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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Aug 27. 2024

콧대 높은 관(官)세권 소고기맛집, 전주 장수농장



전북도청 앞 소고기전문점 장수농장이 처음 내 관심을 잡아끈 건 한 택시기사님과 우연히 나눈 대화 몇 마디 때문이었다. 지인들과 모임이 있어 그곳으로 모처럼 소고기를 먹으러 가던 길이었는데, 이런저런 얘기 끝에 나이 지긋해 보이는 택시기사님이 문득 내게 이렇게 물으셨다. "오늘 가시는 그 집이 맛집인가 봐요? 동네 가까운 곳에도 이름난 소고기집들 많이 있는데 부러 멀리서까지 택시 잡아타고 가는 분들이 꽤 있더라구욧!" 하고.


아마도 그 택시기사님이 실어나른 손님들 중 동네에서 이름 꽤나 날리는 소고기전문점들 다 마다한 채 비싼 택시비 물어가며 굳이 장수농장 행을 고집한 이들이 제법 있었던 모양이다. 물론 나 역시 이날이 처음은 아니었으며, 어쩌다 주변 사람들 중 누군가가 "가성비 좋은 소고기집 있음 추천 좀 해줘" 하고 부탁이라도 해올 때면 일쑤 이 집을 추천해주곤 했었기에 많이 공감되는 구석도 있었다.


그런데 이쯤 얘기하면 "소고기가 다 거기서 거기지, 뭐 중뿔난 게 있다굿!' 하고 태클을 걸어오는 사람도 분명 있을 거다. 내가 무슨 먹방 인기프로 백반기행의 허영만이나 요식업계의 기린아 백종원처럼 입맛이 고급진 것도 아니요, 밥 먹듯이 시도 때도 없이 소고기를 사먹어대서 '입이 트인' 것도 아닌 주제에 공연히 아는 척 하는 것 아닌가 싶은 측면도 있을 수 있을 테니까.


버뜨(But), 이 같은 물음이나 의문 제기에 대해선 몇 차례 장수농장을 드나드는 과정에서 내가 직접 눈으로 본 한 장면을 있는 그대로 말해주고 싶다. 장수농장 안으로 들어서면 손님들이 고기를 직접 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쇼케이스 바로 앞 쪽 오픈된 공간에서 주방장님(?) 한 분이 늘 바쁘게 고기를 손질하고 계시는데, 한 번은 화장실 가던 길에 뭐가 그리 바쁘신가 궁금해서(원래 술 취하면 별게 다 궁금하고 관심이 생기는 법이다) 들여다 봤더니 소고기 살 사이사이 작은 지방 조각들을 일일이 칼로 도려내고 있었다.



문외한이긴 하지만 내 눈으로 봤을 때 원재료인 소고기 자체가 이미 꽤 좋다고 판단됐건만 왜 그렇게 사소한 부분까지 일일이 손을 대는가 궁금해서 물어봤다. 그러자 주방장님 왈 "먹거리라는 건 아주 사소한 차이가 맛의 차이를 크게 가르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그렇구낫!' 하는 생각이 후두부를 강타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 돼지고기집, 양고기집 등 그동안 다녀본 이런저런 맛집들 대다수 역시 손님들 드시기 편하라고 다른 경쟁가게들보다 칼집이라도 하나 더 보태는 등 눈에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노력들을 기울이곤 하더라는 거였다. 그 사소한 차이가 결코 사소하지만은 않은 맛의 차이를 만들어 내고, 결국은 장사의 성패까지 좌우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새삼 들었다.








내가 직접 경험한 전북도청 앞 소고기전문점 장수농장은 그런 음식점이었다. 유명 맛집들 혹은 거대 자본을 중심으로 고기집들도 점점 대형 프랜차이즈화 돼가고, 그 빛나는 브랜드명을 앞세워 동네 소규모 점포들 설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요즘 시대에 이곳은 토종 냄새 물씬 풍기는 '장수농장'이란 이름으로 당당히, 치열하게 장사를 아주 잘 해나가고 있는 장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특히나 더 대견하고 주목이가 되는 건 이 음식점이 현재 장사를 하고 있는 지정학적 위치다. 역세권 어쩌구 하는 식 표현에 빗대보자면 다른 어느 지역보다 소고기 등 고급진 음식점들 간 경쟁이 치열한 '관(官)세권'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예로부터 도청 등 관청들 주변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고급지고 맛난 음식을 자랑하는 음식점들이 많이 들어서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걸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


지금이야 많이 달라졌지만 예전에는 '관(官)=나랏님'이라는 인식이 팽배했기에 사업을 하건 장사를 하건 좀 더 유리한 조건으로 인허가 같은 걸 받으려면 나랏님한테 잘 보일 필요가 있었다. 이에 따라 공적인 접근보단 사적으로 친분을 쌓는 게 좀 더 유리하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았고, 자연 담당 공무원한테 밥 한 끼쯤 대접하는 건 '사업수완' 좀 있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기본덕목이라 여기는 일이 많았다. 관청 주변에 고급진 맛집들이 많이 몰려있는 이유다.


그런 어렵고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토종 냄새 물씬 나는 장수농장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오랜 세월 장사를 잘 해오고 있다는 건 정말 존경스러울만큼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그 바탕에 깔려있는 장사철학이 좋은 고기를 손님 드시기 더 맛나게 만들겠다는 꾸준함과 성실함이요, 덕분에 입소문을 통해 차곡차곡 쌓아올린 고객들의 신뢰이니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사설이 너무 길었는데, 맛집 소개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인 맛은 한 마디로 '존맛'이라 표현하면 적합할 듯하다. 내 개인취향에 따른 느낌적인 느낌이 아니라 그동안 여러 차례, 어디 가서 소고기 좀 먹어봤다는 다양한 계층의 지인들과 함께 가서 먹어본 결과 열이면 열 거의 모두 "정말 맛있다", "가성비 가심비 죽이는 맛집", "전문가 손길로 직원이 잘 구워줘서 최상의 맛을 이끌어냈다" 등 칭찬 일변도 평이 나왔다는 건 절대, 네버 안 비밀이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다른 음식들도 하나같이 존맛인 건 일종의 보너스내지 선물을 받은 것 같은 느낌.


전북도청 앞 소고기전문점 장수농장은 매일 오전 11시20분부터 저녁 9시30분까지 영업을 한다. 음식점 바로 앞에 대형 공영주차장이 있어 주차가 편한 편이긴 하나, 이 일대가 워낙 주차난이 심한 동네이다 보니 좀 늦게 가면 자리가 부족한 경우도 많다. 그럴 땐 요령껏 인근 골목길 같은 데 주차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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