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가장 강력한
두 명의 스승은 집 안에 있다

입과 감정을 통제하는 진짜 고수들의 방식

by 배성모


사람들은 훌륭한 멘토를 찾기 위해 위인전을 뒤적이고 유명 강사의 강연장을 기웃거린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묵직한 가르침을 주는 진짜 고수 두 명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바로 내 아내와 여동생이다.


먼저 아내를 보자. 내가 아는 한,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정보의 방화벽’이다.

사람들은 모이면 쉽게 남의 흉을 본다. 험담만큼 비용이 적게 들고 즉각적인 보상을 주는 오락거리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내는 다르다. 누군가의 좋은 이야기는 스피커처럼 사방에 틀어대지만, 타인에 대한 험담이나 부정적인 이슈는 그녀의 귀에 들어가는 순간 흔적도 없이 소각된다.


누군가 다가와 “그 사람, 알고 보니 그런 면이 있더라”라며 은밀한 미끼를 던져도, 남의 나쁜 이야기를 타인에게 다시 옮기는 짓을 아내는 절대 하지 않는다. 이건 단순히 성격이 착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타인의 허물(가십)을 내 입에 담아 내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겠다는, 무서울 만큼 견고하고 고도화된 자기 통제다. 나는 감히 흉내조차 내지 못할 이 철저한 입의 통제력을 볼 때마다 뼈저린 존경심을 느낀다.


여동생은 또 다른 차원의 고수다. 그녀의 감정 계기판에는 ‘폭발’이라는 눈금이 아예 빠져 있는 것 같다.

살다 보면 부딪히고 갈등할 일이 수없이 생긴다. 하지만 여동생은 그 어떤 억울하고 심각한 상황이 와도 언성을 높이거나 맹렬하게 들이받지 않는다.


“나 진짜 서운해.”


입을 삐죽이며 삐지는 것이 그녀가 보여주는 최대치의 분노다. 나는 평생 그녀가 이성을 잃고 화를 내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많은 사람이 목소리가 크면 이기는 줄 안다. 화를 내고 윽박지르는 것을 자신의 카리스마나 권력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사람은 쉽게 끓어오르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타격에도 감정의 평형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싸우지 않고도 관계의 주도권을 쥐는 여동생의 차분함은, 볼 때마다 감탄을 자아내는 완벽한 멘털 관리다.


주변의 흔한 풍경을 보면, 별것도 아닌 작은 일에 핏대를 세우고 남에게 들은 자극적인 험담을 무슨 훈장이라도 되는 양 떠벌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널려 있다. 그들은 자신이 꽤 정보력이 있고 강한 사람이라 착각하겠지만, 실상은 가장 가벼운 자극에도 쉽게 무너지는 취약한 구조에 불과하다.


진짜 압도적인 실력은 화려한 언변이나 뜨거운 분노에 있지 않다.

타인의 어두움을 내 입으로 옮기지 않는 무거운 입술과, 어떤 소음에도 흔들리지 않는 건조한 감정선. 가장 강력한 사람은 타인을 통제하려 드는 자가 아니라, 기어이 자신을 통제해 내는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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