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과 나쁜 말.
배달전문 전복죽집 아주머니는 키가 무척 작고 동글동글하셔서 호호 아줌마가 떠오른다. 조리시간이 오래 걸리는 드문 식당이라 콜을 잡고 나면 한 숨 돌리고 가는 곳이기도 하다. 가게 앞에서 음식이 완성되어 나오길 잠자코 기다리다 보면 혼잣말 같은 말씀이 어찌나 많은지 괜스레 무안할까 난 넉살 좋게 맞장구를 친다. 그러나 하나 둘 받아줘도 도저히 끝이 없다.
“아주머니 뭐 그렇게 하실 말씀이 많으셔요?”
“아 혼자 있고 텔레비전도 없는데 적적해서 그렇지”
거긴 홍대 중심가에 있는 공동주방이었다.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들이 밀집하여 칸칸이 나뉘어 주문을 받아 장사한다. 배달이 전부다 보니 홀이 없는데, 그로 인해 입구 주변에 서성거리는 배달원만 잔뜩이다. 지하상가처럼 몇 호 몇 호 가게들이 각자 지닌 호수를 찾아 준비된 음식을 찾아가면 된다. 가게마다 사정도 다르기 때문에 운영되는 시간도 제각기다. 죽집 아주머니는 낮에만 장사한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머무는 잠깐이나마 말동무를 하다 보니 꽤 낯이 익게 됐다. 어느 날은 또 전복죽 배달이 잡혀 익숙하게 문을 열고 “빨리 왔습니다 사장님!” 기분 좋게 인사했다. 근데 아주머니가 영 표정이 밝지가 않길래 무슨 일이냐고 물어줘야만 할 것 같았다. 아침부터 도대체 무슨 일이냐 물어보니 빽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닌가. “남는 게 없어!” 나는 호통을 듣고 어안이 벙벙하여 “아니 뭐가 남는 게 없어요? 잘 팔리면 노다지지.”하고 대꾸했다.
이유인즉슨 방금 배달 주문한 여자가 가게에 전화하여 그러더란다. 전복죽 하나를 플라스틱 그릇 둘로 소분해달라고, 그리고 장조림이랑 밑반찬도 한 세트씩 추가로 달라고. 아주머니에게 들어보니 배달용 플라스틱 용기가 생각보다 꽤 돈이 든다고 한다. 특히 죽집 같은 경우엔 재활용도 할 수 있게 단단하고 질 좋은 포장용기가 나가는데 그게 전부 영업점에서 부담해야 하는 것이라고. 그렇지만 장사를 함에 있어 어떻게 최대의 수익만 고르게 날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죽이라는 건 시키는 사람이 보통 아파서 평소보다 예민해지는 것을.
사장님 세상 물정 참 모르신다.
그럼 나 따위가 아는 물정이란 뭔가. 주제넘게 대꾸하고 싶어도 그냥 그러려니 하게 됐다. 곤란한 건 이후로 아주머니가 자꾸만 쉰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빠릿빠릿하게 준비되어 그대로 주문번호를 확인하고 챙겨나갔으면 좋겠지만 아주머니는 늘 반박자 느렸다. 그녀의 하소연대로 사장 나름의 고충을 생각해 죽을 배달 가는 곳이면 오지랖을 부려도 봤다. 몸이 아프신가 봐요. 맛있게 드시고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그러고 돌아 나오면 감사인사도 종종 받았다.
좋은 말이라도 들으면 꼭 죽집 아주머니에게 그 말을 전달했다. 맛있어서 아플 때마다 여기서 시킨대요. 덕분에 금방 나을 것 같답니다. 하며 내가 받은 짧은 감사인사에 살을 좀 더 덧붙여 주기도 했다. 그런 작은 간섭이 희망이라고 생각될 때도 있다.
섭섭하지만 아주머니는 내가 전달하는 좋은 말에 개의치 않고 온라인에 가끔 나타나는 나쁜 말만 염두에 뒀다. 본인이 하고 계신 일이 성에 차지 않는지, 괜찮은 식당이 아니라 세 평 남짓한 주방에서 죽만 끓여 내보내는 게 지친 듯도 했다. 마음을 뒤집기란 내 역할도 아닌데다 개인의 영업방침에 토를 달기도 버거워 이후로 전달하기를 그만두었다.
어느 날 다시 공유 주방에 배달을 갔을 때 죽집은 사라지고 큐브 스테이크를 만들어 파는 가게가 새로 들어와 있었다. 죽에 비해 스테이크는 조리과정이 복잡한지 못 보던 기구들로 공간이 빽빽했다. 죽집 아주머니가 어디로 갔는지 궁금했지만 그건 잠시 뿐, 다시 배달에 바빴다.
전문적으로 음식을 만들어 팔아 본 일이 없어 무어라 말할 수 없지만 아주머니는 가게를 새로 열자고 나간 건 아닐 거다. 나의 행동에 대해서도 고민을 했다. 누군가의 좋은 일을 물어다 주는 건 상대에게 정말 좋은 일일까. 좋은 말로 좋아지고 나쁜 말로 나빠지는 게 사람이라면 나쁜 말만 찾아다니는 사람에게 그만두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옳을까. 적어도 죽집 아주머니는 스스로가 아플 때 맛있는 죽을 끓일 수 있긴 하겠다고 생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