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퀘스트 그리고 XR의 미래

25년 2월 메타의 인력감축으로 바라본 매우 개인적이고 섣부른 예측

by 발군의실력

2025년 2월 10일, 메타(Meta)는 예고했던 대로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올해 첫 인력감축을 실행했다. 그리고 안타깝께도, 나의 전 회사에서 개발 중이던 메타 퀘스트용 혼합현실(Mixed Reality, 이하 MR) 게임의 론칭을 돕던 담당자들도 메타에서의 오랜 직장생활을 정리하게 되었다.


메타(Meta) 감원 기사 링크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글로벌 테크 기업이 실적 개선 등을 이유로 인력을 감축하는 것이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감축은 메타에서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인 '퀘스트(Quest)' 시리즈를 전담하는 '리얼리티 랩스(Reality Labs)'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위의 링크에서 본 것처럼 메타의 새로운 최고 기술 책임자가 "2025년 한 해가 리얼리티 랩스가 해온 모든 노력이 선견자의 업적으로 평가될지, 아니면 전설적인 실패로 평가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과연 25년이 그러한 업적의 해로 기록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리얼리티랩스의 기록적인 영업손실 행진

reality_labs_loss.jpeg 리얼리티 랩스(Reality Labs)의 연도별 영업손실 추이(Statista)

메타버스와 확장현실 개발을 담당하는 리얼리티 랩스는 2019년 이래 꾸준히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단순히 손실만 기록한 게 아니라 손실 폭 역시 매년 늘어나고 있었다. COVID-19 이후, 마크 저커버그는 곧 메타버스 시대가 도래할 것이고, 메타가 그 생태계를 주도하겠다며 회사명도 페이스북(Facebook)에서 메타(Meta)로 바꾸면서 지속적인 투자 의지도 천명했지만, 도무지 리얼리티 랩스의 실적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주력 상품이었던 VR(이제는 MR도 지원되는) 헤드셋인 퀘스트 시리즈의 이용자 규모가 괄목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스토어 내 콘텐츠 매출이나 활성 사용자수(Active User) 규모가 1년 내에 손실 폭을 줄일 정도로 성장할 수 있을까? 아니면 다른 디바이스나 서비스에서 혁신적인 카드를 숨기고 있는걸까? 적어도 전자는 아닐 거 같다.



메타 (퀘스트) 스토어는 정말 매력적인(=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인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메타의 헤드셋인 '퀘스트'와 '메타 스토어'에 포커스를 맞춰보자. PC 연결이 필요없는 독립형 VR 기기로 출시된 메타(출시 당시엔 Oculus) 퀘스트2가 2,000만 대 이상의 판매고를 달성한 것으로 예측되면서(링크) 자연스레 콘텐츠 매매 플랫폼인 '메타 스토어'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았다. 그리고 이에 화답하듯 'GDC 2023(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22년 시장지표를 공개하면서(링크), 잠재성이 있는 시장이고 꾸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며, 개발자들이 좋은 가상현실 콘텐츠를 만들면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gdc2023_quest store.jpg 메타 콘텐츠 생태계 디렉터 Chris Pruett의 프레젠테이션(GDC 2023)

이후 혼합현실 기능을 지원하는 퀘스트 프로(Pro), 퀘스트3에 이어 보급형 기기인 퀘스트 3S까지 출시되었지만, 그 이후로 퀘스트 스토어가 얼마만큼 성장했는지를 보여줄만한 지표들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이 없다. 소셜 게임인 '고릴라태그(Gorilla Tag)'가 출시 후 1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는 내용 외에 콘텐츠 공급자나 소비자, 투자자 입장에서 유의미한 시장 지표가 공개된 게 있었나? 단편적인 몇 개의 케이스가 성공했다는 것만으로는 스토어 자체의 가치나 매력을 온전히 증명하는 지표가 될 수는 없다. 적어도 GDC 2023의 발표처럼 얼마나 많은 유저가 스토어를 이용하고, 얼마나 많은 게임이 수익을 거둬들이고 화제가 되는지에 대한 양적 지표가 공개되어야, 이 시장의 가능성에 대해 더 직관적으로 타진할 수 있다.



대세는 AI

COVID-19가 종식 단계로 접어들면서, 자연스레 비대면으로 특수를 누려온 산업들의 성장세가 크게 꺾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게임이고, 그 시장에서도 하위 포션을 차지하던 VR 게임 역시 예외일 수 없었다. 이미 국내에서는 COVID-19가 VR 게임방 사업에 더욱 확실한 사망선고를 내린 상황이었고, 퀘스트 시리즈 역시 2 출시 때 만큼의 파괴력이나 화제성을 가지진 못했다. 그러다 애플도 패스스루(Pass-through) 기반의 혼합현실 헤드셋 '비전 프로(Vision Pro)'를 발표했는데, 상대적으로 퀘스트 3가 가격과 편의성, 콘텐츠 접근성 등이 더 뛰어나다는 것도 함께 알려지면서, 다시 한번 반등의 기회가 찾아온 것처럼 여겨졌다.

Apple-WWDC23-Vision-Pro-multitasking-230605.jpg.large_2x.jpg Apple Vision Pro

그러나 이미 기술 트렌드는 ChatGPT와 생성형 AI 기술, Nvidia 등이 일으킨 AI로 넘어고 있었다. 애플 비전 프로가 사실상 실패작으로 귀결되는 모양새이며(링크), 퀘스트 시리즈 역시 독립형 기기로서 확장현실 헤드셋에 진보를 이룬 것은 사실이지만, 무게는 500g에 달하고 멀미를 유발하며, 화장이 번지고 머리 스타일이 망가지는 헤드셋 착용에 대한 근본적인 진입장벽을 해소시킨 것은 아니었다. 또한 그만한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헤드셋을 꼭 써야만 할 정도의 가치 있고 지속성 있는 경험들을 일반 대중들에게 어필하지도 못했다.



AI와 웨어러블 글래스에 집중

포스트 처음에 언급한 기사(Meta Workforce Reductions Expected to Continue Through February, 링크)에서처럼 이미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OpenAI에 투자한 것을 비롯해, 아마존(Amazon)과 구글(Google) 등 다른 테크 기업들 역시 AI에 대한 투자를 경쟁적으로 늘려왔다. 애플 비전 프로 덕분에 다시 XR 헤드셋이 반짝 주목을 받고,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차세대 XR 헤드셋과 생태계 선점을 위해 합종연횡을 한다는 기사도 쏟아졌지만 확실한 대세는 AI였다.


애플이 처음 비전 프로를 소개했을 때, 그들은 자신들의 헤드셋에 '혼합현실(MR)'이나 '확장현실(XR)'이라는 컨셉을 부여하기 보다는, '공간 컴퓨팅' 기기로 새롭게 정의하기를 원했다. 저커버그 역시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을 위한 안경(Glasses)'에 집중하겠다고 이야기하면서, 사실상 게임 중심의 기존 퀘스트와는 궤를 달리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콘텐츠 생태계 개발에 힘을 실어줄 것이 분명해 보인다.



XR 그리고 퀘스트의 미래

hero-image.fill.size_1248x702.v1697593117.png 레이밴 메타(Ray-Ban) 메타 이미지

'레이밴(Ray-Ban) 메타'와 '오라이온(Orion)'은 기존 XR 디바이스가 가진 진입장벽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는 디바이스다. 아직 개인정보보호 등의 이슈 때문인지, 레이밴 메타가 국내에 유통되지는 않지만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 것부터, 안경에 부착된 카메라를 이용한 검색과 소통 등 AI와 결합된 피쳐(Feature)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동간에 착용이 가능하고, 각 디바이스가 가진 퍼포먼스나 배터리의 한계, 그리고 차세대 컴퓨팅이라는 컨셉 등을 고려했을 때, 레이벤 메타나 오라이온의 핵심 피쳐들은 사무나 생활 중심에 맞춰지고, 더 높은 퍼포먼스를 요구하는 게임은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덜한 콘텐츠로 취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퀘스트 스토어를 하루 아침에 문을 닫거나 지원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퀘스트1의 지원이 종료된지 얼마 되지 않아, 퀘스트2 뿐만 아니라 불과 출시된지 2년이 막 지난 고가형 헤드셋 퀘스트 프로까지 함께 단종처리된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시장지표가 몇 년째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좀 더 많은 콘텐츠 공급자들이 퀘스트용 VR-MR 앱(게임 포함)을 개발해 스토어에서 수익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은가에 대한 의문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만약 VR/MR 게임을 개발하고 메타 스토어 론칭을 비즈니스 핵심 모델로 고려하고 있다면, 이제는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하거나, (상황이 좋진 않겠지만) PC나 콘솔 등 다른 플랫폼 콘텐츠 개발로 비즈니스 피봇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감히 예측해본다.



덧.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이라면 메타 퀘스트 말고도 다른 확장현실 헤드셋도 많다는 것을 지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메타 퀘스트2가 출시된 이래, 현재까지도 메타 퀘스트 브랜드는 단 한번도 전체 헤드셋 브랜드 시장 점유율의 과반 이상 확보를 놓친 적이 없으며, 그 비율 또한 압도적이다(링크). '그나마' 시장지표를 공개적으로 오픈한 것 역시 메타 뿐인 상황에서, 확장현실 콘텐츠를 만드는 기업 입장에서는 메타를 최우선 시장으로 바라봐야 하기에 이번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