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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홈PD Oct 18. 2020

그는 정말 콜라 맛을 구분할 수 있을까

홈쇼핑 심리학 에세이 (17)

"여기 코카콜라 하나 주세요."


오늘도 후배 K는 식사 후 코카콜라를 주문한다. 늘 콜라를 입에 달고 살지만 펩시콜라는 절대 마시지 않는다.

코카콜라에 대한 선호도가 펩시콜라보다 높다는 사실은 세계적으로 비슷한 현상이기는 하다. 그렇더라도 무조건 코카콜라만을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해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맛이 달라요. 펩시는 맛이 없어요."


그때, 또 다른 후배가 끼어들었다.


"어, 저번에 눈 가리고 2가지 콜라 구분하랬더니 틀렸잖아요!"

"야, 아니야 그때는..."


뭐라고 변명을 하는 듯했지만 이미 주변 사람들은 저마다 큭큭큭 웃음을 참지 못한 뒤였다.




나는 K후배가 콜라맛을 구분한다는 것에 대해 굳이 의심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제대로 구분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맛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펩시콜라는 그냥 '맛이 없다'라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람들에게 펩시콜라를 보여주었을 때보다 코카콜라를 보여주고 마시게 했을 때 '쾌감 중추'영역이 훨씬 활성화되었다는 연구가 있다.

즉 사람들은 무의식적이긴 하지만 코카콜라를 펩시콜라보다 브랜드 차원에서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브랜드 선호도가 앞서 말한 후배의 머릿속에 '코카콜라는 맛있고 펩시콜라는 맛이 없다'라는 의식을 심어줬을 수 있다. 결국 브랜드가 어느 정도 맛을 결정하고 지속적인 구매를 하게끔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듯하다.  


사실 사람들은 주어진 모든 상황에서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모든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려 하면 인지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시간이나 정보가 불충분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거나 굳이 합리적 판단이 필요 없는 상황에서는 어림짐작으로 신속한 판단을 내리게 되는데, 이를 일컬어 휴리스틱(heuristics)이라고 한다.


휴리스틱 관점에서 보면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있어 신속하면서도 실패 확률이 낮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매우 요긴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어떤 브랜드를 선택했을 때 실패가 없다는 인식이 -무의식이든 아니든 간에- 퍼지기만 한다면 해당 브랜드의 판매율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될 것이다.

특히 저관여 상품일수록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왜 수많은 식음료 기업들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선호도를 올리는데 주력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홈쇼핑 방송을 할 때도 브랜드 파워를 실감하게 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다양한 브랜드의 스포츠웨어를 방송하다 보면 대부분의 경우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특정 브랜드의 매출이 가장 좋다. 그리고 매출이 높은 브랜드의 순서가 판매 아이템이 바뀌었을 때도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브랜드의 순서가 자리매김하고 있고, 그것이 쉽사리 깨어지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해보면 왜 많은 PD와 쇼핑호스트들이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의 상품'을 가장 힘들어하는지 잘 알고도 남음이 있다.


여러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홈쇼핑 식품 상품이 많이 보이는 이유도 바로 이 점 때문이다. 회사 자체의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잘 알려진 연예인을 내세움으로써 친근하고 호감 가는 이미지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결국 그 연예인 자체가 해당 상품의 브랜드가 되는 것이고, 이는 가장 심플하게 브랜딩 하는 방법으로 홈쇼핑에서 자주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경험상 연예인과 상품이 잘 매칭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매출이 좋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다. 이는 고객들로 하여금 브랜드와 상품 사이에 어떤 부조화를 느끼게 했기 때문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삼성 콜라'나 'LG 사이다'같은 조합이 아무래도 어색한 것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




다만 여기서 하나 생각해볼 것이 있다.

나이키, LG전자, 피앤지(P&G)처럼 어떤 상품군의 대표적인 브랜드가 우리의 운동화, TV, 세제의 선택을 편리하게 도와주고는 있지만 그 자체로 합리적인 선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나에게 꼭 필요하면서도 딱 맞는 상품이 타브랜드에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친숙하고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손쉽게 대표 브랜드의 상품을 구매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돌아볼 일이다.


코카콜라만을 고집하다가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다른 음료를 놓치고 있을 수도 있으므로.


세상은 정말 다양한 것들로 넘쳐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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