한 존재를 발견하게 하는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