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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스트레스를 큰 에너지원으로

우리는 흔히 스트레스를 피해야 할 적으로만 여긴다. “스트레스 받지 마라”는 말이 습관처럼 오간다. 하지만 정말 스트레스는 무조건 해로운 것일까? 최근 뇌과학과 심리학 연구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은 스트레스는 오히려 우리 몸을 깨우고, 도전 앞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불러낸다. 문제는 스트레스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다루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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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작은 일에도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순간,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마음이 무거워진다. 식단을 줄이겠다고 다짐하는 것만으로도 배고픔이 더 크게 느껴지고, 뇌는 불편함을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평소엔 떠오르지 않던 잡념이 몰려드는 것도 같은 원리다. “절제를 시작한다”는 생각 자체가 뇌를 자극해 스트레스를 불러오는 것이다.


이 반응은 진화적으로 각인된 것이다. 스트레스가 찾아올 때, 뇌는 곧바로 **HPA 축(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을 작동시킨다.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며 심장이 빨리 뛰고, 혈압이 올라가고, 몸은 에너지를 동원한다. 시험장에 들어설 때 손에 땀이 나고, 무대에 오르기 직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반응은 원래 위협으로부터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였다. 문제는 이 상태가 만성적으로 이어질 때다. 끊임없이 꺼지지 않는 불안으로 고착될 때, 스트레스는 건강을 해친다.


그러나 짧고 적당한 스트레스는 다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유스트레스(eustress)**라고 부른다. 가벼운 긴장은 집중력을 높이고, 성과를 끌어올리는 연료가 된다. 발표 전에 느끼는 긴장감은 준비한 내용을 또렷하게 떠올리게 하고, 운동 경기에서의 긴장은 평소 이상의 기록을 이끌어낸다. 긴장이 전혀 없는 상태보다 적당한 긴장이 있을 때 학습과 수행이 더 좋다는 것은 수많은 실험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물론 강도 조절이 핵심이다. 지나친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을 무너뜨린다. 하지만 작은 스트레스는 우리의 심리적 근육을 단련한다. 연구자들이 말하는 “항상성 부담(allostatic load)” 개념을 적용하면, 무게가 너무 크면 몸을 해치지만 작은 무게는 근육을 키운다. 스트레스 역시 마찬가지다. 짧고 작은 스트레스는 오히려 회복 탄력성을 키워, 이후 더 큰 도전에 맞설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그렇다면 작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에너지원으로 바꿀 수 있을까? 첫째, 스트레스를 해석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불안해서 망치겠다” 대신 “긴장 덕분에 집중할 수 있다”고 인식하면 실제 신체 반응도 달라진다. 둘째, 회복 루틴을 확보해야 한다. 가벼운 스트레스 뒤에 휴식, 산책, 대화 같은 회복 시간을 넣으면 부담이 쌓이지 않고 훈련처럼 작동한다. 셋째, 작은 도전을 반복하는 것이다. 다이어트, 공부, 발표 같은 스트레스를 일부러 피하지 않고 자주 경험하면 뇌는 점차 그 자극에 익숙해진다.


결국 중요한 건 스트레스를 제거하는 게 아니다. 작은 스트레스는 우리를 꺾는 적이 아니라, 삶을 앞으로 밀어주는 동력이다. 무대를 앞둔 연주자가 완전히 편안하면 졸음이 오고, 지나친 긴장은 손을 떨리게 한다. 그러나 적당한 긴장은 연주를 날카롭고 생생하게 만든다.


스트레스는 독이 아니라, 조율된 현악기의 떨림이다. 잘 다루면 삶을 선명하게 만드는 에너지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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