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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Sep 24. 2024

직접 농사지은 청국장백반 맛집, 영주 무섬식당

육지 속 섬마을 무섬마을 한옥서 즐기는 식도락



외나무다리로 유명한 경북 영주 무섬마을 안 맛집 무섬식당 입구를 처음 들어서면서 내가 받은 느낌은 '진짜 한옥이넷!' 하는 거였다. 지붕이나 겉모양만 대충 한옥인 척하면서 여행객들을 유인하는 집들이 많다 보니 제대로 된 한옥은 아주 매우 많이 오랜만에 접해봐 반가운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대문을 들어서면 나오는 좁은 마당 좌우로 곱게 창호지를 바른 방문들이 도열하 듯 서있는 모습이 정갈하기 그지없었고, 마루 위로 올라서면 나타나는 4인용 식탁 2개 있는 방 안 풍경도 한옥 특유의 정감과 아늑함을 품고 있어 귀하게 초대받은 손님 느낌으로 기분 좋게 들어설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이 음식점은 이 마을에서 태어난 토박이 사장님이 본인 집터에 있던 다 쓰러져가는 한옥을 토대로 전문가 자문을 얻어 복원한 뒤 10여 년 전부터 식당을 열었단다. 별로 아는 것도 없는 내 눈에도 한옥 느낌이 제대로 나더라니 역시나 뭔가 다른 구석이 있었던 거다.






무섬식당의 메인메뉴는 청국장. 원래는 농사를 짓던 이곳 사장님이 무섬마을 관광안내소 뒤편 한옥에 음식점을 열면서 자신이 직접 농사 지은 콩을 활용해 메주를 띄우고 청국장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기 시작한 게 그 시작이었다. 함께 제공하는 각종 반찬들도 직접 농사 지은 것들을 사용하는 걸 원칙으로 삼으셨단다.


주재료인 콩 등 농작물들이 좋았던 건지 사장님 혹은 주방장 손맛이 좋았던 건지는 몰라도(황희 정승 흉내를 내자는 건 아니지만 둘 다 좋았던 거 아닐까 싶다) 무섬마을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이 무섬식당에서 밥을 먹어본 손님들은 아주 매우 많이 만족해 했고, 이용후기 등 입소문을 통해 여기저기 맛집이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 입소문에 혹해 나 역시 가족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했던 건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매우 많이 만족스러웠다. 메인 메뉴인 청국장은 깊은 국물맛이 우러났고, 밑반찬으로 나온 반찬들 하나하나가 다 손맛이 제대로 배어 있어 먹는 재미를 안겨줬다. 고기 좋아하는 딸들을 위해 시킨 제육볶음도 기대 이상의 퀄리티와 맛을 선사해 기분이를 좋게 만들어줬다.





더 좋았던 건 이 모든 걸 모두어 비빔밥 스타일로 먹을 수 있게 만든 거였다. 청국장정식을 주문하면 콩나물, 우거지 등 나물류 네다섯 가지를 바닥에 깐 비빔용 큰 그릇을 하나 내오는데, 여기에 밥과 청국장, 제육볶음 등을 '때려넣어' 비빔밥으로 만들면 최상급 '존맛'이 탄생했다.


솔직히 말해 청국장 단품 하나로만 얘기한다면 우리 가족이 최애하는 인생 청국장 맛집 전주 옴팡집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는 느낌이었으나, 나물과 청국장 등을 넣어 만든 비빔밥은 제법 유명하단 소릴 듣는 이런저런 비빔밥 전문점에서 먹어본 것들에 비해서도 오히려 살짝 우위를 점한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을 정도.


이곳은 시원한 나무그늘을 벗삼아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야외 테이블들도 많아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여행기분에 취해 막걸리 한 잔 즐기려 드는 여행객들이 좋아한다고 하는데, 사극을 보면 흔히 나오는 주막 툇마루에 걸터앉아 탁 트인 하늘 아래서 시원하게 막걸리 한잔하는 그림을 떠올려보면 어떤 느낌인지 대략 짐작이 갈 거다.


한 가지 재밌는 건 영주 무섬식당의 경우 영업시간 관련 정보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거다. 인터넷 시대를 맞아 대다수 음식점들이 영업시간 등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데 반해 이곳은 둘째 넷째 월요일 정기휴무 정도 내용만 있을 뿐 영업시간 같은 건 일부러 검색해 찾아봐도 찾기가 힘들다. 아마도 여행객들 드나듦이 그리 많지 않은 외진 지역 한옥마을 특성을 감안해 그때그때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 아닐까 싶다. 좀 귀찮겠지만 방문 계획이 있을 경우 사전에 전화를 통해 영업시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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