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숙제
귓가를 울리는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여름보다 가을 문턱을 기다리는 기도 같다.
오늘이 내 생에 가장 시원한 날이라 생각하면 다가올 미래에 지구는 얼마나 심한 고열 감기에 걸릴지, 가늠조차 하지 못할 여름이었다.
난 내게 남아있는 어렸을 적 기억을 떠올리다 보면 아득히 먼 곳에 있는 별을 생각한다 그곳엔 별이 된 사람과 추억이 된 공간들이 아직 존재한다.
햇빛이 들어온 마룻바닥에 누우면, 할머니만큼 오래된 선풍기 하나로도 그리 덥지 않았던 여름날.
할머니 팔베개에 몸을 숨겨도 시원한 나무로 된 마룻바닥이 오후의 단잠을 책임져 주었던 그날들.
높고 청량했던 푸른 하늘과 깊은 생각에 빠질 테면 기억나는 계절은 여름이었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의 나무숲을 조카와 함께 거닐 때면 살며시 불어오던 여름 바람이, 간지럼 태웠던 산들 한 기억들이 피어오른다. 유독 나무들이 많았던 나의 유년 시절 그 아파트 단지에도 내 안의 뜰과 마당이 있었기에 우리는 자라날 수 있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또 치열했던 이마의 땀방울들이 그리워질 날도 올 터이다 이제 그리운 날들은 내 안에 바람으로 깃들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