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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홈PD Oct 01. 2020

모방은 쇼핑의 누님

홈쇼핑 심리학 에세이 (14)

아는 분 중에 중장비 관련 사업을 하는 누님이 한 분 계시다.


남자도 알기 힘든 부품의 이름을 척척 대며 억센 사투리로 비즈니스를 하는 모습을 보면 여장부가 따로 없지 싶다.


재미있는 건 이 분도 여자였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때가 있는데, 바로 옆 사람이 울면 본인도 따라서 펑펑 우는 경우이다.


그 누님은 다 울고 나서 이런 말을 남기곤 하신다.


“근데 나는 왜 울고 있노.”




공감지수가 매우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누님만큼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인간에게는 타인의 감정을 공유하고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탈리아의 신경심리학자 자코모 리촐리티(Giacomo Rizzolatti)는  1996년 원숭이 뇌의 뉴런을 관찰하다가 거울 뉴런을 발견하였다. 한 원숭이가 다른 원숭이나 주위에 있는 사람의 행동을 보기만 하고 있는데도 자신이 움직일 때와 마찬가지로 반응하는 뉴런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 발견이 엄청나게 중요한 까닭은 인류가 어떻게 문명을 건설하고 문화를 이룩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남을 따라 하다 보면 자연스레 어떠한 기술이나 지식을 습득하게 되고, 그러다가 새로운 것이 또 생겨나게 되면서 문명이 발전해온 것일 테니 말이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닐 것이다.


광고 마케팅 측면에서도 거울 뉴런의 중요성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간단하게 각종 광고에 유명 연예인들이 등장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멋진 배우를 보면 보통 그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모방 심리가 은연중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 배우가 입고 있는(광고하는) 청바지나 재킷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면서 나도 입고 싶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처럼 되고 싶고, 그의 라이프 스타일을 따르고 싶어 하는 심리는 모든 광고의 기저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홈쇼핑이라고 예외일리가 없다.

홈쇼핑 패션 방송을 보면 모델들이 해당 상품을 입고 나와서 선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사실 그 모델들의 체형은 일반인의 범주를 많이 벗어난 체형이다. 즉 쇼윈도의 마네킹만큼이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몸매인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시청 고객들은 그 모델들을 보면서 자기도 저 옷을 입으면 저렇게 멋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구매를 하게 된다. 물론 구매 후 거울을 보면서 기대한 모습이 아니라 반품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홈쇼핑이 고객을 기만하기 위해 모델 연출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오래전에 ‘모델들의 체형이 고객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일반 고객을 모델로 쓰는 편이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실제로 제기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일반인을 섭외해 시험 삼아 방송에 출연시켜보았지만 판매 결과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일반인이 입고 있으니 현실감은 있었을지 몰라도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고, 무엇보다 모방 심리가 작동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먹방'이라는 말로 대변될 수 있는 식품 방송을 살펴보자.

출연자가 음식을 입안 가득 넣고 맛있게 먹는 장면을 보던 시청자는 맛있겠다 하다가 자신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식품 방송을 하는 PD가 출연자가 행여 잘 먹지 못할까 늘 전전긍긍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맛없어 보이는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푹신한 침구를 방송할 때 쌔근쌔근 잠들어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비슷한 경우가 될 수 있다.

포근하다는 느낌과 함께 우리 아이도 저 이부자리에서 저렇게 잠들 수 있을 것만 같은 감정이 구매까지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모방심리가 적용되는 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저 상품을 사용하면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은 별 것 아닌 듯해도 거의 모든 쇼핑의 바탕이 되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훌륭한 홈쇼핑 PD와 쇼핑호스트는 고객으로 하여금 감정의 교감을 최대한 잘 불러일으키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앞서 열거했던 모든 일들은 상대방의 감정을 모방할 수 있는 능력이 인간에게 없다면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다.


물론 이러한 능력은 쇼핑뿐만이 아닌 사회 전반에 걸쳐 중요하게 작용을 하고 있다.


타인의 즐거움, 아픔, 고통 등을 미루어 헤아릴 수 있기에 우리는 타인의 기쁨에 같이 웃고, 아픔에 같이 슬퍼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결국 인간의 그러한 능력들 덕분에 세상이 점차 발전하면서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하나 분명한 것은 우리는 오늘도 보다 나은 생활을 위해 타인과 교감하며 워너비 모델의 삶을 좇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주요 수단으로 쇼핑이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 또한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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