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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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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초 어느 시인 분과 함께하는 공연에 
몇 곡의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녹음이 한창이던 작년 가을 새벽녘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에 있는 라디오 액정이 고장나 반쯤 고정되어 있는 한 주파수에서 만났던 익숙한 음성.
바로 그 시인분이었다.
그의 음성은 익숙했으나 글을 마주하지 못한 터 책을 주문하고 가방에 넣어 다녔다.
비 오는 오후 기타를 꺼내고 책을 꺼내어 두었더니 
엄마는 소리 내어 읽기 시작한다.
엄마의 음성으로 처음 마주한 그의 글
공연을 하기 전까지는 머리맡에 두고 펼쳐보아야겠다.

핸드폰 녹음 기능이 아무래도 고장 난 것 같다.
봄이 오기 전에 핸드폰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이 순간 기록할 수 없음은 이제 참을 수 없는 무엇이 되었다.

P.s 책의 내용에 웅변학원이 나왔다.
엄마는 오랜 기억을 꺼내어 나의 어린 시절을 추억했다.
난 웅변을 곧잘 하는 아이였다.
물빛은 이제 엄마품에서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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