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 수 있는 것은 없다. 그저 버틸 뿐

"이겼다"라고 인정받은 야곱

by 독한아빠

* 본문에 인용된 성경 구절은 '메시지 성경'의 번역본을 사용하였습니다.



하나님이 주신(혹은 주셨다고 여겨지는) 어떤 약속을 믿고, 그 약속이 성취되기까지 한 개인은 어떤 과정을 거쳐가는 걸까? 혹은 어떻게 처신하고, 행동하여야 하나님이 주신 약속을 훌륭하게 성취할 수 있는 것일까?


혹시 하나님께서 내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들은 것 같고, 그런 약속에 대한 확신 또한 '분명하게' 받은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없고, 형통함이 없어 좌절한 적은 없었는가?


개인적으로 지금의 나는 그런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분명히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아왔는데, 심지어는 나 스스로는 전혀 하기 싫었던 결정조차 하나님의 뜻하심이 분명하다는 여러 증거를 통해 확인하고 믿음으로 선택했는데, 도리어 상황이 더 나빠진 것 같이 느껴진 적이 있었다.


삼촌 라반의 집에서 다시 아버지의 집으로 떠나던 야곱이 딱 그런 상황이었던 것 같다.




그때에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태어난 고향으로 떠나가라.

내가 너와 함께 하겠다." (창 31:3)


야곱은 (비록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이었으나) 베델에서 분명히 하나님으로부터 '형통과 축복'의 약속(창 28:15)을 받고 밧단아람에 있는 삼촌의 집으로 떠나갔다.

그러나 그는 그곳에서 이방인보다 못한 대우(창 31:14)를 받으며 20년을 살았다.




20년 동안 하나님은 침묵하셨다. 그의 삶에는 형통의 약속이 임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하나님에 대한 배신감을 느낄 법도 하다. 야곱이 어땠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역시 사람인지라 하나님에 대한 '불신, 또는 의심'이 싹트지 않았을까 발칙하게 상상해본다. 그 맘 때, 기가 막힌 타이밍에, 하나님께서 다시 등장하셨다.


"라반이 이제까지 네게 어떻게 했는지 내가 다 안다.

나는 베델의 하나님이다." (창 31:13)


하나님은 다시 야곱을 위로하고 격려하신다. 그리고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재촉하신다. '그럼, 그렇지. 하나님이 나를 버리실 수 없지. 베델의 형통은 이제부터 시작이구나.' 야곱은 다시 짐을 꾸리고, 갱신된 약속을 믿고 집으로 돌아간다.




두 번이나 하나님으로부터 확인받은 약속이라면 앞으로 야곱의 삶에는 형통이 임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야곱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은 소식은 그리 평화로운 것이 아니었다. 아니 정반대였다. 야곱은 목숨의 위협까지 느끼는 무서운 소리를 듣게 된다.


"주인님의 형님인 에서께 주인님의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분은 주인님을 맞이하러, 부하 사백 명을 거느리고 오시는 중입니다."

야곱은 몹시 두렵고 겁이 났다. (창 32:6~7)


'왜 굳이 부하들을, 그것도 400명이나 이끌고 오는 거지? 환영식이라고 보기엔 너무 지나친데?' 계산이 빠르기론 이인자라면 서러울 야곱이다. 대번에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을 몰살하기 위해서 오는 것이라고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두 번이나 축복의 약속을 갱신받았지만, 야곱의 앞 길은 형통하지 못했다.




"제게 '네 부모의 고향으로 돌아가라. 그러면 내가 너를 선대 하겠다'라고 말씀하신 하나님,

저는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그 모든 사랑과 성실을 받을만한 사람이 못됩니다." (창 32:9~10)


야곱은 그제야 자기 존재의 약함에 직면했다. 늘 자기 잘난 맛에 살았지만, 실상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하나님? 께서 내게 영광을 주시면 내가 당신을 위해서 제단을 쌓을게요. 하나님 복을 주시면 내가 하나님 잘해드릴게요.' 더 이상 허풍을 떨지 않는다. 어깨를 한껏 움츠러뜨리고는, 부들부들 몸을 떨며 자신의 약함을 있는 그대로 하나님 앞에 내보인다. '하나님, 제가 이렇게 별 거 없는 사람이에요. 저 어떡해야 해요?'




하나님은 그런 야곱을 보고 다시 야곱의 앞에 나타나셨다. 야곱은 그가 하나님의 사람임을 단 번에 알아차린다. 그래서 그분의 축복을 '생명을 다해' 끈질기게 구한다. 이제 자신의 힘으로는 자신을 살릴 수 없음을 분명히 깨달은 것이다.


끈질기게 구했다. 밤이 새도록 구했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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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하나님을 인생이 이길 수나 있을까? 하나님은 그저 야곱의 간절함을, 야곱이 자신의 지금 모습을 스스로 확인하고 인정할 수 있도록 끝까지 지켜보셨다. 야곱은 하나님만 붙잡았다. 이기려 하지 않았다. 실제 이길 수도 없었다. 그저 포기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네가 하나님과 씨름하여 이겼으니,

이제부터 네 이름은 이스라엘(하나님과 씨름한 자)이다." (창 32:24~28)


그렇게 하나님을 포기하지 않으니까, 죽어라고 버티니깐, 하나님은 야곱을 보고 "이겼다"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렇다. 하나님은 그런 분이시다. 하나님은 우리를 이기고 싶어 하지 않으신다. 하나님만 믿고, 하나님만 붙잡으면, 하나님은 우리더러 이겼다고 해주신다.


"포기하거나 중단하지 않으면, 때가 되어 좋은 알곡들을 거둘 것입니다. (갈 6:9)"


혹시 하나님께서 내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들은 것 같고, 그런 약속에 대한 확신 또한 '분명하게' 받은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없고, 형통함이 없어 좌절한 적이 있었는가?

하나님만 믿고 포기하지 않고 버티면 된다. 그러면 하나님이 "그래. 네가 이겼다"라고 인정해주실 것이다.


그때 우리도 바야흐로 야곱처럼 고백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강하시다"

אל אלוהה ישראל

(엘 엘 로헤 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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