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레 언니 Oct 26. 2024

두 줄 말고 한 줄로, '혼런'도 좋다

대회를 앞두고 주 1회 10km를 호수공원 두 바퀴로 연습하고 있다, 처음 목표는 호송차 탑승만 피하자였는데 지금은 매 회 기록을 2분씩 단축하고 있으니 스스로가 대견하다.

거리: 10km

소요시간: 1시간 4분 11초

페이스: 6분 26초


러닝 기록을 어플이나 캘린더에 남기는 것은 스스로의 성취감도 있지만 기록하는 것은 물론이고 러닝화 수명을 체크하는 용도로도 좋다. 한 켤레의 러닝화는 500km 정도를 달리면 교체해줘야 한다고 한다. 러닝을 처음 시작한 달에는 100km를 달렸고, 두 번째 달은 이미 94km를 달렸으니 아마도 첫 달보다는 더 긴 거리를 달릴 거라고 예상되는데 사실 얼마 달리지 않았지만 처음 신었을 때보다 쿠션감이 다르긴 하다. 그래서 달리면서 압축된 쿠션이 재생되도록 두 켤레를 번갈아 신는 것도 러닝화 수명을 늘리는 방법 중 하나라고 하나보다.


행사의 계절인 10월, 호수공원을 달리다 보면 드론쇼가 펼쳐지기도 하고 폭죽이 터지기도 하고 경쾌한 음악을 틀어 놓고 에어로빅을 배우는 무리들을 볼 수도 있다. (가끔 남편도 호수공원을 걷거나 뛰다가 저 에어로빅 무리에 합류해 세상 신나는 표정으로 몸을 흔든다.) 아무래도 가장 반가운 분들은 같이 달리는 러너들이다. 낯가림이 심한 나는 주로 전방 10미터 이내에 땅으로 시선을 내리 깔고 달리기를 할 뿐이지만, 발걸음이 가벼운 러너들을 보면 그분들의 에너지가 전달되는 것 같아서 힘이 난다. 


모르던 플래카드가 붙었다. 두 줄로 뛰지 말고 한 줄로 뛰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러닝에티켓', '러닝크루 민폐' 같은 키워드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같이 달리는 러너들이 빌런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우리가 연습 중인 호수공원에는 보행자용 트랙과 보행자와 자전거 같이 통행할 수 있는 트랙 두 종류가 있다. 몇 번 달리다 보니 러닝크루들이 2열로 달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한 개 트랙을 모두 차지하게 되고 그 크루들을 앞지르기하려는 자전거와 반대 방향으로 오는 자전거 또는 사람이 추돌할 수 있다. 매우 위험한 러닝방식이다. 심지어 2열 종대로 달리는 크루들 옆으로 코치 한 명이 진행방향을 나누는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트랙에서 가르치며 달리는 모습도 보았다. 이런 상황은 위험한 사고를 낼 수 있기에 플래카드를 붙인 모양이다. 그럼에도 2열로 달리는 러닝크루들이 여전히 보였다. 


러닝인구 천만 시대라고 하니, 이제 스스로 러닝에티켓을 지켜야 '##충'이라는 멸칭이 만들어지지 않을 텐데. 아직 '러닝충'이라는 신조어는 본 적 없지만.


나와 남편은 같이 달리기를 시작하지만 페이스가 달라서 출발선에서 헤어져 각자 달리다가 마지막에 만난다. 함께여도 자연스레 거리두기. 혼술-혼밥 유행에 이은 '혼런'도 가끔은 좋겠다, 남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좋은 러닝이니까.

이전 15화 내 발이 닿는 곳, 오르막인 줄 몰랐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