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엽서를 만든 건 작년 11월쯤이었다. 아이들과 그림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결과물 같은 것을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아서 제작하였다. 내 예상보다 아이들은 더 자랑스러워했고 뿌듯해했다. 주변에 선물로 드리고 우연히 어느 작가님 전시회에 선물로 엽서를 기증하였다. 그런데 몇몇 방문객분들이 기꺼이 구매해 주신 덕분에 첫 판매까지 이루어졌다. 너무 감사했다. 엽서의 판매수익은 전시회에 모두 기부하였다.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지만, 이런 경험들이 아이들이 자라는 데 얼마나 좋은 양분이 될지 알기에 내가 더 뿌듯한 순간이었다.
내가 자란 세상과 아이들이 자라는 세상은 확연히 다르다. 그것이 당연한 이치겠지만, 내가 자랄 때 역시 부모님도 이리 느끼셨을 것이다. 그럼에도 라떼(=내가 자랄 때는)는 아날로그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컸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아날로그보다는 미디어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느낌을 갖는다. 누구나 한 때는 요즘 아이였는데. 스마트폰은 기본이고 아이패드며 학교에서 배우는 교육과정조차 내가 배울 때와는 너무 다르다. 학교에서 코딩을 배우고 나이 상관없이 자신이 직접 게임맵을 만들고 배포하는 세상이 되었다. 내가 자랄 때 들었던 미디어는 나쁘다고 말하던 시대는 이제 끝난 것 같다. 내가 어릴 적엔 테이프로 동화를 듣는 것이 미디어의 전부였다면, 지금은 Chat GPT의 시대가 도래했으니 말이다. 아이들도 사용하는 Chat GPT를 비롯하여 수많은 미디어 매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은 부모는 없을 것이다.
시대를 역행할 수도 없지만 같이 따라가는 것조차 때로는 버겁다. 얼마 전 큰 아이가 내게 말했다. "엄마, 내 친구는 직접 게임맵을 만들었어요. 나도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거예요?" 초등학생이 게임맵을 만든다고? 게임맵이 뭔데! 머리가 아득해졌다.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인 데다가 남편 덕분에 컴퓨터게임 자체를 경멸하게 된 나였던지라 근래에 아이들에게 핸드폰게임을 허용하기까지도 쉽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제는 하다 하다 게임을 만드시겠다?! 그래 게임 잘하는 것도 재능이고 게이머를 비롯하여 게임을 만드는 직업 역시 다양한 건 알겠다. 하지만 이렇게 어릴 때부터 게임을 하게 둬도 되는 걸까? 일단 내가 먼저 해보자. 무조건 명분 없이 안 돼라고 해봤자 마음에 벽만 생긴다. 대부분 아이들이 게임세계로 입문하면서부터 부모와 아이 간에 마음의 거리가 멀어져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부모가 막는다고 완전히 차단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라면 차라리 게임을 통해 아이와 대화하고 계속해서 아이와의 거리를 가까이 유지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게임은 좋은 게 아니야라고 말하며 아이를 달래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내게 근거자료를 가지고 왔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게임 순위라면서 마인크래프트와 로블록스가 탑 3 안에 들어있단다. 더 이상 아이에게 내 생각을 관철시킬 수 없겠구나 싶어 아이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그리고 같이 로블록스 게임을 해보았다. 내가 알던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생각 외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게임이었다. 여기서 살짝 내 생각이 틀렸나? 초등학생들이 열광하는 게임이라고 하니 한번 정도는 이 게임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는 있을 것 같았다. 또 내가 먼저 게임을 해보고 맵을 만들어보면 이게 아이에게 유익한지 유해한지 알겠지. 그렇게 로블록스 게임을 같이 해보고 게임 만들기를 해보았다. 만들면서 느낀 건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게임 맵을 만들면서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실제 실현하기까지 고도의 집중력과 인내 그리고 창의력, 사고력까지 필요하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 정도라면 분명 게임이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있을 것 같아 찾아보니 이런 결과가 있었다.
[실리콘벨리 연구팀은 비디오 게임이 아이들의 인지학습능력을 최대한 12 퍼센트 향상 시켜 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게임이 손과 눈의 조정력, 기억력, 문제해결능력의 향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2013. 9. 17. 임우정 인턴기자 / 코리아헤럴드]
물론 무조건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좋은 영향. 도. 있다는 말일테지. 내가 직접 해보니 그렇다. 아이가 부모와 정한 규칙 안에서 스스로를 조절하고 절제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게임을 하고 맵을 만드는 것이 분명 학습능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아이에게 스스로 조절하고 절제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참 아이 키우기 어렵구나.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매체를 이용하여 점점 자라나 사춘기로 향해가는 아이와 멀어지지 않는 도구가 될 수 있고 어찌 됐건 장점만 취하는 형태로 활용해 볼 수 있다.
게임맵을 만들려면 pc를 다를 줄 알아야 하는데 초등학생이 벌써 pc를 한다. 자꾸 라떼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나는 고등학교 때 전산 수업에서 타자시험과 홈페이지 만들기를 했었는데 지금 아이들은 초등학교부터 pc며 태블릿을 하니 말이다. 디지털 드로잉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에게는 당연히 직접 만질 수 있는 재료가 좋겠지만 그렇다고 디지털 드로잉이 나쁜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나보다 더 잘 다루고 잘 표현해 내는 아이들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또 코로나라는 세계적 사건을 겪으면서 아이들은 디지털 수업을 경험하게 되었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고 온라인으로 숙제를 했다. 이렇게 아이들은 디지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고 디지털과 함께 성장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부모의 역할은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하고 생각을 더 넓힐 필요가 있다는 건 너도 알고 나도 알지만, 내가 자랄 때와는 달리 아이를 키우는 게 점점 어려워지는 것은 분명하다.
엽서 하나 만들고 말이 길었네요. 아이들은 이제 자기만의 굿즈를 제작 중이에요. 아이들에게는 그저 이런 것들이 놀이일 뿐인 게 신기해요. 아이 키우기 어려운 세상인지라 특히 부모가 아이들과 같이 성장해가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