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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리아 Mulia Nov 30. 2020

지갑의 여유가 아닌 마음의 여유를 찾아 떠나는 여행

책, 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슛뚜

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   《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 ... 짙푸른 바다색과 모래사장이 있는 책 표지가 참 기분좋게 만든다.

책을 읽다 보니 책 표지의 그 바다는 포르투갈의 나자레였다. 글과 사진 슛뚜... 슛뚜라는 독특한 이름을 찾아 검색하니 저자는 블로그와 브이로그 채널을 운영 중인 유튜버, 프리랜서 박해리다. 블로그 소개에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는 사람'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진짜 그녀는 그런 사람인 듯싶다.

21개의 도시를 여행했던 슛뚜의 여행 에세이 《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를 읽고 난 후 드는 생각은 한 마디로 '참 부럽다' '참 멋지게 사는구나'... 물론 그녀의 개인사는 모르지만 마음먹은 곳을 찾아 한 치의 망설임조차 없이 떠날 수 있는 그녀의 용기와 베짱이 대단해 보이고 나의 20대는 어땠는지 돌아보게도 만들었다.


보통 여행을 다녀오면 그 후유증이 꽤 오래간다. 여행지에서 돌아오는 날로부터 시작해 한동안 핸드폰에 저장된 여행 사진을 밤마다 보고 예쁘게 찍힌 사진들로 카톡 프로필을 바꾸기 바쁘다. 단 한 곳을 다녀와도 그런데 2016년부터 시작된  여행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묶기 위해 그녀가 거쳐갔던 21개 도시들을 떠올리는 일들이 얼마나 가슴  벅찼을지 짐작이 되었다.


생애 첫 장기여행의 시작 


그녀에게 최고의 여행지는 아이슬란드이고 최고의 나라는 영국이라고 했다. 아마도 그녀의 첫 여행지가 영국이어서 그럴지 모른다. 아르바이트로 500만원을 모아 떠났던 한 달간의 유럽여행... 휴학을 하고 떠났던 여행의 시작이 영국의 런던이었다고 했다. 부모님이 마련해 준 돈으로 편하게 떠난 여행도 아니었고 대학이 맞지 않아서라고는 했지만 휴학계까지 내고 떠나는 여행이라니... 그녀의 용기가 부러워지는 지점이었다.


나 역시 대학 2학년 때 처음으로 친구들과 배낭여행을 갔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여행이었다. 여럿이 떠나는 여행은 장점도 있지만 여행을 주도하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게 된다는 단점도 있다.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던 성격 탓에 나의 여행은 그저 따라가는 여행... 물론 여러 지역을 다니며 좋았지만 그 시간을 좀 더 알차게 계획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많이 든다. 특히 시간 면에서... 대학생이어서 가능했던 한 달여의 시간... 공부도 아닌 오로지 여행으로만 채울 수 있었던 그 시간을 날려 버린 게 못내 아쉽다. 그리고 살면서 대학생이던 그 시절 여행이든 휴학이든 좀 더 용기를 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다 보니, 슛뚜의 여행기를 읽으며 어설펐던 대학생 시절의 내 모습이 참 많이도 떠올랐다.


새벽에 비행기표를 끊다



슛뚜는 여행에 있어서 과감하고 충동적이다. 즉흥적으로 비행기 표를 예약하고 혼자든 여럿이든 그녀를 이끄는 곳으로 간다 과감하게... 일본의 가고시마가 그랬고 인도네시아의 발리와 아이슬란드가 그랬다. 그렇게 친구와 이야기하다 갑자기 티켓을 끊고 망설임 없이 떠난다. 여행지의 좋고 싫음이 문제가 아니라 그럴 수 있는 과감함이 참 부러웠다.

슛뚜의 책 《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에는 여행지에서 꼭 들러야 할 곳이나 숙소에 대한 알짜배기 정보는 없다. 그저 그녀가 여행하면서 겪은 일들, 함께한 사람들, 그리고 여행을 하며 느꼈던 그녀의 생각만이 담겨 있을 뿐이다. 20대에 느낄 수 있는 그런 생각들... 여행을 다녀온 시간 순서로 엮은 책이다 보니 시간차를 두고 다녀온 같은 여행지가 책의 앞에도 나오고 뒤에 또다시 나오기도 한다. 프랑스 파리와 니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다음 장엔 또 다른 프랑스의 다른 지역 이야기가 나오나 했더니 바로 스페인의 시체스로 넘어가고, 책장을 한참 넘긴 뒤에 다시 프랑스 얘기가 나오는 그런 식...

틀에 박힌 여행을 하지 않았던 그녀지만 운이 좋았던 건지 만났던 사람들도, 의도하지 않았던 장소로의 방문도 다 좋은 기억으로 남는 듯했다. 특히 이탈리아 로마 여행 때 호스텔을 로마 외곽으로 잡는 바람에 도심으로의 이동이 힘들었지만, 낡은 버스로 시골길을 달리고 친절했던 호스트 덕분에 시골 마을의 한적한 바에 들러 커피와 크루아상으로 아침을 먹었던 것과 같은 일은 아마도 유명한 관광지를 여행하는 그 이상의 경험이 됐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지갑의 여유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중요


슛뚜는 말한다. 여행은 여유 있는 사람들만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여행함으로써 여유가 생긴다고, 지갑의 여유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더 중요하다고...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한 곳에 오래 머무는 여행을 하기 힘들다. 2주 정도라도 휴가를 쓰려면 눈치를 봐야 하니 대다수 직장인들에겐 일주일 정도의 휴가가 일반적이라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가고 싶은 여행지를 마음대로 가기엔 경제적인 여건도 고려해야 하니 따질 것도 참 많아지는 여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여건에 따라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국내든 국외든, 일정이 길든 짧든 상관없다. 언제 누구와 어떻게 여행을 했고, 그 여행이 내게 혹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남겼는가가 중요하다. 그 여행을 통해 나의 일상이 좀 더 풍요로워졌다면. 나의 시간을 같이 한 누군가로 인해  내 삶의 한 부분이 더 빛났다면 우린 모두 세상에 두번 없는 우리만의 여행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두고두고 꺼낼 수 있는 추억, 떠올리기만 해도 미소 지어지는 순간... 바쁜 삶에서 잠시 스치는 순간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여유'란 게 아닐까....


코로나로 '여행'이라는 단어조차 떠올리기 힘든 요즘... 슛뚜의 여행기가 지나간 나의 여행지를 하나하나 떠올리게 만들었다. 저장된 사진을 보며 사진 속의 그리운 순간을 떠올려보는 여유를 갖게 해 준 책,《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를 읽고 그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오늘 역시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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