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경 씨 고맙습니다

- '용감한 형사들' 제작진께 드리는 글

by 까미노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도착해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저 잘 도착했어요."

"근데 지금 수사반장에 너 나와야."

"저요?"

"잉. 우리 막둥이가 언제 올라가서 저기 나온다냐?"

"제가 그랬잖아요. 저 엄청 바쁘다고."


고향집인 보성에 홀로 살고 계신 어머니는 4년째 치매약을 드시고 계신다. 당뇨도 있으신 어머니께서 저혈당 쇼크와 함께 찾아온 치매로 몹시 심각한 상황까지 가기도 했었다. 다행히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장기요양인정을 해줘 지금은 평일 3시간(급여), 토요일 2시간(비급여)씩 요양보호사가 집에 방문하여 청소와 점심을 챙겨주고 있다. 가까운 거리가 아니라 자주 찾아뵙지는 못하고 두 달에 한 번 정도씩 어머니를 찾아뵙고 병원에 모시고 가 진료도 받고 치매약도 처방받아 온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수사반장 좀 틀어줘라."

"수사반장? 최불암 나오는 거요?"

"아니. 거 있어야. 너 나오는 거 안 있냐."

"저 나오는 거요?"


TV 채널을 여기저기 돌려봐도 어머니께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찾지 못했다. 이제훈 씨가 나오는 '수사반장 1958'을 말씀하시는 것으로 알고 열심히 찾았으나 그 또한 아닌듯 했다.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다 저녁 식사 중에 우연히 '용감한 형사들'이 방영되고 있는 채널이 틀어졌다.

"저기 우리 막둥이 나온다."

"제가요?"

"저기 안 나오냐!"



어머니께서 가리키는 사람은 탤런트 이이경 씨였다. 고정 출연진 중에 한 사람인데 아무리 봐도 나와 닮은 구석은 없었다. 어머니께서는 어느 부분에 꽂혀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으나 '국민의 안전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범죄와 싸우는 형사들의 사건 일지를 다루는 프로그램'의 취지와는 큰 상관없이 즐겨보시는 듯했다.


한 때는 임영웅에 빠져 "임영웅 만나서 손 한 번 잡아보고 싶다"고 노래를 하시더니 이제는 임영웅은 살짝 뒷전으로 물러났고, 수사반장(?)의 이이경을 애타게 찾으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이경 씨가 예능 이곳저곳에 얼굴을 자주 내밀어 어머니께서는 꼭 수사반장이 아니어도 막둥이 볼 기회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이경 씨가 이 글을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어머니를 위해서 앞으로도 꾸준한 활동을 해주면 감사하겠다. 어머니 덕분에 50 넘은 아저씨도 이이경 씨 팬이 되었다는 속마음을 살짝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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