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짓는 사진장이 Jun 13. 2022

아버지,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자식놈일 땐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 이야기 #85

길을 걷다가 모든 것을 포기했다는 듯한 몸짓으로 길 한 편에 쓰러져 있는 중장년대 노숙자들을 볼 때면

'저 사람도 분명 누군가의 아버지였고 가장이었을 텐데...' 하는 안스러움에 사로잡히곤 한다. 1998년 IMF 때 입사 몇 년 안 된 신입사원으로서 숨을 졸여가며 험난한 구조조정 파고를 지켜봤고, 2008년 세계경제 위기 등을 겪으면서는 '혹시 나도?' 하는 심정으로 힘든 시절을 넘겨왔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아버지들이 강제로 등 떠밀려 몸 담았던 직장을 떠나는 상황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 당하는 사람 입장에선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암담한 상황이었을 거다. 그게 IMF나 세계경제 위기 같은 최악의 상황을 배경으로 했을 땐 새로운 직장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여서 오랜 시간 몸 담았던 직장 밖으로 내몰리는 심정이 더더욱 암담하고 무서웠을 거다.


아버지가 집안 경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가부장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었다면 특히 더 힘들었을 거다. 그 결과 가족들 볼 면목이 없다는 심정에 사로잡혀 급전직하 무너져 내리며 집을 등진 아버지들도 많았고, 그들 중 상당수는 노숙자가 되어 아무런 희망도 없이 길거리를 떠도는 신세가 됐다.



어쩌면 같은 시대를 살아온 나나 다른 아버지들 역시 그런 어려움을 겪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설마 노숙자 신세까지야' 싶지만, 평범한 삶을 살던 한 인간이 아버지 혹은 세상이라는 끈을 놓는 순간 어디까지 무너지고 어느 벼랑으로 굴러내릴 지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저마다의 사연과 피치 못할 사정은 다들 있겠지만, 이젠 아버지들이 무거운 짐을 좀 내려놨으면 좋겠다. 혼자서 모든 걸 책임져야 한다는 강박과 무능력한 가장은 가족들 앞에 설 면목이 없다는 미안함 같은거 다 내려놓고 무거운 짐을 가족들과 함께 나눠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로 기대야만 버티고 설 수 있는 약한 존재가 인간인 지라 '사람 인(人)'자는 서로 기댄 모양으로 만들어졌다는데, 아버지라고 해서 무슨 독불장군처럼 혼자 힘으로만 버티고 서려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매거진의 이전글 "느그 아부지 오늘 출근 안 하셨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