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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Jul 04. 2024

허영만 백종원도 반한 돼지족탕 노포, 구례 동아식당

우족탕 방불케 하는 진한 국물맛 일품 80년 전통 노포맛집





최근 출간된 김호연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나의 돈키호테>  읽던 중 주인공 찐산초가 "서울이나 지방이나 중년 사내들이 낮에 막걸리 먹는 가게가 그 동네 맛집"이라 말하는 대목을 읽는 순간 나는 '맞앗!' 하고 무릎을 탁 쳤다. 그 지역에 이름난 노포 맛집들을 찾아다니다 보면 열에 일고여덟쯤은 마주치게 되는 낯익은 풍경이어서다.


노포 맛집들에 일가견이 있는 허영만과 맛집에는 아주 매우 많이 진심인 백종원이 다녀갔다는 전남 구례시장 인근 동아식당이 딱 그런 곳이었다. 오가던 동네 아저씨들이 우연히 마주친 친구와 어깨동무를 하고 들어와선 탕 하나에 푸짐한 밑반찬을 안주 삼아 대낮부터 소주나 막걸리 1잔 즐겨 기울일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공간이라고나 할까.


실제로 아내와 내가 밥을 먹고 있었던 30분 남짓한 시간 동안에만 몇 명이나 되는 동네 아저씨들이 혹은 친구와 불어 소주 1잔을 기울이기 위해, 혹은 참새가 방앗간 드나들 듯 스며들어 와서는 사장님과 희떠운 농담 몇 마디 주고받다가 뭔가 아쉬운 표정으로 뒤돌아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 것만 봐도 그랬다. 평소 이 집 분위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안 봐도 본 듯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동네 아저씨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구례 동아식당 시그니처 메뉴이자 이날 우리가 시켜먹은 음식은 '소 족(足) 같은' 진한 국물맛을 자랑하는 돼지족탕과 가오리찜. 지난 80여 년간 전국 각지에서 맛객들이 앞다퉈 몰려들게 만든 음식들이라는데, 현재 사장님은 20여 년 전 언니 동생 하며 알고 지내던 이 음식점 전대 주인로부터 비법을 전수받은 뒤 꾸준히 그 전통과 명맥을 이어오고 있단다.





'소 족(足) 같다'는 표현에서 이미 눈치챈 분들도 많겠지만 이 집 돼지족탕의 특징은 그 국물맛이 깊고도 진해 소뼈를 푹 우려낸 듯한 느낌을 준다는 거다. 이에 더해 돼지 특유의 군내나 잡내까지 완벽히 잡아낸 덕분에 돼지를 재료로 한 탕류 요리를 안 좋아하는 사람들조차 맛나게 먹을 수 있는 '존맛'을 구현해냈다.


3대천왕 프로그램을 통해 백종원은 그 맛을 "우족탕 혹은 일본 돈코츠라멘과 비슷한 향이 나는데, 조미료가 들어가는 돈코츠라멘과는 달리 이 집은 MSG가 들어가지 않은 진국 국물이 일품"이라고 평한 바 있다. 한마디로 MSG 같은 거 안 쓰고도 제대로 진하고 맛난 국물을 만들어냈다는 칭찬 되시겠다.


덕분에 한 그릇 먹고 나면 맛도 맛이거니와 마치 보약 한 사발 드링킹한 거 같은 개운함과 건강해지는 기분까지 만끽할 수 있는데, 탕에 곁들여진 미나리와 버섯, 감자에다가 거의 무한리필 제공되다시피 하는 라면 사리까지 곁들여 끓여 먹으면 입만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 배꼽이까지 덩달아 행복해져서 춤을 추게 될 지경이다.


단, 이런 국물맛과는 별개로 돼지족 고기 부분에 대해서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다는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백종원 같은 이는 족발을 가위로 잘라 라면과 함께 맛나게 잘 먹는 모습을 보여줘 다른 사람들 입맛까지 다시게 만들었지만,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돼지족이 주는 선입견에다가 삼겹살 등 다른 부위 살들과는 좀 많이 다른 식감 때문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는 건 감안해야 한다.



구례 동아식당의 또 다른 시그니처 메뉴 가오리찜은 미나리와 파 등을 골고루 얹은 상태로 잘 쪄서 나오는데, 결대로 잘 찢은 뒤 함께 제공되는 부추를 곁들여 초장에 찍어먹으면 아주 매우 많이 맛이가 좋다. 가오리 특유의 담백하면서도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특히 일품인데, 중간중간 뼈가 있긴 하지만 워낙 부드러운 연골이라 별 이질감 없이 씹어삼킬 수 있는 수준.


이밖에도 구례 동아식당은 남도 맛집답게 밑반찬이 푸짐한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남도에서 그 정도야 기본이지 뭘?' 하고 그깟(?) 것도 얘깃거리냐며 시비를 거는 사람도 분명 있을 건데, 사장님의 깊은 손맛이 깃든 '존맛' 기본반찬만 무려 열두 가지나 나와 그것만 갖고도 소주 두 병 각은 나온다면 얘기가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뿐만 아니라 인심이 넘쳐나도 너~~~어무 넘쳐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 집 특징이다. 이미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 한 상 잘 차려주시고도 뭐가 그리 안심이 안 되는지 사장님이건 같이 일하는 분이건 틈날 때마다 다가와선 "뭐 부족한 건 없수? 이거 바로 옆 시장 잘 아는 집서 직접 만든 손두부 사온 건데 쪼매 더 드실랑가?" 하고 들이대는 바람에 "충분합니다. 저희 배 터질 것 같거든요" 하며 손사래치기 바쁘게 만들었을 정도라는 건 절대, 네버 안 비밀이다.


구례 동아식당은 '매일 낮 12시부터 저녁 9시까지' 문을 연다고 인터넷 소개창엔 써있다. 하지만 내 느낌적인 느낌으론 그건 다만 참고사항일뿐, 정확한 운영시간은 '사장님 맘대로'이지 않나 싶다. 내 경우만 해도 주말이긴 했지만 점심시간대가 좀 지난 시간이라 혹시나 싶어 방문 전 전화로 영업하시느냐 묻자 뭔가 좀 망설이는 기색이시더니만 "잉, 그럼 그냥 오소" 한 걸 보면 말이다. 그 뉘앙스가 마치 '손님 뜸한 시간이라 문 닫아뿔고 쉴라캤드만 쉬도 못허게 하넷' 하는 느낌. 그러므로 공연히 헛걸음하지 않으려면 사전에 전화문의(061-782-5474) 한 다음 방문하는 편이 안전하다는 얘기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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